2022년 제68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축조(시 부문 당선작) 〈1110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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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68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축조(시 부문 당선작) 〈1110호(종강호)〉
  • 장대성 학생(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 승인 2022.11.28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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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조

 

새를 키우고 있습니다. 몰딩 처리가 잘된 집에서요. 새가 날아다니다 벽에 머리를 박아도 괜찮을 겁니다, 시공사는 말했지만. 소파에 누워 겨우 퍼덕이던 새까지 다섯 마리가 죽었습니다.

 

새가 죽은 날에는 창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영혼은 보이는 곳을 통과해 내가 없는 곳으로 가닿나요. 거기에 무엇이 있습니까. 물어도 대답할 사람은 없죠. 할 수 있는 것은

 

깃털 하나를 집어 선풍기 앞에 두는 정도. 날아가렴. 날아갈까. 약풍에서 강풍으로 서서히 손을 움직이는 정도겠죠.

 

앵무새를 키울 땐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요. 앵무새는 따라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갑니다. 어느 저녁 술에 잔뜩 취해 돌아왔을 때. 앵무새는 밥솥 위에서 현관 비밀번호 소리를 따라 하고 있었어요.

 

삐빅거리는 슬픔을 알고 싶지는 않겠죠. 미안하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내일이면 미안함이 집을 가득 메우고 있을 테니까요.

 

옆집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립니다. 벽 좀 그만 치라고. 머리가 울려서 살 수가 없다고.

 

나는 손바닥으로 벽을 천천히 쓸어봅니다. 그 손으로 새에게 손수건을 덮어주어요. 새는 온몸이 멍투성이였습니다.

 

새는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날아가겠죠. 아득함이라는 것이 보이긴 하는 그리움인지. 느껴지는 아픔인지.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새가 울고 있습니다. 너는 뭐가 그렇게 슬프니. 나는 오 분만, 십 분만 더 말하며 핸드폰을 뒤집어요.

 

 

<2022 68주년 명대신문 시 부문 수상소감>

장대성 학생(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장대성 학생(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등학생 때 다친 새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어요. 새는 얼마 뒤 죽었고 나는 그 새를 땅에 묻었습니다. 슬펐는데, 어디까지가 슬픔인지 몰라 땅을 깊이 팠어요. 묻고 나서는 기도했습니다.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라고. 그렇게 깊이 묻어놓고 말이에요.

지금에 와서는 내 손이 따뜻했을까 생각합니다. 비 때문에 날이 축축했거든요. 내게서 비롯된 것으로 나를 측량해보는 것이에요. 내가 이렇게 계산적인 사람인데요. 자주 잘못되고 그르치는 사람인데, 좋은 일이 생기니 막막했습니다. 시를 계속 쓰는 게 좋은 일인가 싶고, 시와 무관하게 나의 생활은 복잡해서요.

그래도 나는 써야겠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도 땅에 새를 묻고 기도할 테니까요. 몇 번이고 나의 잘못을 다정으로 착각할 테니까요.

혼란과 확신 사이에서 함께 문학 하는 태훈, 병헌, 아영, 재민에게. 남김보다 우선되는 순간을 알려준 민호형, 웅기형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아자아자 팀원들에게. 광주 친구들에게. 천수호 교수님과 백마문화상 심사위원분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내가 아직 할 말이 많으니, 당신들이 곁에 머물러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끝끝내 쓰는 사람으로 있겠습니다.

 

<2022 68주년 명대신문 시 부문 심사평>

 

남진우 교수(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남진우 교수(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상수 교수(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상수 교수(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축조된 현실, 멍투성이 새를 날게 할 수 있을까

2022년 백마문화상 시부분 심사위원들은 응모된 작품을 나눠 읽고, 각각 세 편 정도의 작품을 골라 총 여섯 편의 작품을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가작으로 선정한 2편의 경우, 특히 장화와 같은 작품이 보여주는 경쾌한 상상력과 활달한 어조가 좋았다. “젖은 스니커즈를 현관 앞에 세워두고/신발을 고르는 일/장마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벗어둔 스니커즈에서/가끔은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비가 지겨워서/신발이 혼자 달아나 버리면 어쩌지”(댄서)와 같은 구절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내가 시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자라났거나 발아하거나/나를 탄생시켰다는 거창한 말 같은 거와 같이 정색하고 의미 부여하려는 욕심 정도는 산뜻하게 통과해내며 자신이 슬픔에 관여되어 있다는 점을 아닌 척 아련하게 전달하는 솜씨도 좋았다. 울음 같은 건 오래 참은 채로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가 있다면/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싶어라고 말하는 생명력과 산뜻한 목소리의 매력이 시가 끝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 있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었다.

당선작으로 축조2편을 골랐다. 축조는 몰딩 처리가 잘 된 집에서 새를 놓아 키우는 사람의 이야기다. 집 안에서 새를 키운다니,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독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정당한 의문과 부분적 이해를 반복하며 시를 따라가게 된다. 어쩌면 화자가 집 안에서 자기 손으로 벽을 치는 소리였을까. “옆집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립니다. 벽 좀 그만 치라고. 머리가 울려서 살 수가 없다고.”와 같은 구절들이 그러한 추측을 상당한 정도로 뒷받침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새는 벽에 머리를 부딪히면서까지 탈출을 꿈꾸었다가 끝내 좌절당한 화자의 시도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벽을 쓸어낸 손을 손수건인 듯 새에게 덮어주며 새는 온몸이 멍투성이였습니다라고 말할 때, 이 예민한 위로와 그럼에도 남은 고통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화자가 자신의 것으로 앓을 수밖에 없는 것임을 넌지시 알게 된다. 거대한 석조 건물로 축조된 숨 막히는 현실, 핸드폰 알람 소리마저 슬픈 새의 울음소리로 들을 수밖에 없는 비애감과 그것을 비유적 이미지로 담아낸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같이 응모한 나머지 두 편의 작품도 아주 매끄럽고 완성도가 높아서 한 명의 시인을 미리 발견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도 당선작 선정의 주요 이유였다.

희망을 꿈꾸기가 쉽지 않은 시절을 지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이외에 건축2, 보이스 메일2편을 응모한 두 사람 또한 선명한 인상을 남겼음을 기록하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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