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능시험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만 해도 ‘수능 한파’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수능 당일에 날씨가 유독 추워진다는 징크스다. 우스갯소리로 그 원인이 수험생이나 그의 가족들이 온갖 신들을 불러내서 그렇다는 말도 있는데, 그만큼 좋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에서 퍼진 속설이지 않을까 싶다. 몇 해 사이에 수도권 내 대학들의 경쟁률은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기조차 쉽지 않 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입학한 뒤에 자퇴하 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 경북대학교의 신입생 대비 자퇴율은 2016년 9.5%에서 2021년 18.9%로 9.4% 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전국 9개 거점 국립 대학교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긴 하지만, 다른 대학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련의 상황은 대학 재정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자퇴생이 증가하면서 지방 대학들의 재정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학 수입총액은 2015년 8조 673억 원에서 2020년 7조 5,632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 기준 수입총액의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54.1%인 것을 고려하면, 재학생 수 감소는 대학의 주 수입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대학은 이익추구를 설립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과는 다른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할 만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했는지 방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내년 총 11조 2,000억 원 규모의 ‘고등 · 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예산을 대학 교육에 투자해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대학이 지역 혁신 생태계의 중심에서 인재 육성과 혁신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유 · 초 · 중등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나라의 초 · 중등 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고등 교육은 절대적인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의 방향성이 틀렸다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만큼 지방 대학의 자구적 노력 또한 꼭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는 지방 대학의 애환을 담은 말이 있다. 아직은 벚꽃 나무가 꽃을 피울 힘이 남아 있 지만, 그 힘마저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번 정책이 벚꽃 나무의 자양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