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DEI, 게임 회사부터 미국 국무부까지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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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DEI, 게임 회사부터 미국 국무부까지 〈1109호〉
  •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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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다. 2008년 블리자드와 액티비전이 합병해 탄생한 대형 게임사로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약 93조 원에 인수됐다.

올 상반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전략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Accenture) 출신의 크리스틴 하인즈(Kristen Hines)를 최고 DEI 책임자로 임명했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괄성(Inclusion)의 약자다. 그는 여성뿐 아니라 논바이너리(non-binary · 기존의 이분법적인 젠더 구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제3의 성) 직원 수를 늘리는 데에도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CEO(최고경영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뿐 아니라 DEI를 주된 업무로 하는 C레벨 직책도 주목받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FPS) 크로스파이어와 다중접속(MMORPG) 게임 로스트아크 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도 다양성 전담 임원을 선임했다. 인재문화실장과 퓨처랩 센터장 등을 역임한 백민정 상무가 중책을 맡았다. 스마일게이트에는 D&I(Diversity&Inclusion)실이 별도 조직 으로 편제되어 있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시도다.

스마일게이트 내 신설된 D&I실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방점을 둔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다채로운 배경의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D&I실에는 EY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D&I 리더를 지내고, 한국다양성 포용네트워크(KDIN, Korea Diversity and Inclusiveness Network)를 결성하기도 한 이경진 실장도 일하고 있다. KDIN은 산학 연계로 매월 포럼을 열고 있는 공익적 성격의 커뮤니티이다.

게임을 즐기는 데 국적, 성별, 연령 등이 대수 겠는가. 유저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가 긴요하다. 스마일게이트의 주력 지식재산권(IP)들이 유럽과 북미, 남미 시장 등을 공략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D&I는 점점 필수적인 경영 테마이자 전략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 (Gina Abercrombie-Winstanley)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 몰타 대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4월 미국 국무부의 다양성 · 포용성 최고책 임자(CDIO, 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로 선임됐다. 2021년에 신설된 직책이다. 국무부는 DEI의 가치가 조직을 더욱 강하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미국 국무부는 현재 DEI에 취약한 구조로 되어있다. 국무부 고위직의 무려 84% 이상이 백인인 것이다. 실제 인구 구성비로는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안을 합하면 40%에 육박한다. 이런 기형적이고 편벽된 인사 구조 아래에서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가 흑인 여성으로서 국무부에서 이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을 거쳤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된다. 국무부에는 외교관을 포함해 2만 4천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대해 CDIO는 세심하게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를 직보하게 된다.

미국 휴스턴의 디벨로퍼로 시작해 세계 최정상급 부동산 투자회사로 성장한 하인즈는 전 세계 280여 개 도시에 1,500개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운용자산(AUM)만 900억 달러 이상이다. 한화로 120조 원이 넘는 수치다. 이 회사는 ‘히스패닉 해리티지 먼스 (Hispanic Heritage Month)’라는 이름의 사내 기업문화 이벤트를 진행한다. 몇 달 전엔 쿠바계 회계사 직원을 전 임직원에게 소개했다. 이 글의 해시태그로 달린 키워드는 다름 아닌 DEI였다. 넷플릭스는 다양성 리포트를 발간한 바 있다. 배우 · 프로듀서 · 작가 · 감독 등 제작진의 구성을 면밀히 분석하였다. 인종, 장애, 성별, LGBTQ 등을 기준으로 해부해본 것이다. 아카데미상은 자체적인 다양성 및 포용성 기준을 충족해야 작품상 후보로 등재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안하기도 했다.

게임 회사부터, 세계 각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주요 부처까지. DEI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DEI를 직접적으로 내세운 전담 부서와 직책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DEI 리더십과 재무성과 간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명대신문 독자들도 사회문제의 일환으로서뿐만 아니라, 진로 모색 과정에서도 DEI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DEI는 그 자체로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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