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으로서의 ‘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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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으로서의 ‘나' 〈1109호〉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11.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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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기획부 정기자
김나영 | 기획부 정기자

이번 문화기획을 작성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를 읽고 공감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극명하게 나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필자는 코로나19 이전 대중음악 콘서트를 즐겨가던 사람이었다. 대중음악 콘서트를 가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갔던 콘서트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수를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간의 대중음악 콘서트 경험이 꽤 뜻깊다고 생각한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대중문화 콘서트는 단순히 콘서트를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공연만큼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이런 이유로 돌아온 오프라인 콘서트를 맞이하는 기분이 새로웠던 것이다. 공연을 다시 관람할 뿐만 아니라 다시 공연을 같이 관람할 수 있 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

문화기획에서 콘서트를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오프라인 콘서트의 ‘부활’로 오직 콘서트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나누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콘서트’라는 것을 두고 나타나는 팬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가지는 의미가 공연 자체에도 있겠지만 다른 콘서트들보다 ‘대중음악’ 콘서트인 만큼 콘서트를 이유로 만나는 팬들의 집단 그리고 그 집단이 형성하는 문화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향이 같다는 이유로 말이 잘 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같이 하거나 여가 생활을 같이 하면서 자신의 재미를 찾는 취미가 아니라 누군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미를 같이한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다.

콘서트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콘서트장 앞에서는 나눔을 위한 여러 줄이 보인다. 가수의 슬로건, 플랜카드 또는 계절에 따라 가수의 사진이 들어간 부채를 나누기도 하는 모습이다. 주변 곳곳에서 줄을 서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일단 “이거 무슨 줄이에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화로 콘서트 시작 전 식사를 하거나 공연 관람을 마치고 뒷풀이를 할 때 이른바 ‘예절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절샷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왜 가수 얼굴 사진을 음식에 들이대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지 의문이겠지만 이름처럼 음식을 먹기 전 예절을 지키듯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소개한 문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 간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대중음악 콘서트를 즐기러 가는 것도, 콘서트장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생성하고 그 문화를 이어가는 모습도, 어느 집단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경향이다.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함성과 떼창으로 콘서트장을 채우고 이후에도 그 여운을 느끼는 관객이자 ‘팬’으로서의 ‘나’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와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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