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용대가? 망 사용료의 해부도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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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용대가? 망 사용료의 해부도 〈1109호〉
  • 정회훈 기자
  • 승인 2022.11.23 0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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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무임승차'라는 ISP와
'망 중립성'을 주장하는 CP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방지하는 규제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됐다. 한국은 빅테크와 관련한 전세계의 IT 입법에서 어떤 의미로든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최근의 '망사용료' 논쟁에서도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망 사용료'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법정 다툼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국내 인터넷사업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서로 '공정한' 대가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본지는 각자가 주장하는 '공정한' 대가는 무엇인지, 망 사용료 논쟁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된 조명되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망 사용료', '망 접속료', '망 이용료'의 개념
대부분의 논쟁이 ‘망 사용료’라는 개념으로 발화되고 있지만, 망 사용료는 망 접속료와 망 이용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터넷 시장의 요금 구조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유선인터넷 망은 이용자가 망에 접속하는 대가를 받는 접속료의 성격을 가진다. 이용자는 통신사와 약정한 대역폭 내에서는 언제, 얼마만큼 사용하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용량이 많다고 비용을 더 지불하지 않는다. 이처럼 통신사들의 거래 또한 접속료에 기반한 구조로 형성돼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접속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한국은 2016년에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하면서 데이터를 발신하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금액을 정산하는 기준이 '접속' 용량에서 '사용량'으로 변경하게 된다. 2019년에 추가적인 개정으로 각 통신사 간의 실질적인 정산은 이루어지지 않도록 변경됐지만, 망을 실제로 '이용하는 만큼' 요금을 지불하라는 발신자 종량제, 즉 '망 이용료'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왜 지금은 '공정'하지 않은가?

▲사진은 유튜브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서명운동을 광고하는 모습이다. (출처/ 유튜브 코리아 채널)
▲사진은 유튜브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서명운동을 광고하는 모습이다. (출처/ 유튜브 코리아 채널)

 

구글은 망 이용료에 대해 ‘인터넷 생태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라고 지칭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넷플릭스와 트위치 같은 콘텐츠 사업자(Content Provider, 이하 CP) 역시 망 이용료는 망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궤를 같이했다. 국내 인터넷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사의 인터넷 망에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공정한’ 요금이 되려면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고 요구했으나,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했다. 넷플릭스는 다른 ISP인 LG유플러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직접 제공하는 캐시서버*를 국내에 두고 있다. KT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일본에 위치한 캐시서버와 연결했지만 별도의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별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에서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에 연결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 직접 접속해야 했고, 트래픽의 급증 때문에 회선을 확충해야 했다. SK브로드밴드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부담한 비용은 1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에 대해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6월 1심 소송에서 패소했고 이에 항소하여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KT는 SK브로드밴드와 유사한 망 연결 구조를 가지고 직접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공동보조를 맞추게 될 전망이다.

상기된 것처럼 국내 ISP는 CP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 양에 따라 요금이 증가하는 ‘발신자 종량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ISP는 이러한 방식이 ‘망 중립성’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망 중립성은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에 따라 특정 기업 등에 차별 없이 송 · 수신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망 이용료’와 ‘망 중립성’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CP들 역시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태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대형 CP를 비롯해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해외 CP들도 망 이용료를 이미 부담하고 있는데, 구글과 넷플릭스만 예외로 두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망에 접속한 것과 전송한 것은 다르다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판결문에서 2014년 넷플릭스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확인서에 넷플릭스가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기로 하는 동의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원고(넷플릭스)는 적어도 그 무렵에는 ISP인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TWC에게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라며 협상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반박했고, 접속과 전송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콘텐츠 전송은 ‘적극적 행위’로 규정하며 “피고(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망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인터넷 망을 통한 콘텐츠의 전송을 두고 피고가 서비스 가입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무의 이행에 불과할 뿐 원고(넷플릭스)들의 인터넷 망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해석했다. 법원은 회원 연회비와 가맹점 결제수수료를 동시에 받는신용카드를 일례로 제시하며,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가입자로부터 가입비를 받고 동시에 넷플릭스로부터 국제 인터넷 전용회선 제공 대가를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해외 CP들의 입장 역시 단호하다. 해외 CP들은 한국의 ISP에 망 접속료를 내고 있고, 망을 사용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본사가 있는 자국의 ISP에도 내고 있는만큼 한국의 ISP에 망 이용료를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것은 이중지불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국내 ISP 3사(△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2016년 약 734억 원, 2017년 약 1,141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네이버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이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구글(유튜브) 등과 달리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150억 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국내 CP가 부담하는 비용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규모다.

 

*캐시서버: 캐시서버는 자주 사용되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두어 해외에 있는 서버에서 콘텐츠를 수신하지 않고, 트래픽의 증가를 억제함.

 

국내의 입법 현황과 논쟁


그동안 ISP와 CP 간의 계약에 대해서 정부는 사적자치의 영역으로 인정해왔다. 이 때문에 각자의 계약 내용은 업체별로 다르고, 그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개됐던 바가 없었지만, 지난 국정감사와 법안논의의 과정을 통해서 구글과 넷플릭스 등의 일부 CP들이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양한 법안이 제시됐다.

현재 국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무임승차방지법)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가 소속된 정당을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이 4건, 국민의힘이 2건, 무소속 의원이 1건을 각각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CP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에게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주요 개정 내용으로 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공개한 ISP 3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평균 트래픽 발생량 상위 10개 사업자 중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의 비중은 지난해 26.9%에서 올해 21.4%로 하락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73.1%에서 78.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교수인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서한을 보내 “이 법안은 정확히 해외 CP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이 대한민국 인터넷 트래픽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네트워크 트래픽의 단지 20%만을 차지하는 국내 CP들은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일부 해외 CP들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은 대한민국과 동일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가장 앞서 있다”라며 “과방위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정당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2일 열린 한국방송학회의 정기학술대회에서 호서대학교 문화영상학부 변상규 교수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초래함으로써 유발하는 비용을 정액제 체제 하에서 넷플릭스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분담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라며 “망 이용료 지불을 통해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기부는 “(망 이용료) 지급 거부를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시장 관행과 맞지 않고, 대가 분쟁 없이 원만하게 계약 체결한 경우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본인의 SNS를 통해 “망 사용료 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라고 발언했고, 과방위의 위원장을 맡고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해외 CP들의 콘텐츠들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국내 CP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내 CP들은 해외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트래픽 양이 적고, 서버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논쟁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법제화가 진행된다면 해외에서도 국내 사례와 같이 국내 CP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즉,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주체는 현재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CP들이 된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망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의 입법을 검토 중에 있는 상황이다. 과방위는 망무임승차방지법 관련 2차 공청회를 지난 17일 열고자 했으나, 이후 2차 공청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개최가 무산됐다.

생략된 담론, ‘공정한 사용대가’에 대하여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구글을 위시한 빅테크 회사들은 ISP의 네트워크를 무료로 사용하기를 원한다. 아마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것처럼 동일한 서비스를 ISP가 무료로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쟁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미국을 보면 <오징어게임> 트래픽이 하루아침에 24배 늘었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했고, 이에 4천만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 중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고, 시청하지 않더라도 모든 광대역 가입자에게 이에 대한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가?”라며 “찬반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 한국의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양 측의 주장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망 이용료와 관련된 논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최종 사용자가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네트워크의 사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빅테크의 동영상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서비스의 모든 종류를 포괄한다. ISP가 모든 책임을 끌어안게 된다면, 모든 사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하든 안 하든 구글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결과가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망을 사용하면서 지불되는 망 접속료와 망 이용료는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정보들은 대부분 ‘망 사용료’라는 표현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ISP에 유리한 정보만을 제시하는 측과 CP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누가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상황이지만 국내의 갈등은 날카롭게 서로를 공격하고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 뿐, 중요하게 토론되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빗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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