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②] 불통의 청년정치, ‘청년’에게 ‘청년정치’를 묻다 〈1108호(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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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②] 불통의 청년정치, ‘청년’에게 ‘청년정치’를 묻다 〈1108호(창간기념호)〉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청년정치 공동취재단
  • 승인 2022.11.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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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위해선 구조적 개편 · 청년 적극 참여 필요해

지난 3월과 6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연이은 선거에서 정치권은 청년들을 향한 많은 공약을 내세웠고, 청년 정치인의 진출이 화제였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 의제는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뤄지지 않고, 청년들의 목소리는 수면 아래 에 잠겨있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왜 주목받지 못하는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청년정치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현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알아보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청년정치의 구조적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봤다.

 

응답자 94.3% ‘청년층 목소리 반영 부족하다’ : 청년들이 바라보는 현 정치는?

청년들은 청년정치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공동취재단이 서울권 대학생 중심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36명 중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 한 청년은 62.6%(210표)였다. 이 중 다수는 투표, SNS 활동과 같이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만으로 정치에 참여한다’에 75.2%(252표, 복수 응답 포함)가, ‘SNS 내 의사 표현을 통해서도 정치에 참여한다’에 14.3%가 응답했다. 한편 정치 관심 유무를 떠나 20대 청년들은 현재 정치가 청년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에 관심 있다’라고 답한 20대 청년들 가운데 94.3%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고 답한 청년 중 65.6%가 ‘현재 정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했다.

청년층이 현 정치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 중 1위는 ‘현 정치권이 청년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였다(122표, 복수 응답 포함). 이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서’가 2위(121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정치인이 부족해서’가 3위(108표)를 차지했다. 청년들이 보기에 기성 정치권은 청년을 정치 의제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질문의 기타 응답에는 ‘정치권이 청년을 선거철에만 이용해 먹고 마는 것 같다’, ‘(현 정치는) 청년 정치인이 있어도 의견이 묵살되기 쉬운 구조’ 등 기성 정치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청년 활동을 ‘청년 정치’에만 국한해선 안 돼”… 현 정치를 향한 청년들의 비판

‘정치’란 어떤 의미인지 20대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임주영 학생(이하 임씨)에게 정치는 “사회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송영경 학생(이하 송씨)은 정치는 “의견을 표출하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전성식씨는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치”라고 답했다.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의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반영하는 정치의 기본 원리를 강조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현실 정치의 괴리는 분명히 존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모두 정치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청년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송씨는 “지금의 정치는 청년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며, 현 상황을 청년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는 ‘불통’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소정 학생(이하 박씨)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보다는 정당 싸움 같은 분열이 팽배한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임씨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닿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젊은 정치인의 비율”이라고 답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21대 국회의 40대 이하 국회의원의 비율은 4.3%(14명)에 그친다. 임씨는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찾기 힘들다며 “여성, 장애인,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청년들도 정치의 문제가 아닌 소수의 문제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했다. 송씨는 “정치권이 청년들을 유효한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정치권이 청년들의 정치 활동을 ‘청년정치’라는 이름으로 축소하거나, 세대 갈등 해소를 위한 요소 중 하나로 여긴다고 보았다. 최근 정치권이 청년을 호명해온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인들은 ‘이대남’, ‘이대녀’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는 청년세대의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송씨는 청년들이 정치권의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진짜 요구를 듣기보다는 청년들의 모습을 이미지화하 는 정치권의 행태가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와 거리를 더 두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진짜 요구’는 청년들의 실제 삶과 직결돼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관심 있는 정치 의제로 △일자리, 취업 문제(123표, 복수응답 포함) △주거 문제(92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회적 기반이 부 족한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방과 수도권 격차 심화 (60표) △기후 위기(57표) △젠더, 성평등(53표) 등의 답 변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복지 △여성 정치 △페미니즘 △외교 △안보 등을 답했다. 임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페미니즘을 답한 A씨는 “정치인들은 남녀갈등으로 번진 페미니즘을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분열을 이용할 뿐 실제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고 답했다.

청년들은 청년정치를 ‘청년’의 영역으로만 축소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임씨는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청년들의 활동을 ‘청년정치’에만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청년의 의견을 비중있게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씨도 “청년정치를 단순히 청년들이 펼치는 논리라고 치부한다면 발전하기 힘들다”라고 전했다. 한편 전씨는 더 많은 청년 정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의 입장에서 정치를 잘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청년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더 (정치권으로) 나와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닿기 위해선

그렇다면 청년정치의 구조적 문제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기성 정치가 청년 의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기성 정치에서 청년 의제를 다루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청년을 동등한 유권자로 보지 않고, 정치적 동원 대상으로 소비하는 행태다. 이를 두고 젠더정치연구소 권수현 연구원(이하 권 연구원)은 “한국의 정치는 중장년층이 거의 70~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로 상대적으로 고령화되어 있다. 청년을 자신과 어떤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불리는 수단 또는 아직은 커야 할 존재로 본다”라고 했다.

둘째는 청년 의제를 다룰 때 복합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금전적인 요소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권 연구원은 “지금 의회와 서울시 같은 지방정부가 펴는 청년정책을 살펴보면 전세 반환 보증료, 이사비 지원, 청년 월세 지원 등 대부분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지급되는 돈의 총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기에 한 번 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수혜 대상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가난해야 한다. 청년들이 불안정한 기반과 사회적인 편견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방식이 선별적이기에 지원을 받기 위해선 청년은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라며, 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청년들이 스스로의 삶의 조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지원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청년들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성 정치권이 청년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권 연구원은 표를 가장 중요시하는 정치인들에게 청년층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권 연구원은 “청년 세대는 40~50 대 유권자들에 비해 투표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라며 “이는 청년 의제가 다른 의제에 비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청년이라는 연령층 특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도 있었다. 공동취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 ‘삶의 여유가 부족하다’를 꼽기도 했 다. 권 연구원은 “대학생들은 현재 정치 의제들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청년은 취업과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라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청년정의당 김민석 전 전국위원(이하 김 전 전국위원)도 “실제로 선거 전략을 짤 때 청년 의제보다 다른 의제에 집중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올 수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는 “정치인과 특별한 연줄이 있거나 안정적인 부모의 지원이 없는 청년 정치인은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라며 “경 제적인 여건과 사회적인 편견이 청년들의 정치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 또한 “청년 정치인이 운 좋게 의정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당 내부의 눈치를 봐야 해서 청년 의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표가 안되는 청년 의제에 대한 기성 정치의 무관심과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 저하는 청년들을 대변할 진정한 정치인의 출현을 억제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김 전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4일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청년 정치인 세력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 개정안은 거대 양당 체제를 허물고 군소 정당의 중앙 정계 진출을 확대해 다양한 의견이 대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의됐다. 청년 정치인의 정계 진출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년 의제를 대변해 줄 세력(정당)도 다양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성 정치의 구조적 개편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적극적인 의제 발굴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파편화된 청년층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정치권에 전달할 중간 매개 조직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고민희 교수는 “청년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공통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할 젊은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청년들이 동네 모임 참여, 지역 협동조합 가입과 자치위원 참여 등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해보길 권했다. 또한, 권 연구원은 정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중 · 고등학교 내 정치 의제 교육 허용을 제안했다. “선거권 과 피선거권 연령이 낮아진 만큼 중·고등학생의 정책 토론이나 정당 가입 등을 허용해 청년층의 정치 유인 요인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표가 안 되는 청년에게 관심이 없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치에 실망한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청년 의제가 정치권에 설 자리는 좁아진다. 청년들이 원하는 ‘진정한 청년 정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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