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문학과지성사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 시대는 신경성 질환의 시대라고 말하며 △우울증 △ ADHD △나르시시즘 △번아웃 등의 질병은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과거는 일종의 규율사회로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제적으로 시키거나 금지하는 부정성의 시대였지만 현시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유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성과사회다. 규율사회는 우리에게 “넌 해야만 해”라고 말하지만, 성과사회는 우리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현 시대에서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한다고 생각해 규율사회였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사람들은 자유롭다는 인식 아래 자기 계발을 위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착취한다. 결국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시대가 넘어간 이유는 강제적인 통제로는 자본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생산력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성과사회의 어두운 면은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다. 우리는 자기 착취의 시대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다가 탈진해버리고 만다. 타인에게 저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울해진다.
저자는 특유의 철학적 사유로 이 시대를 깔끔하게 진단한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이 시대의 불행을 이해하는 고도의 인문학적 경험이다. 그는 성과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뒤 일종의 처방을 내린다. ‘깊은 심심함.’ 그는 우리를 병들게 하는 자기 착취의 노력을 멈추고 잠시 쉬라고 조언한다.
피로한 당신에게, 자기 연민보다 냉철한 분석을 통해 우울함이 당신의 탓이 아니라 이 시대의 특징적 징후임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의 마음을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