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후진국’ 대한민국, 기부문화 개선 시급해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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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후진국’ 대한민국, 기부문화 개선 시급해 〈1107호〉
  • 한혜성 기획부장
  • 승인 2022.10.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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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기부 참여율, 기부단체 신뢰도… 기부자의 ‘똑똑한 기부’ 필요

대한민국은 ‘기부 후진국’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자선단체인 자선지원재단(CAF)에서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14개국 중 1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를 기록한 경제 선진국 한국이지만, 기부나 나눔 순위는 처참한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사는 기부지수를 △자선 부문 △기부 부문 △자원봉사 부문 등으로 나눠 평가하는데, 한국은 자선 부문에서 112위, 기부 부문에서 59위, 자원봉사 부문에서 100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 순위와 비교했을 때 기부 부문 지수가 현저히 낮고, 금전적인 기부 외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자선활동이나 자원봉사 지수도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제력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오히려 기부지수 순위는 하락해 114개국 중 110위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한국의 기부 감소 요인 △기부자의 알 권리 △기부문화 개선 방법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기부문화를 살펴봤다.

 

기부가 줄어드는 원인은?

​▲표는 ‘기부문화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표다. (출처/ 『더나은미래』 · 굿네이버스)
​▲표는 ‘기부문화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표다. (출처/ 『더나은미래』 · 굿네이버스)

한국인이 기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모금단체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굿네이버스와 『더나은미래』 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이하 굿네이버스 · 『더나은미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모금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46.4%로 가장 높았다. 많은 시민들이 모금단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금단체가 기부금을 횡령한 비리 사건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진행한 ‘기부활동’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기부문화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로 ‘기부금 유용, 횡령 및 비리 사건이 너무 많아서’가 62.8%, ‘기부를 받는 기관이 투명하지 않아서’가 62%로 나타나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적했듯, 기부 단체를 향한 불신에는 2017년 ‘어금니 아빠’, 2018년 ‘새희망씨앗 사건’, 2020년 ‘정의연 후원금 논란’ 등 기부대상 혹은 기부단체에 대한 사회적 논란 발생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부금 부정 사용 논란으로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지 의심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기부하는 단체의 투명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표는 국내 기부문화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를 정리한 자료다. (출처/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표는 국내 기부문화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를 정리한 자료다. (출처/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실제로 굿네이버스 · 『더나은미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단체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투명성과 신뢰도’가 6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모금단 체의 활동 분야나 수혜자에 대한 관심’은 15.4%로 나타났다. 즉, 단체의 방향성이나 목적보다 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기부자들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기부자의 알 권리’,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기부자의 알 권리(Donors’ Rights)란 ‘기부자가 비영리활동 기관 및 단체들을 믿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모금가협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이다. 총 10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해당 선언문에서는 △기부자는 단체의 비전과 사명,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모금된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사용 방법, 이와 관련한 단체의 관리 역량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이 목적사업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등과 같이 기부자가 기부단체와 기부금 사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모금가협회에서 작성한 ‘기부자의 알 권리’ 선언문이다. (출처/ 한국모금가협회)
▲사진은 한국모금가협회에서 작성한 ‘기부자의 알 권리’ 선언문이다. (출처/ 한국모금가협회)

그러나 한국모금가협회 발표에 따르면 ‘기부자의 알 권리’를 채택한 비영리단체는 전체의 22.5%에 불과했다. 기부자의 알 권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기부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나눔 실태 2018』 설문 결과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종사자의 절대다수(96.4%)는 기부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기부 활동에 있어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즉, 기부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에서 2020년 공익법인 등 기부 모금단체를 평가한 결과, 별 3점 만점을 받은 모금단체는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어린이재단 △기아대책 △아이들과미래 △바보의나눔 △아름다운 가게까지 총 7곳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가이드스타에서 599개의 공익법인에 평가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들 중 실제로 자료를 제출한 기관은 47개에 불과했다. 기부자들의 알 권리와 단체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단체들의 노력이 이어짐에도 많은 모금단체들이 여전히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우현희 연구원(이하 우 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부단체의 신뢰성에 대해 “현재 공익법인은 기부금 수익과 실제 공익사업에 사용된 비용을 국세청에 공시하게 되어있지만, 여전히 불성실하게 공시하는 법인들도 많다”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공익법인과 관련하여 법 및 제도 시스템의 미비점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책 개선으로 기부단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 시민과 비영리단체 모두 불만족

비영리단체의 비리, 횡령 문제로 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아지자 재작년 6월 30일, 기부자의 알 권리를 처음으로 규정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된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기부금 모집자는 모집을 끝내거나 실제 사용한 뒤 관련 정보를 30일 이상 공개 △시 · 도지사 등 모집 등록청이 기부금품 모집등록 및 사용승인 등 전반적 상황을 매 분기 공개 △기부자의 장부 공개 요청 시 모집자는 이에 따르도록 노력 등이다.

기존에 지적되던 기부 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안이지만, 시민과 비영리단체 모두 불만족하고 있다. 먼저, 시민들은 ‘노력’이라는 단어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의 초안에는 기부자의 공개 요청 뒤 모집자는 7일 안에 관련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라면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었지만, 실제 개정안에서는 “제공해야 한다”가 아닌 “요청에 따르도록 노력한다”로 바뀌어 정보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비영리단체들은 사용 명세 장부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정보 공개는 가능하지만, 각 단체에서 실제로 사용 중인 사용 명세 장부를 온전히 공개하게 되면 모금 내역과 사용 내역 외에도 각 단체가 운영되는 방식과 노하우 등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건강한 기부문화 만들기 위해선, 제도 개선과 ‘똑똑한 기부’ 필요해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앞서 지적했던 「기부금품법」 등 기부 관련 제도의 개선이고, 두 번째는 기부자들의 ‘똑똑한 기부’다.

한국행정학회의 「비영리 민간단체 기부금 운영 개선 방안(국민권익위원회 민경선 사무관)」 에 따르면 기부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내 · 외부 통제의 실효성 부족’과 ‘기부금 등 제도의 관리 사각지대’이다. 논문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부 단체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개해야 할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기부자들이 기부금품과 관련한 정보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기부금품 정보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부자들이 스스로 ‘똑똑한 기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 연구원은 ‘똑똑한 기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기부 단체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설립 계기, 공익 사업 시스템,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 등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단체가 공개하는 정보 외에도 제3자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한국가이드스타 측의 공익법인 평가와 회계법인 측에서 작성하는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단체가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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