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빛나는 달, 뮤지컬 배우 강혜인(뮤지컬 14)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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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빛나는 달, 뮤지컬 배우 강혜인(뮤지컬 14) 〈1107호〉
  • 박윤 기자
  • 승인 2022.10.11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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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명지대 뮤지컬공연전공 졸업생 강혜인입니다.

 

Q.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렸을 때 가수가 꿈이었지만 어머니께서 예체능 쪽 진로를 반대하셔서 내 길이 아니구나 하며 살았어요. 그리고 20살쯤에는 무언가를 준비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이렇게 된 김에 하고 싶은 것 다 하자고 결심하고 21살에 연극영화과 입시학원에 다녔는데, 노래는 다 뮤지컬 노래로 연습하더라고요. 그러다 뮤지컬 영상도 보게 되었고 매력 있는 장르라고 느끼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되었어요.

 

앞만 보고 달렸던 학교생활

Q.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A. 1학년 때는 발대식이나 응원제 같은 것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는데, 2학년부터는 ‘이 학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학교 공연도 하고 방학 때는 워크숍도 하는데 나중에 밖에, 즉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학교를 즐겁게 다닌 것 같지는 않아요.

 

Q. 학교생활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제작 실습하고, 선배들 공연에 스텝으로 붙어서 도와줄 때 무대 뒤편의 노력을 많이 본 것 같아요.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모두가 협력해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밖으로 나와 활동할 때 다른 부서의 직업을 가진 스태프분들을 더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겸손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활동하다 보면 이런 부분을 잘 몰라서 들려오는 안 좋은 말들이 많거든요. 제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잘 몰랐을 것 같아요.

 

Q. 학교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화나 경험이 있다면요?

A. 24살쯤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뮤지컬을 학교 첫 공연으로 하게 됐는데 겨울에 했어요. 그때 눈이 엄청 많이 왔고 정말 추웠는데 공연하는 극장 앞이 약간 산처럼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그 풍경이 되게 예뻤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 준비를 도와주셨던 조교님께서 그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이 순간을 잊지 말자”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의 풍경과 그 말씀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진은 강혜인 배우가 〈번지점프를 하다〉를 공연한 당시 모습이다. 위 사진은 중앙 좌측, 밑 사진은 우측 하단에서 강혜인 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강혜인 배우가 〈번지점프를 하다〉를 공연한 당시 모습이다. 위 사진은 중앙 좌측, 밑 사진은 우측 하단에서 강혜인 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데, 과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현실과 극, 그 경계에 있는 뮤지컬 배우

Q.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와 연기, 춤을 모두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나요?

A.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울면서 노래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진심으로 울면서 노래하면 노래가 안 나오거든요.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데 이성은 잡고 있어야 해요. 너무 슬프지만, 정신은 차려야 하는 거죠. 보통 울면서 부르는 노래는 또 다 높더라고요. 울면서 그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 늘 감정과 이성의 경계를 맞추는 과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Q. 뮤지컬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나 경험이 있나요?

A. 제가 〈이토록 보통의〉라는 2인극을 할 때가 있었는데,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였어요. 극 중 둘이 막 싸우는데 흔히 하는 연인들의 싸움이었죠. 그러다 여자가 남자한테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러는데 사실 그때 당시 제가 남자친구랑 엄청나게 싸웠을 때였어요. 내 현실은 이별을 앞둔 상황인데 극 중에서도 같은 상황이니까 연기하면서 계속 생각이 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슬프지만 연기에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요?

A. 지금은 코로나19로 없어졌지만, 그전에는 ‘퇴근길’이라는 게 있었어요. 공연이 끝나면 관객분들이 줄 서 계시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그때 관객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니까 그럴 때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어요. 또, 제가 나오는 공연의 전 회차를 모두 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들께 늘 감사함을 느껴요.

 

“교수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어요,

뮤지컬 배우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 있어야 한다’라고.”

 

 

차오르는 마음을 연기하다, 대표작〈어쩌면 해피엔딩〉

▲사진은 강혜인 배우가 〈어쩌면 해피엔딩〉을 공연할 당시 무대 모습이다.
▲사진은 강혜인 배우가 〈어쩌면 해피엔딩〉을 공연할 당시 무대 모습이다.

Q. 〈어쩌면 해피엔딩〉은 어떤 작품인가요?

A. 제가 엄청 신인일 때 너무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셔서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올리버’와 ‘클레어’라는 구형 로봇이 우연히 만나 함께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죠. 현재까지 제 대표작이고 극 중 배역인 클레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에요.

 

Q. 극 중 맡은 역할인 클레어는 어떤 인물인가요?

A.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자신이 로봇이고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도 쿨하게 받아들이거든요. 그런데 올리버라는 사랑하는 존재를 만난 순간부터 수명이 줄어드는 사실에 아파하기 시작해요. 그 아픈 마음도 자신의 수명이 다하면 올리버가 슬퍼한다는 사실에 아파하는 거였죠. 이런 부분에서 클레어는 로봇인데도 인간적인 마음이 많은 그런 좋은 인물이었어요.

 

Q. 작품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다면요?

A. 작품에서 서로를 위해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는데 그때 음악과 함께 둘이 사랑했던 날들이 배경으로 조각조각 나타나요. 그리고 기억을 다 지운 후에 모든 배경이 리셋돼요. 그런데 사실 올리버는 기억을 지우지 않아요. 클레어를 위해 지운 척을 한 거죠. 대본에 올리버는 확실히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클레어가 기억을 정말 지웠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요.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정하고 다르게 연기하는 거죠. 관객에 따라 극 중 달라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연기하는 데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A. 서로가 사랑이란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로봇이면서도 인간같은 움직임을 해야 해요. 로봇같이 말하고 행동하면서도 그 안에 감정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마음이 아픈데 “나 마음이 아파”라고 말할 수 없고, 그 말투도 일상적이지 않은 말투이지만 마음이 아픈 건 담겨있어야 하는 그런 거죠.

 

Q. 이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각자에게 많은 소중한 존재들이 있잖아요. 근데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편하니까 막 대할 생각이 없어도 막 대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로봇이고, 서로를 위해 기억을 지워야 해서 기억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우리는 인간임에도 서로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않으려면 모든 행동, 말 하나하나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내 수명이 다한 건 알아. 근데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

그냥 1분 1초 순간을 최선을 다하는 거, 그게 다야.”

- 〈어쩌면 해피엔딩〉中 -

 

 

소망하고 감사하는 뮤지컬 배우, 강혜인

Q. 공연에서 해보고 싶으신 역할이 있나요?

A. 〈키다리 아저씨〉라는 작품의 ‘제보샤 에보시’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2인극인데 보육원에 사는 에보시라는 소녀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서 결국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에요. 그 소녀 캐릭터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애처럼 행동하지 않는데 그게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 또 작품의 ‘행복이란’이라는 노래도 좋아해요. 노래 가사가 정말 예쁘거든요.

 

Q.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A.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연극도 해보고 싶고, 매체도 해보고 싶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어떤 걸 정확히 하고 싶다는 확신은 없지만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졸업하기 전 데뷔를 한 후 아직 5년 정도 지났고 사실은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하거든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제 정체성을 알아가는 중 인 것 같아요.

 

Q. 끝으로,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사람은 다 자기 때가 있고, 그렇기에 남과 비교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달려가는 것처럼 보여서 내가 뒤처져 보일 때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내가 더 앞으로 갈 때도 있는 것처럼 남들과 비교해도 나를 알 수 없어요. 나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저는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했지만, 여러분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학교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전 그걸 배웠죠.

두려움을 이기는 것, 저는 그걸 배웠어요”

- 〈키다리 아저씨〉‘행복이란’ 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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