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이었다. 추분 이후부터 차츰 밤이 길어져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짐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프랑스 혁명력에서는 추분 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2학기 우리 캠퍼스는 대면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생기를 더하고 있다. 이게 학교다!
그렇지만 인류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 2019년말 시작된 팬데믹은 뉴노멀을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활동이 힘들어지자 비대면 업무를 위한 디지털 과학기술은 발달했다. 향후 펼쳐질 디지털사회는 밝고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있다면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생산, 소비, 공유할 수 있어서 집단지성과 민주주의, 그리고 창의적 혁신이 꽃피울 수 있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와 결합한 플랫폼기업이 이윤추구에만 나선다면 데이터의 독점이나 개인정보의 상업화로 인간 소외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독재와 결합한 정치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Big Brother)처럼 사회를 손쉽게 감시하는 ‘원형감옥(Panopticon)’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빅브라더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수수께끼의 독재자며, ‘원형감옥(Panopticon)’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덤이 정부에 제안한 고안한 개념으로 그리스어로 ‘pan(모두)’과 ‘opticon(본다)’을 합성하여 소수가 모든 사람을 한눈에 감시하는 감옥이다. 이미 그러한 징조는 보인다.
디지털의 어두운 면과 더불어 전쟁도 우리 주변에 와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일곱 달이다. 러시아는 이를 전쟁 아닌 특별 군사작전이라 하였고 우크라이나는 끝 내 버텼고 대반격을 이뤄내 결국 러시아는 부분 동원령까지 선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는 세계평화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유엔 5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상임이사국 모두 제2차대전 전승국이었는데, 소련의 후계자가 과연 러시아인지를 차치하더라도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더는 없어야 하며 속히 전쟁 대신 생명존중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문의 무(武)는 원래 굳셀 무(武)로서 창(戈)과 발(止)을 합친 그림, 무기를 메고 걸어가는 굳센 위풍을 나타냈다가 싸울 무(武)는 창(戈)과 그치다(止)가 합쳐져 싸움으로써 싸움을 그치게 한다는 뜻이 되었다. 충무공(忠武公) 이순신도 굳센 조선수군의 백전백승으로 왜란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왔듯이! 인류의 집단지성으로 평화를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