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인공인 원류환은 간첩임을 숨긴 채 '동네 바보' 모습으로 서민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동네에 스며들며 지냈다. 이후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에서 내려온 상급자와 맞서기 위해 정장 차림으로 확 변신하며, 동네를 떠날 때까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남파 간첩으로서는 아주 은밀하면서도 조금은 위대하게 남한살이를 이어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간첩 행위를 옹호하려고 이 영화를 꺼낸 것은 아니다. 본 기자는 지난 1104호에 이어 이번 1106호에서도 우리 대학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이슈를 다루고 있다. 여러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어떤 큰일에 있어 학내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과 소통을 충분히 했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라는 것이다. 본지가 이번 호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소통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이 표출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 1085호 「학교법인 명지학원, "우리 대학과 명지전문대학 통폐합 검토 중인 것은 사실"」에 따르면, 통합에 관한 얘기는 자그마치 작년 봄부터 회자됐다. 이후 올해 7월 첫 회의를 가진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에서 몇 차례 회의를 이어갔다. 두 달여 전 부터 몇 차례 회의를 가졌는데, 이를 아는 학우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외부로 내놓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지언정, 회의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왜 급박하게 추진됐는가'라는 학우들의 반 발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과 대학 간의 통합이라는 중요한 일을 은밀하게, 몇몇 사람들만 알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혹 그 결과가 좋게 나온다 한들 구성원으로부터 얼마나 호평을 받을 것인가. 공청회 내용을 영상으로 시청이 가능하게 하거나, 통추위 회의록을 게시하는 등 일반 학우들의 정보 접근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알 권리가 헌법상의 권리는 아니지만, 미디어 없이 살 수 없는 요즘 시대에 사실상 관습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앞으로의 통합 진행 과정에 있어 통추위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양캠 총학생회장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학생들을 대표해 참석하는 만큼, 찬반 가리지 않고 학우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지난 6일 공청회에서 본 기자는 "이번 학기가 '격동의 한 학기'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통추위 측에서 앞으로 여러 자료를 내놓고, 이와 관련해 학내 구성원 간의 다양한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것 이다. 속도도 중요하겠지만, 그 속에서 학내 구성원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소수만이 내용을 공유하는 은밀함은 저 멀리 보내고,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어 위대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