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을 인정할 결심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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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을 인정할 결심 〈1105호〉
  • 정회훈 기자
  • 승인 2022.09.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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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훈 | 기획부 정기자
정회훈 | 기획부 정기자

소재를 정한 뒤부터, 거의 3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원자력에 대해 팔로우업했다. 세계가 격변하고 있는 만큼, 매일 각국의 발표와 보고서들이 범람해왔다. 이번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 읽은 기사와 보고서가 족히 100개는 넘을 것이다. 정확한 정보, 올바른 이해를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 을 다한 결과, 기자 자신도 어느 정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됐다. ‘필요악’은 원칙적, 실제적으로는 해를 끼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나 사람을 의미한다. 분명히 나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것이 원자력이었다. 원자력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발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의 14,000,605 개의 미래 속 한 가지처럼 보인다. 탈원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세계선이 뒤틀리지는 않았을테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러시아와 깊게 연관된 유럽의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를 다시금 채용할 것인지, 원자력으로 대체할 것인지의 2지선다를 강제했다. 철저하게 탈원전을 주창하던 독일 지도부마저도 분열이 일어나 오히려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화력발전소는 재가동됐다.

에너지 안보가 고개를 들자, 지구도 이에 화답하며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를 보여줬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유럽 그리스 산불 등 국제적으로 거대한 재해들이 일어났다.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날아가던 새가 떨어져 죽고,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은 기후의 영국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만큼의 폭염에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유엔은 “공동 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라고 강한 메시지를 던질 정도였다.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해서 재앙 수준의 기후위기로 공멸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버리려면 대안은 원자력이 유일했던 것이다. 에너지 부족, 에너지 가격 폭등,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 모든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 원전은 ‘필요악’의 마스터피스다.

사회기획에 포함한 것처럼, 원전의 탄소 배출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의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못한다면, 세계는 공멸로 더 빠르게 보조를 맞추는 격이 된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로 방출되고 있으며, 체르노빌 원전의 반경 30km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원자력은 분명 양날의 검이다. 때문에 원자력에 대한 기대가 ‘원자력 만능론’으로 번지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필요악’을 인정하되, 그것이 본래의 ‘악’임을 잊지 말 것. 현재의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자,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 기자는 이번 글을 통해서, 먼저 ‘필요악’을 인정할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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