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비전 엔지니어 윤준호(국문 13) 동문을 만나다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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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비전 엔지니어 윤준호(국문 13) 동문을 만나다 〈1100호〉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2.04.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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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윤준호라고 하고요. 지금 뷰메진이라는 AI 비전, 드론 관련 스타트업에서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 리드 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일한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Q. 현재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로 일하고 계시는데,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요?

A. 컴퓨터 비전이라는 학문은 수십 년 전부터 계속 있었어요. 컴퓨터를 활용해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인데요. 포토샵같은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미지를 편집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인공지능 분야 중에서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굉장히 발전하면서 컴퓨터 비전 기술과 융합되어 이미지를 통해 인공지능이 정보를 학습하고 사용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 직업은 쉽게 말하면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금은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라고 하면 사실상 AI 개발자라고도 할 수 있어요.


Q. 다른 일반적인 업종들과 다르게, 현재 몸담고 있는 업종만의 특징이 있다면?

A. 개발자라는 큰 범위로 묶어서 보면 시장 가격이 높아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실력 있는 개발자를 내보내지 않기 위해서 연봉 협상이나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외에도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대체로 자율성이 많이 보장돼요. 근데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게 자율성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이 늘어나죠. 개발자의 단점이자 장점은 기술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공부를 안 하면 뒤처진다는 점이에요. 근데 그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훨씬 빠르게 올릴 수 있어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또, 개발자가 되면 연구자처럼 논문을 찾아보고 작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활동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논문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요.


국어국문학과 학생에서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로


Q.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시고, 철학을 복수전공하셔서, 전공과 진로가 크게 관련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해당 분야로 진로를 정하신 계기는 무엇일까요?

A. 학부 시절 취업 준비하면서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결정적으로 이 분야가 적성이라고 느낀 계기는 졸업하고 ‘42서울’이라는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예요. 당시 하루 종일 코딩 문제를 풀며 동료들이랑 토론했는데 그간의 알바를 할 때와 다르게 코딩은 하루 12시간을 해도 안힘들더라고요. 제 적성을 딱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아예 취업하자고 마음먹었어요.


Q. 해당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시고, 여러 공부할 것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3학년 때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데이터분석’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통계학 공부를 하고, 방학 때 ‘청년 데이터캠퍼스’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 외에도 ‘모두를 위한 딥러닝’과 같은 딥러닝 기초강좌부터 온라인으로 찾아 듣고 관련 서적을 공부하며 기초지식을 쌓았어요. 그리고 선형대수학, 프로그래밍 기초와 자료 구조 등은 혼자 공부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잠시 42서울에서 공부하다가 네이버 부스트 캠프 ‘AI Tech’ 과정에 참여했어요. 42서울은 교재나 강사 없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만 덩그러니 주어지는데,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자신이 공부한 바를 토론하고, 결과물에 대해서 서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됐어요. 당시에 함께한 동료들이랑 매일 12시간씩 코딩을 하면서 토론했던 기억이 나네요. 네이버 부스트 캠프 AI Tech 과정은 5개월 동안 진행되는 AI 집중 과정이었어요. 이론 수업의 수준도 상당했고 이론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동료들과 피어세션(peer session) 시간을 통해 각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물어보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었어요. 실습 프로젝트도 총 4개를 선택해, 하나씩 깊게 파고들면서 진행하다 보니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결국 두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급속도로 실력을 붙인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지 2달 만에 코딩테스트와 면접을 보고 지금 다니는 곳에 엔지니어로 취직할 수 있었어요.


Q. 전체적으로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A. 사실 연구자가 되려면 기초 지식부터 전공 과정을 밟으면서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개발자가 목표라면 수학이라든지 프로그래밍 역량에서 기초 지식을 모두 이수하지 못했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은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에 채워나가도 되고, 취직한 다음에 채워나가도 되거든요. 기초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반드시 모든 것을 갖춰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42서울이나 네이버 부스트캠프 같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그러한 프로그램을 참여하려면 필기시험과 코딩테스트를 봐야 했어요. 미리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 관련 개념을 공부하고, 코딩테스트를 준비하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취업하기 위해 프로젝트 이력을 많이 만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괜히 이것저것 이력서를 위한 프로젝트를 쌓다 보면 서류 통과만 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 같아요. 만약 최종 합격을 목표로 두신다면 한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본인의 기여도가 높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국문과 공대생, philgineer라는 이름으로 연 블로그


Q. AI 관련 공부를 하시는 시기에 ‘국문과 공대생’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하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작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처음에는 저의 개인적인 포트폴리오를 쌓기위해 시중에 별로 없는 콘셉트의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으로서 인문학적인 시각을 담은 기술적인 글 혹은 이제 기술적인 시각을 담은 인문학적인 글을 작성해보려고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근데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보니, 지속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비전공자로서 딥러닝 공부를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돌이켜봤을 때 이런 자료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런 게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여러 가지 글을 남기기 시작한 거 같아요.


Q. 현재 블로그에서는 philgineer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계시는데요. 무슨 의미일까요?

A. 사실 블로그 도메인을 구매한 후에 이름을 붙일 때, 영어로 해야 했어요. 근데 이제 블로그 이름인 국문과 공대생을 영어로 하면 Korean Literature major engineer가 되는데 이상하고 국문과 공대생의 영문판으로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국문과 공대생’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복수 전공했던 철학의 philosophy와 engineer를 합쳐 philgineer라고 지었습니다.


Q. 블로그를 통해 지금까지 도전하고 경험하신 내용을 기록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시고 계시는데요. 어떤 게시물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A. 여러 체험 후기 게시물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예를 들어 42서울 후기랑 네이버 부스트캠프 후기 그리고 추천 서적 게시물이에요. 항상 제 블로그 인기 순위 글에 있거든요. 순위를 떠나서 해당 게시물을 보고 꾸준히 질문을 주세요. 위의 게시물들은 단순히 높은 순위 때문에 좋을 걸 넘어 여러 사람이 관심을 보일만 한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답변을 드리면서 도움을 드리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사진은 윤준호 엔지니어가 출판한 『비전공자를 위한 딥러닝』의 표지이다. (제공/ 윤준호 엔지니어)
▲사진은 윤준호 엔지니어가 출판한 『비전공자를 위한 딥러닝』의 표지이다. (제공/ 윤준호 엔지니어)

Q. 블로그에서 연재하시던 게시물이 『비전공자를 위한 딥러닝』이라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딥러닝’ 분야를 콕 집어서 연재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A. 원래는 딥러닝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블로그에서 연재할 당시 게시물 이름도 ‘머신러닝 한방 정리’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 분량을 생각해보니 머신러닝을 다루면 분량도 많이 늘어나고 제가 집중적으로 설명을 하고 싶었던 딥러닝 부분 외에도 형식적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개념들이 많아서, 그 내용을 모두 담는 데 부담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현재 머신러닝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드에 따라 딥러닝만 다루기로 했어요.


Q.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딥러닝을 설명하는 책이기에 여러 그림을 사용하셨는데요. 딥러닝을 왜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와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사실 오래전부터 인지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책들을 봤는데, 그림과 이야기로 정보를 구성했을 때, 인간이 가장 흥미를 느끼고, 정보도 오래 지속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42서울을 할 당시 진행방식이 동료 학습이라고 해서 교재도 없고 선생님도 없어서 동료끼리 설명할 일이 많았어요. 그때 아이패드를 가져가서 그림으로 설명을 할 때랑 아이패드를 없이 말로만 설명할 때의 차이가 굉장히 심하다는 걸 느끼면서 실제로 학습할 때는 그림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는걸 알게 됐어요. 책에서도 최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과 스토리를 많이 넣으려고 했어요. 실제로 책을 보면 페이지마다 그림이 있어요. 집필 과정에서도 글 쓰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게 훨씬 오래 걸렸어요.


Q. 도서 『비전공자를 위한 딥러닝』이 가졌으면 하는 의미가 있다면?

A. 비전공자분들을 위한 책이에요. 그중에서도 저같이 딥러닝을 공부하면서 좌절하고,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도 느끼신 분들 그리고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추천한 입문서, 입문 강의들을 보는데도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던 분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책이 됐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제 책도 딥러닝 분야를 큰 그림에서 이해하고, 관련된 개념들을 간단하게 알아가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학부시절 윤준호와 그의 한마디


Q. 국어국문학과와 함께 철학과를 복수 전공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제가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해서 미학 교양 수업을 하나 들었어요.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시도했다가 매번 실패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수업에서 칸트에 대해서 재밌게 설명해주시더라고요. 끝나고 질문을 열심히 했는데, 그 모습을 본 철학과 분이 철학과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책 하나를 가지고 한 학기 동안 다루는 수업이 있다고 추천해서 듣다 보니 이미 철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순수이성비판』을 모두 읽고 토론하며 글을 썼던 경험이 살아가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논문을 읽을 때, 내가 그래도 순수이성비판도 읽었던 사람인데 이거쯤이야 하고 동기부여를 준 것 같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은?

A. 현재 직장에서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초기 스타트업이다 보니 빠르게 바뀌고,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앞으로도 열심히 일할 계획이고, 또 개인적으로는 딥러닝 관련 패스트캠퍼스 강의 촬영 제의가 들어와 셀프 브랜딩 부분에서도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님처럼 전혀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A. 물론 뛰어난 분들도 많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본인의 전공 커리큘럼이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돌이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꼭 그 전공의 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지 말이죠.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일반적인 대학 과정을 이수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전공 수업을 이수하지 않아도 본인이 원한다면 다른 루트를 통해 노력하여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큰 벽이라고 느끼지 말았으면 해요. 막상 해보면 쉬운 부분도 있고, 어렵지만 알고 보니 전공자한테도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요. 사회에 나오면서 저도 많이 느끼는데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본인의 실력과 잠재력에 더 주목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비전공자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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