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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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나 〈1099호〉
  • 장슬아(디미 20) 학우
  • 승인 2022.03.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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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아(디미20) 학우
장슬아(디미20) 학우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그레고르는  잠자는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산업화 시대 인간 소외 문제를 다룬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첫 문장이다. 산업화 시대, 과학 기술의 발달로 가파른 재산의 축적과 사회 전반적인 발달이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이 산업 발전의 도구로 존재하며 인간 소외가 발생했다. 이렇게 산업사회에서 나타났던 인간 소외는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부활해 팬데믹 속에서 가중된다.

정보사회 안에서 인간은 가상에 있는 공간에서 간접적인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대인간 사회적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간접적인 비대면 의사소통의 증가는 관계의 깊이를 깎았다. 시간과 에너지를 단축할 수 있어 더 많은 일회성 교류가 이루어졌고, 인간은 로봇과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며 온라인에 대한 의존이 높아졌다. 인간은 함께이지만 온라인이라는 전제가 사라지면 더 이상 함께가 아닌 고립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팬데믹 사회에서 가중되었다. 대표적인 비대면 회의 프로그램 'Zoom'의 2020년 1분기 매출은 3억 2,800만 달러로 169%의 성장률을 보였고, 2분기 매출은 6억 6,400만 달러로 2019년 대비 355% 증가했다. 2019년 12월 기준 1일 평균 사용자 1천만 명, 2020년 4월 기준 1일 평균 3억 명으로 이를 실감할 수 있다. SNS 사용량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개인 시간이 늘어났고 함께 미디어 소비량도 늘었다. 개인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온라인은 대면에 비해 빠르고 많은 양의 정보를 손가락 하나로 열람할 수 있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소비이기에 능동적인 사유보다는 관음에 가깝다. 따라서 특정 시간이 넘어가면 사용 시간과 부정적 효과가 비례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중심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체 중독화는 가속되어 인간으로 하여금 사회 도피 성향을 자극하고, 무관심 상태를 촉발하며 비판 의식조차 미미하게 할 것이다.

인간 소외는 이렇게 일어난다. 나를 잃어 버리고 남의 것만을 표방하게 되며, 수동적 인 태도를 가지게 되며 말이다. 그레고르가 인간에서 벌레로 전락한 것은 사실 상승이다. 사회도 발전했다. 발전했지만 발전하지 않았다. 온라인 세계 안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여기 사유를 위한 충분한 시간은 없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의 본질은 어떤 대단한 것뿐만 아니라 여기에도 해당한다.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는 데 있어 우리가 해야할 것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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