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청년 농부, 쉽지 않은 현실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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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청년 농부, 쉽지 않은 현실 〈1098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2.03.14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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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유입을 위해선 정주환경 개선이 필요해

최근 식량 위기가 신안보 위협으로 포섭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농촌 인구 고령화는 오래전부터 국내 식량자급률 저하를 야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정부는 청년 농업인을 양성하며 농촌 인구 고령화 및 감소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귀농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도 귀농은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이라 여기며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을 지니고 농촌으로 내려간 청년 귀농인의 삶은 녹록지 않다고 한다. 이에 본지는 귀농의 현실을 알아보고자 한다. 

 

점차 늘어나는 청년 귀농 인구

지난해 6월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귀농어 · 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촌가구는 345,205가구로 2019년(317,660)보다 8.7% 증가했고, 귀농가구는 12,489가구로 2019년(1,069)보다 9.3% 증가했다. 여기서 귀농인은 읍, 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 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뜻하고, 귀촌인은 이주는 했으나 농사는 짓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시골로 이주한 사람 중에 30대 이하 귀농가구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세대주가 30대 이하인 귀농가구는 2019년보다 12.7% 늘어난 1,362가구였다. 이는 관련 통계 측정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농식품부 경영인력과 신준호 주무관(이하 신 주무관)은 청년 귀농인 증가세에 대해 “30대 이하 귀농가구의 증가는 정책적 유인과 농업의 비전 · 발전가능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지난 2020년 12월에 내놓은 ‘2020년 귀농 · 귀촌 실태조사’(이하 귀농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및 귀촌의 이유에 대해 30대 이하는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을 보고’라는 응답이 39.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순천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엄지범 교수(이하 엄 교수)는 “청년들이 농업에 대해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배경에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화한 것도 있지만, 농산업의 영역이 식품이나 바이오, IT 등과 결합하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청년 창업농 정책 등 청년 농업인 유입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발 맞춘 정부의 귀농 지원책

농식품부는 농업 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도시민들의 귀농을 지원해왔다. 지난 2009년 당시 경기 침체에도 농 · 어업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자 농식품부는 도시민의 귀농 지원을 위한 ‘귀농 · 귀촌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해당 대책에서 ‘귀농 · 귀촌 종합센터’를 설치해 귀농에 필요한 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에 지난 2012년 3월에는 여러 기관 및 지자체에 분산되어 있던 귀농 · 귀촌 지원 업무가 통폐합된 ‘귀농 · 귀촌 종합센터’가 설립됐다. 

귀농 · 귀촌 종합센터는 귀농 및 귀촌을 원하는 이들에게 △귀농설계 △컨설팅 △1:1 맞춤형 귀농 닥터 연계 등 귀농 및 귀촌을 위한 종합상담 및 현장 사례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7년에 귀촌한 유튜브 ‘귀농빚쟁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쨍이 씨는 “각종 교육 스케줄 확인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정책, 지자체별 지원 정책을 확인하는 데 귀농 · 귀촌 종합센터를 많이 이용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창업 자본 및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귀농인에게 다양한 금융 혜택을 지원해 귀농 · 귀촌을 장려하고 있다. 

▲표는 청년 귀농인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약한 것이다. (출처/ 귀농 · 귀촌 종합센터)
▲표는 청년 귀농인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약한 것이다. (출처/ 귀농 · 귀촌 종합센터)

쨍이 씨는 귀농 지원 사업에 대해 “현재 관리하고 있는 딸기 비닐하우스의 농지 · 시설은 농업창업지원을 받아서 구입했다. 다만, 세제지원은 안내가 잘 안 되어서 환급, 영농정착지원금은 받고 있지 않다. 귀농할 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많기는 하지만 정보 수집이 굉장히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도시와는 다른 환경과 주변 사람 때문에 어려움 겪어

이처럼 정부의 지원책은 다양하나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애를 먹거나 귀농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 ‘도시에서 온 총각’ 채널을 운영하는 김동영 씨(이하 김 씨)는 “귀촌을 준비하면서 특히나 집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집도 집이지만 도시와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라고 전했다.

▲표는 귀농 준비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표는 귀농 준비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김 씨의 말대로 30대 이하 귀농 및 귀촌 가구는 귀농 실태조사에서, 영농활동 수행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영농기술/경험 부족(39%) △농지 및 시설 투자자금 부족(30.8%) △운영비 부족(11.9%)을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뿐만이 아니라, 귀농 · 귀촌 준비과정에서 사람으로 인해 피해를 겪는 사례도 존재했다. 쨍이 씨는 “사기꾼들이 많이 접근해왔다. 경험도 적고 나이가 어리다 보니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여긴 것 같다”라며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면서 굉장히 친절하고 도움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그 사람들 소개로 시공 등을 하고 난 뒤 알고 보면 너무 비싼 가격을 지불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주위에 시세를 물어볼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지만 귀농 준비할 때는 주위의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사기당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정부는 귀농인의 피해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관련 사례를 고지하도록 했으며, 귀농자금 부정 수급자 및 방조자 처벌근거를 마련했다. 

 

도시로 되돌아가는  ‘역귀농’ 현상,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귀농 이후 도시로 되돌아가는 ‘역귀농’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귀농 · 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 따르면, 조사기간(2014년~2018년) 중 역귀농 비율은 8.6%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전 동의를 받은 귀농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이기 때문에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통계청이 매년 귀농인수를 발표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양새다. 부산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이한성 교수(이하 이 교수)는 “역귀농을 한다는 것은 귀농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농촌생활 적응과 정착에 실패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서 “얼마나 많은 비율로 역귀농을 하는가에 대한 통계는 귀농정책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역귀농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통계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엄 교수 또한 귀농인 정착을 위한 면밀한 분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역귀농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 미루어 그동안 질적 성장에는 정책적 관심이 높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섬세한 귀농 지원정책 설계를 위해서는 다방면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역귀농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쨍이 씨는 “여러 번 역귀농에 대해 생각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는 있지만,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크다. 농촌의 생활이 고단하고 힘들다는 것을 듣기만 했지 너무 가볍게 생각했고, 도시생활에 비해 불편한 게 굉장히 많다. 노후는 도시에서 보내고 싶다”라고 전했다. 김 씨도 “역귀농 현상에 대해 이해 가능하며, 단순 로망으로 농촌에 들어오기에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많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신 주무관은 “역귀농 통계는 귀농인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최근에는 조사하고 있지 않다”라며 “다만, ‘귀농·귀촌인의 성공적 정착과 농촌사회 발전방안 연구(2011)’, ‘귀농귀촌인의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2018)’ 등 과거 자료에 따르면 7~10%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귀농 현상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묻는 말에는 “농식품부는 귀농 · 귀촌인이 체계적인 사전준비를 통해 시행착오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상담, 교육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교육을 통해 꼼꼼히 알아보고 시도해야

농식품부가 역귀농 현상을 줄이기 위한 정보 제공 차원의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귀농 교육 관련 지표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30대 이하 귀농 가구의 귀농 교육 미이수율은 36.3%로, 약 10명 중 4명은 귀농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교육 이수율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청년 귀농인들의 목소리를 청취하여 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정책 수립자의 입장이 아닌 교육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한 교육내용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엄 교수도 실수요자 중심 교육에 공감하며 “무작정 농업경영에 뛰어들기보다 기초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진입하는 것이 요구된다”라면서 “교육 이수율 제고를 위해서는, 귀농 지원 정책이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정책보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진입 전 단계)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신규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도 귀농 교육 이수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신 주무관은 “귀농 교육 이수율 제고를 위해서 귀농 · 귀촌 박람회 참가,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귀농 · 귀촌 교육을 홍보하고 있으며, 희망자들이 교육에 대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귀농 · 귀촌 통합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농촌의 정주환경 마련도 중요해

청년 귀농인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농촌 내 정주환경이었다. 김 씨는 “귀농 후 정착하는 데까지 도시와 다른 환경이 가장 힘들었다”라며 “다른 것보다 의료시설이 도시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전했다. 쨍이 씨는 “도시생활에 비해 정주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불편한 게 매우 많기 때문에 노후는 도시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지자체들이 시골에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들의 귀농 및 귀촌 유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귀농을 해보니까 정말 눈물 나게 힘들다. 많은 청년들이 무턱대고 귀농하지 않기를 바라고, 자세히 알아보고 심사숙고해서 귀농했으면 좋겠다”라고 충고했다.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농촌 내 정주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주민들의 정주의사 결정은 거주지역의 생활환경 수준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 특히 보건의료, 교육문화, 취업기회 등의 요소는 거주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도시 못지않은 정주환경을 조성해 궁극적으로는 도시 인구를 농촌지역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자녀들의 질 좋은 교육환경이 조성되고 보건의료 인프라가 조성되는 것이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라며 “도시에 살지 않으면서도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현 청년세대(MZ세대)들은 자연스럽게 귀농 · 귀촌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도 “지방소멸, 농촌소멸이라는 용어로 농촌의 위기감을 조성하기보다 문화, 복지 등의 사회적 인프라를 농촌 내 미제공지역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중심지에 몰려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지역의 구석까지 네트워크화하여,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 중 한 가지로, 12개 시군에 시범 도입 예정인 농촌생활권 활성화 정책, 농촌협약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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