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콘텐츠로 바둑의 매력을 알리는 만능 바둑인, 강나연(바둑 98) 동문 〈1097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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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콘텐츠로 바둑의 매력을 알리는 만능 바둑인, 강나연(바둑 98) 동문 〈1097호(개강호)〉
  • 이예은 기자
  • 승인 2022.02.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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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재단법인 한국기원*에서 한국기원 미래교육 콘텐츠팀 팀장과 세계바둑연맹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강나연입니다.
*한국 바둑의 발전을 위해 1954년 설립된 바둑단체.

 

Q. 바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산만한 성격이었어서 저희 아버지가 차분해지라고 동네 바둑 학원을 끌고 갔는데 거기가 ‘권갑용 바둑 도장’이라는 전문 도장이었어요. 이세돌 9단도 나왔고 세계적인 기사들을 배출한 곳이었어요. 취미 삼아 갔는데 워낙 전문적인 도장이어서 계속 바둑을 하게 됐어요.


Q. 바둑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바둑은 기본적으로 영토 싸움인데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에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 같은 지략 게임이죠. 그리고 바둑은 4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단순한 게임이라기보다 문화적, 예술적, 철학적 요소가 깃들어 있고, 하나의 문화로서 오랫동안 사람들한테 사랑받아온 게임이에요.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창조적이고 근사하고 멋진 유희’라고 생각해요.


Q. 바둑의 매력을 꼽자면?
바둑은 매력이 정말 많아요. 가장 큰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거죠. 아이랑 할아버지가 해도 되고, 남녀노소 관계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게임이죠. 또 다른 매력은 첫 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요. 심판이나 다른 개입의 여지 없이 수로서만 승부가 나요. 마지막까지 자기 실력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어떤 경기보다 가장 공정하고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점이 멋있는 것 같아요.


Q. 꾸준히 바둑 관련 일을 하실 만큼 바둑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신 것 같아요.
사실 바둑으로 쭉 간 건 아니에요.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서 전문적인 공부를 했어요. 한국기원에 프로기사가 되기 위한 연구생 제도가 있는데, 제가 연구생으로 공부했지만 프로 기사가 되지는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미생의 장그래처럼 실패한 거죠. 승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지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그만뒀어요. 바둑을 끊었다가 97년부터 우리 대학에 바둑학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그래도 제일 잘해왔던 게 바둑이니까 다시 한번 해볼까?’ 싶어서 진학 후 다시 시작하게 된 경우예요. 그때부터 다시바둑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결국 바둑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냥 평탄하게 바둑을 해온 건 아닌데, 여러 기회가 있어서 바둑 방송이나 바둑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했어요. 우리 대학 바둑학과에서 객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교양 바둑 수업도 했고요. 대결할 때는 바둑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는데 승부를 떠나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바둑의 가치를 더욱 느낄 수 있었고 바둑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Q. 바둑학과는 수업이나 과제가 독특할 것 같은데요, 바둑학과에서만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수업은 ‘사활과 수읽기’, ‘포석과 정석’ 같은 기술에 관련된 과목이 있기도 하고, △바둑 문화 △바둑 경영학 △바둑 심리학 △바둑 마케팅론 △바둑 콘텐츠론 등 바둑과 융합된 다양한 과목들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바둑 문학이라는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에 교수님이 다양한 바둑 소설을 가져오셔서 저희가 그 소설을 읽고 독후감도 쓰는 수업이었어요. 바둑 문학이라는 용어가 생소했는데, 수업에서 읽은 바둑 소설들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고 문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바둑과 문학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바둑 문학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문예창작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했어요.


Q. 강나연 박사님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바둑 외에 다른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대학 생활을 열심히 안 했던 것 같아요. 수업 땡땡이도 많이 치고 놀다가 ‘프로 입단을 다시 해봐야겠다’ 싶어서 휴학하고 연구생으로 다시 들어갔거든요. 뒤늦게 승부를 다시 해봤는데 다른 연구생보다 나이가 있으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다시 학교로 복학 했을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리고 바둑 외에 다른 관심사는 문학이어요. 문창과 복수 전공을 하면서 문학의 세계에 푹 빠져있었죠. 문창과 수업도 너무 재밌게 들었고 당시 교수님들도 너무 좋으신 분이었어요.


Q. 대학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바둑학과에서 해외 바둑 보급에 대해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분을 따라 유럽 바둑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세계 바둑 연맹에는 77개국의 나라가 가입되어 있는데, 유럽에서 매년 나라를 바꿔가면서 바둑 축제를 하는 거예요. 바둑학과 학생들과 함께 여러 번 갔었어요. 한번은 러시아에서 대회가 열렸는데, 제가 남녀페어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했어요. 게다가 바둑은 말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거든요. 바둑을 ‘수담’이라고도 하는데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는 뜻이에요. 말이 안 통해도, 영어를 못해도 바둑으로 세계 여러 친구들 과 어울릴 수 있는 거죠. 정말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Q. 바둑학으로 석사과정을 거쳐 문예창작학과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학부 시절에 문예창작학과 복수 전공을 했잖아요. 그래서 바둑학과 석사 과정 주제로 ‘현대 바둑 소설의 특징 및 주제에 관한 연구’를 공부했어요. 석사학위를 바둑문학에 관한 것으로 받았고, 당시 바둑학과에는 박사 과정이 없어서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다른 학과를 택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문예창작학과로 박사 과정을 거쳤어요. 처음에는 문창과 교수님들도 조금 의아해하셨는데 좋은 교수님을 만나 많이 도와주셨어요. 신수정 교수님이 지도 교수님까지 해주셔서 논문 쓸 때 많이 도와주신 은인 같은 분이에요.


Q. 바둑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기획, 제작 등에 참여하셨어요.
전공을 살려서 바둑 스토리텔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소설을 쓸 정도의 문학적인 내공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해서 스토리텔링으로 바둑의 재미와 가치를 알리고 싶었어요. 바둑 관련 일을 하며 관심을 갖다 보니 좋은 인연과 기회들이 생기더라고요.

 

Q. 바둑영화 ‘스톤’ 기획 및 특별출연을 하기도 하셨고 드라마 ‘미생’의 바둑 자문위원을 맡기도 하셨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바둑TV에서 캐스터로 진행을 했을 때, “이세돌 9단이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계속해나가고 있는데 마치 제가 읽은 바둑 소설 ‘승부’에 나오는 소설의 주인공 같네요”라는 멘트를 한 적이 있어요. ‘승부’의 저자이자 바둑영화를 준비 중이셨던 조세래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기억해주셔서 바둑영화 ‘스톤’ 기획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미생’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바둑TV 쪽에 바둑 자문위원을 소개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PD님이 제가 문예창작학과로 전공한 걸 알고계셔서 연결을 해 주셨어요.


Q. 바둑영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스톤에서는 기획을 맡았다보니 특히 섭외를 담당했어요. 저예산 영화라 제작비가 얼마 안 됐었기 때문에 출연진, 장소 섭외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출연진 섭외는 고맙게도 바둑학과 후배들이나 프로기사분들, 바둑계 사람들이 출연료 없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죠. 장소 섭외도 지인들 도움을 받고 아버지 교회에서 촬영하기도 했어요. 미생에서는 바둑 기보가 연출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저는 바둑 기보를 세팅하는 역할이었어요. 바둑 모양을 어떻게 넣을지, 잡는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바둑에 관해서 기술적 자문을 담당하는 자문위원이었죠.


Q. 바둑 콘텐츠 관련 일을 하시면서 뿌듯한 순간이나 재미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때인가요?
제가 『바둑전쟁 신들의 게임』이라는 바둑 만화를 집필, 감수했는데 작년에 10권으로 완간했어요. 제가 바둑 관련 스토리 구성과 바둑 모양을 만드는 작업, 내용 감수까지 참여해서 애착이 많이 가고 보람을 많이 느꼈던 작업이었어요. 특히 주위에 바둑 학원을 운영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바둑 학원에 새로 온 아이한테 바둑을 왜 배우냐고 물으니까 이 만화를 보고 재미있어서 배우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더라고요. 내가 만든 만화를 보고 아이들이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해요.

▲사진은 강나연 동문이 집필한 ‘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사진이다.(출처/ 주니어 김영사)
▲사진은 강나연 동문이 집필한 ‘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사진이다. (출처/ 주니어 김영사)

Q. 바둑과 관련된 콘텐츠를 볼 때 재미있게 또는 중요하게 보게 되는 부분이 있나요?
바둑이 가진 가치와 깊이를 잘 표현해냈는지를 가장 주의깊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웹툰 미생이 바둑의 매력들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재미 위주의 콘텐츠도 바둑 보급에 일조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둑의 가치와 매력을 끄집어내주는 콘텐츠였어요. 저도 그 이후로 그런 부분을 더 생각해보게 됐어요.


Q. 박사님께서 삶에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아직 그 순간이 안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지금까지 중에서 고르자면, 한국기원에 들어온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기원에 바둑 아카데미라는 부서가 생겼는데 소장님께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셔서 들어오게 됐어요. 한국기원에서 일하면서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하게 됐고, 특히 올해는 미래 교육 콘텐츠 팀이 생겨서 바둑교육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Q. 현재 계획 중이거나 진행중인 바둑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바둑 애니메이션이나 바둑 교과서, 바둑 게임 등을 제작하려고 하고 있고, 세계적인 시장으로 진출해 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요즘 중동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이나 체스게임을 대대적으로 가르치려 하고 있다고 해요. 한국기원에 사범 파견을 요청할 정도로 세계 바둑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세계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보려고요.


Q. 박사님께 바둑이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어쩌면 많이 부족했던 저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 고마운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가치있게 만들어줬으니까 저 역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바둑의 가치를 알리는데 평생 열정을 쏟아붓고 싶어요.


Q. 바둑을 사랑하는 바둑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더 많은 어린이들과 우리나라 국민들, 나아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바둑으로 즐겁게 수담을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바둑 보급에 일조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명지대 후배님들! 꿈을 크게 가지시고 즐겁게 꿈을 향해 달려가시길,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하다 보면 좋은 일,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고, 그 다음엔 내가 기회를 만들어 누군가를 이끌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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