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인간중심주의? NO, 생명중심주의 YES! 〈1097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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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인간중심주의? NO, 생명중심주의 YES! 〈1097호(개강호)〉
  • 박새롬 기자
  • 승인 2022.02.2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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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샵과 동물보호법을 중심으로 동물권을 살펴보다

반려동물,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반려 인구는 지난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반려동물은 ‘애완’이 아닌 ‘반려’의 개념으로 인간의 삶에 함께하는 가족 구성원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思考)의 성숙함과 인식의 흐름에도 동물권 보호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 동물권의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애완’과 ‘반려’, 어떤 차이일까?

‘애완(愛玩)’ :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랑하는 장난감’을 뜻한다. 그 중 ‘완(玩)’이라는 글자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뜻하는 ‘완구(玩具)’에서도 쓰인다. 즉, ‘애완’동물은 갖고 노는 장난감과 같은 존재이며, 애완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행위의 주체가 되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동물은 그저 대상일 뿐이어서 사람이 좋아하면 데리고 있고, 싫어지면 버리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려(伴侶)’ : 짝이 되는 동무.

두 글자 모두 ‘동반자’를 뜻한다. 순우리말로 ‘짝’이다. 그 중, ‘반(伴)’이라는 글자는 人 (사람 인)과 半 (반 반)이라는 한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한자다. 이는 나의 반쪽이라는 뜻으로 짝꿍, 반려자를 떠올릴 수 있다. 즉, ‘반려’동물은 나의 동반자, 나의 생을 함께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반려의 주체는 사람과 동물 모두이며, 어느 한쪽이 종속된 것이 아닌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의지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애완’이라는 표현의 사용이 지양되고, ‘반려’ 개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의 언어적 변화는 동물권의 증진은 물론, ‘펫(pet)’에 대한 인식과 펫 시장의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캠페인 전략팀 김나연 활동가(이하 김 활동가)는 “언어 표현에서의 변화는 시민이 동물을 어떤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의 변화와 일치한다. 동물이 인간의 선호로 인해 가까이 두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이라는 인식의 변화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진보하는 동물권의 후퇴를 야기하는 ‘펫숍’

이렇듯 동물에 대한 성숙한 사고와 생명 존중 의식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동물권의 증진을 방해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펫숍(pet-shop)’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경로는 △온 · 오프라인의 펫숍 △가정견 분양 △유기 동물 입양 등이 있다.

(출처/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출처/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입양 경로는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받음이 57%로 가장 많았고, 펫숍에서의 구매가 18.6%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동물보호센터나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분양받은 경우는 각각 3%와 1.8%로 적었다.

그러나 동물권의 증진으로 ‘펫숍’의 존재는 많은 동물 단체의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펫숍에서 볼 수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동물들은 말 그대로 ‘동물공장’으로부터 온다. 이 공장에는 동물들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아주 좁은 철장들이 여러 개 놓여있다. 그리고 이 철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 곁에는 배설물과 세균, 먼지뿐이다. 이곳에 갇힌 동물들은 자연교배가 아닌 비정상적인 교배를 강제당하고 있다. 강아지 공장의 경우, 암컷에게 발정유도제를 투여해 평균적으로 1년에 3~4번 정도 교배가 진행되며, 교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수컷의 정자를 뽑아 암컷에게 주입하는 인공수정의 방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생후 30~35일이면 경매장에 가게 되며, 낙찰된 동물들은 곧장 펫숍으로 향하게 된다. 

김포의 한 강아지 농장주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강아지의 경우 10마리당 3~4마리는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김해에서는 7년간 고양이 대규모 번식을 통해 경매장이나 인터넷에 판매한 불법 고양이 공장이 적발되기도 하였다. 이 공장에서는 병든 고양이에게 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입해 불법으로 자가 진료를 하면서까지 비윤리적 번식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동물공장의 동물들은 좁은 철장 안에 갇혀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평생토록 강제적인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철저히 상품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윤리적,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분양되는 곳이 바로 펫숍이다.

 

‘사설 보호소’라 불리는 신종 펫숍, 괜찮을까?

그런가 하면, 보호소와 보육원을 표방하는 신종 펫숍도 등장했다. 신종 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스스로를 사설 보호소라 말하며 ‘파양비’와 ‘입양비’를 요구한다. 반려동물이 입양갈 때까지 돌봐준다는 명목 하에 보호자에게 수백만 원의 파양 비용을 요구하고, 소유권을 포기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또한 파양 비용을 챙긴 이들은 파양된 동물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고 ‘파양동물 분양’ 광고를 하며, 입양자에게는 입양비를 받아 동물들을 비싸게 되판다.

▲신종 펫숍의 반려동물 파양 및 입양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출처/ 동물자유연대)
▲신종 펫숍의 반려동물 파양 및 입양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출처/ 동물자유연대)

이러한 신종 펫숍의 영업 방식은 법을 교묘히 피해간다. 「동물보호법」은 동물판매업을 포함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들에게 일정한 기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 펫숍은 동물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동물판매업과 달리 ‘돈을 받고’ 동물을 데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판매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종 펫숍은 법적으로 정해둔 시설과 인력을 갖추지 않더라도 법적 제재를 받기 힘들다. 또한 신종 펫숍은 파양 당시 파양 계약서 및 동의서, 소유권 포기 각서 등 다양한 문서를 작성하지만, 여기에 신종 펫숍의 의무는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보호자들은 파양한 반려동물이 보호받고 좋은 가족을 만나기를 바라며 수백만 원의 파양 비용을 지불하지만, 계약서에 신종 펫숍의 의무는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파양된 반려동물이 입양을 언제 어디로 갔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종 펫숍의 피해자 A 씨는 동물자유연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시는 어머니께서 폐암 선고를 받으셔서 반려견 별이를 대신 ‘강아지 요양원’이라 하는 신종 펫숍에 맡겼다. 금방 입양을 갔다고 해 잘 지내는지 물었으나 소식을 알려주지 않았다. 얼마 뒤, 별이가 지역 동물 병원에 유기 동물로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인지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펫숍은 묵묵부답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신종 펫숍은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법을 판매 전략으로 삼고 있다. ‘유기 동물 입양’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유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을 지속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선한 마음의 시민을 동물 생산-판매-소비의 유통과정에 포함시켜 동물 학대에 가담시키게 하는 것도 문제이고, ‘보호소’라는 이름을 가지고 동물을 착취·학대하고 있는 것 또한 큰 우려지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빈틈많은 「동물보호법」, 동물들 구할 수 없어

동물복지보호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 · 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물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물보호법」 제7조는 동물을 사육 · 관리하는 데 있어 준수해야 할 일반적인 기준을 규정하였으나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제 7조가 의무 조항이 아닌 권고 조항에 불과한 것은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임으로 인해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을 예방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 8조에서는 동물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열거하며 위와 같은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지만, 동물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료와 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2017년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0년 8월부터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관리 ·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가 금지 행위로 추가됐지만,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동물 학대로 보지 않아 의무 이행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법의 허술함 때문에 지난해 7월, 여주에 있는 한 개도살장에는 60마리의 개가 있었지만, 15마리의 개만 ‘피학대 동물’로 판단돼 긴급 보호 조치가 내려졌고, 나머지 45마리는 학대를 받은 동물로 인정받지 못했다.


본보기가 될 해외 동물보호법의 사례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김 활동가는 “「동물보호법」의 개정에 앞서 좀 더 큰 단위로의 도입이 필요하다. 동물을 누군가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얻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 과제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또한 더 상세하고 촘촘히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출처/ 인스타그램)
(출처/ 인스타그램)

최근 SNS에서는 #사지말고입양하세요 라는 해시태그를 건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벌써 417만 건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은 유기 동물 입양을 독려하고 권장하는 캠페인으로 유기 동물의 증가를 야기하는 펫숍 소비를 지양하며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유기 동물 입양 시 보호자의 환경과 책임감 등을 확인 후 입양해 동물들이 재유기되는 사례를 줄여나가고 있다.

 
생명중심주의를 주장한 슈바이처 박사는 “모든 생명은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므로 인간은 모든 생명에 대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라고 말한다. 인간이 소중한 만큼 동물 또한 소중하다. 그러니 우리 모두 펫숍보다는 유기 동물 보호소를 통해 새로운 반려 가족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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