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는 있어도 뜻은 모르는 현대인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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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는 있어도 뜻은 모르는 현대인 〈1093호〉
  • 이예은 기자
  • 승인 2021.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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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도 문해력 부족한 우리 사회

“금일은 금요일 아닌가요?”, “사흘은 4일 아니었어요?”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단어들이다. 오늘을 뜻하는 ‘금일(今日)’은 금요일의 줄임말로 착각하고, 3일을 뜻하는 우리말인 사흘은 4일로 착각해 4흘로 표기하기도 한다. 4흘 표기는 인터넷 기사 제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금일, 사흘 외에도 ‘이지적이다’, ‘고지식하다’와 같은 말을 아는 게 상식인지 아닌지 온라인상에서 의견이 나뉘며 현대인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문맹과 다른 문해력

실질적 문맹, 현대판 문맹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은 문맹이라고 하는데, 2008년 국립국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약 1.7%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마저도 60대 이상 노년층이 주로 문맹에 해당한다. 사실상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비율인 기본 문맹률을 의미한다. 실질적 문맹은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만이 아니라 글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글을 얼마나 이해했는지가 중요한 문해력 수준은 문맹률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글을 읽을 순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면 읽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문해력 저하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2021년 3월 EBS에서 방영한 교양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에서 고등학생의 어휘 수준을 보여주었는데, 고등학교 수업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뜻을 모르는 단어가 평론, 위화감, 가제, 기득권 등 9개 정도였다. 이외에도 수업에 쓰이는 단어를 몰라 난감해하거나 직장에서 업무에 불편을 겪는 사례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심각한 문해력 수준이 드러났다.

 

실제 문해력 수준은?

그렇다면 실제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EBS에서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평가를 실시한 결과, 미달 수준은 27%, 적정 수준은 35%, 초과 수준은 38%였다. 미달 수준 27% 중 11%는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만 15세 학생의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의 성취와 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시행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2018년 우리나라 학생의 읽기 수준은 514점으로 전체 참여국중 6~11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487점보다 높은 점수지만, 2006년 평균 556점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한 이후 우리나라 읽기 점수는 꾸준히 하락했다.

성인의 문해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만 18세 이상 1만4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3차 성인 문해 능력조사’에서 약 4.5%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문해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통계는 노년 인구를 포함한 결과이기 때문에 청년 세대의 문해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청년 세대도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 청년 세대와 성인의 문해력 저하 현상이 화제가 되면서, 지난 3월 EBS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 측에서 대한민국 성인 문해력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성인 남녀 88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문해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에서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 72.6%가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문해력이 사회생활에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87.9%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일상생활에서 문해력 저하를 느끼는 성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함께 진행된 문해력 평가는 15분간 11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문해력 평가 결과, 성인 883명의 평균 점수는 54점으로 11문제 중 평균 6개 정도 정답을 맞힌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월 EBS 이 실시한 문해력 테스트 문항 중 일부이다. (출 처/ EBS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
▲사진은 지난 3월 EBS 이 실시한 문해력 테스트 문항 중 일부이다. (출 처/ EBS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

 

문해력 저하, 그 이유는?

요즘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문해력 저하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나 책에서 사용된 어휘들은 평소 자신의 환경에서 사용하지 않아 정확히 뜻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한자어나 순우리말 등 기존에 흔히 써왔던 말을 포함해, 영어 단어로는 자주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우리말로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독서 부족으로 인한 어휘력 하락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 연간 독서량은 6.1권이었으며, 성인 독서율은 55.7%로 나머지 44.3%는 1년 동안 독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는 미디어 사용 증가이다. 동일 조사에서 성인의 독서 장애 요인을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29.1%)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처럼 미디어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 소리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 이후부터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을 때 빠르게 필요한 부분만 훑어 읽는 방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글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보 검색 및 활용하면서 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증가해왔다. 특히나 청소년들은 정보를 찾을때 유튜브에 검색해 영상자료를 찾는다. 이러한 현상을 증명하듯, 인터넷 에서 ‘(긴 글 주의)’라는 경고가 붙은 제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금만 길어지는 글에는 어김없이 ‘3줄 요약 좀’이라는 댓글을 볼 수 있다. ‘TL;DR’ 라는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도 있다. ‘Too Long; Didn't Read(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처럼 길어서 읽지 않는 세대들을 위한 서머리 콘텐츠 산업이 등장하면서 책이나 영화, 드라마, 스포츠까지 대부분의 콘텐츠를 짧게 요약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긴 기사는 카드뉴스로 만들거나 AI를 이용해 자동으로 3줄 요약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윤용선 교수(이하 윤 교수)는 “문해력은 경험을 통해서 향상되는 부분이 큰데, 젊은 세대의 경우 완결성이 높은 글을 읽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지나 영상과 같이 즉각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크다는 점도 원인의 하나라고 보인다”라고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꼽았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문해력, 디지털 리터러시에도 필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디어의 사용이 쉬워지며 굳이 긴 글을 읽을 이유도,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등을 비롯해 일상 생활에서 문해력은 필수적인 능력이다. 지난달 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1,31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문해 · 어휘력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와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89.4%가 ‘학창 시절에 비해 문해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보고서나 기획안 등 비즈니스 문서를 읽을 때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0.8%에 달했다. 업무 중 문해력 부족으로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에서 19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MZ세대 직원의 국어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부족하다’라고 답한 비율이 56.5%에 달했다. 그 중 부족한 국어 능력으로 ‘어휘력’(55.6%, 복수 응답)과 ‘맞춤법’(41.7%) 등을 꼽았다. 이처럼 기업에서도 청년 세대의 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문해력이란 더 이상 책이나 문서 등의 활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에도 문해력은 필수적이다.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사진, 영상, 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하는데, 정보 홍수 속 미디어를 통해 습득된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처리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평가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과 사기성 전자우편(피싱 메일)을 식별하는 역량 평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 세대에서 피싱 메일, 가짜뉴스 등 잘못된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이 부족하 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발표한 「피사(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서 OECD는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언론인이나 발행인이 될 수 있지만, 정보의 참과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21세기의 문해력은 지식을 스스로 구축하고 검증하는 능력”이라며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을 밝혔다.

 

 

꾸준히 문해력 위한 노력 필요해 … 

윤 교수는 “문해력이 떨어지면 깊이 있고 체계적인 사고와 표현이 어렵게 되며,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외부의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깊이 있는 정보 전달과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적인 일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광고나 정치 선전 같은 콘텐츠에 쉽게 현혹되기 쉽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할수 있다”라고 말했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실시한 성인 문해력 설문 조사 결과 또한 문해력 향상을 위해 ‘꾸준한 독서’(48.5%), ‘신문기사 정독’ (22.5%)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꾸준한 독서 등을 통해 문해력을 향상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문해력 저하는 일상생활에서 올바른 정보습득과 활용을 방해하고, 글을 잘못 이해해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더불어 일반적인 활자 정보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정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되는 문해력 향상을 위해 의식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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