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만으로도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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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만으로도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 〈1091호〉
  • 박새롬 기자
  • 승인 2021.09.12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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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한 끼만 채식해도 온실가스 감소 효과 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건강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사람들이 환경에 더 관심을 가지게끔 만들었다. 이상 기후가 빈번히 일어나고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채식이 환경 보호에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채식과 환경 보호는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환경위기시계, 9시 46분을 가리키다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서부는 6월 내내 ‘열돔(heat dome)’에 갇혀 타들어 갔다. 최고 기온이 섭씨 40~50도에 달하는 날이 연이어 나타났고, 지역별 사상 최고 기온 기록도 모두 갈아치웠다. ‘세계 기상 원인 분석(WW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 27명은 “이번 열돔 현상은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큰 사건”이라며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150배 높아졌다”라고 지적했다. 대기 과학자 조천호 박사(이하 조 박사)는 “기온 상승은 지구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려 기후를 변덕스럽고 가혹한 상태로 만든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종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마실 수 있는 물, 적절한 식량, 안락한 거주지가 불안정해진다. 기온 상승은 그만큼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위기 시계는 현재 9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 위기 시계란 매년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시각으로 알리는 환경 오염 지표다. 0시~3시는 양호, 3시~6시는 불안, 6시~9시는 심각, 9시~12시는 위험 수준으로 구분한다. 환경 위기 시계가 나타내는 12시는 ‘인류 생존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으로 ‘인류의 멸망 시각’을 의미한다. 이제 12시까지는 단 2시간 12분밖에 남지 않았다. 2017년에 9시 9분이었던 환경 시계가 몇 년 사이 37분이나 지난 것을 보면 우리의 환경 위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MZ세대의 플렉시테리언 증가

이렇게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을 위해 채식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채식 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만에 10배가 늘어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유연하게 채식을 하는 ‘플렉시 테리언(flexible + vegetarian)’들이 있다. pmg 지식엔진연구소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플렉시테리언이란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를 이른다. 2030세대가 주축인 MZ세대는 환경 오염 문제에 민감한 편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4월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6%가 환경을 위해 음식 · 식사 관련 습관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습관 유형(*복수응답) 중 27.4%가 채식과 육식을 병행하는 간헐적 채식을, 9.0%가 지속적인 채식을 실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직장인 A 씨는 “처음 시작은 제로 웨이스트였다. 제로 웨이스트의 다양한 실천 방법을 찾아보던 중에 우연히 육식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육식 소비를 줄이는 것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Meat Free Monday’ 캠페인에 동참하여 일주일 중 월요일 하루는 채식을 하는 플렉시 테리언으로 살아가고 있다”라며 “유럽 일부 국가에선 Veganuary, 즉 1월을 채식하는 달로 정해두고 실천하는 사람도 많은데,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즉, 엄격하고 금욕적인 식단 제한 대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실천하는 셈이다.

 

2030을 주축으로 시작되는 환경 보호

한편, 2030세대의 청년들이 주축이 된 환경단체도 있다. 바로 기후변화청년모임인 '빅웨이브'다. 빅웨이브는 기후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하여 논하고 행하는 청년 네트워크로 청년들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사진은 빅웨이브가 921기후위기비상행동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출처/ 빅웨이브 홈페이지)
▲사진은 빅웨이브가 921기후위기비상행동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출처/ 빅웨이브 홈페이지)

 

주로 20~30대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2019년 베란다 텃밭, 비건 쿠킹클래스 등의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모색하는 올식(All 食)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푸드 마일리지(탄소 발자국, 물발자국)가 큰 기존의 식습관을 돌아보고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식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빅웨이브는 이렇게 실생활의 작은 실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빅웨이브가 진행한 올식(All 食) 프로젝트 포스터다. (출처/ 빅웨이브 홈페이지)
▲사진은 2019년 빅웨이브가 진행한 올식(All 食) 프로젝트 포스터다. (출처/ 빅웨이브 홈페이지)

지난해 9월부터 빅웨이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소진 씨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시간에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을 읽고 처음으로 비거니즘에 관심이 생겨 '페스코 베지테리언*' 단계를 시작했다. 처음엔 얼마가 됐든 하고 싶은 기간만큼만 지속할 생각이었지만, 크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혼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 빅웨이브에 들어오게 됐다”라며 “다들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다양한 가치들이 지속 가능하 려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먼저 지속돼야 한다. 환경 보호가 더이상 그저 번거로운 활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라고 여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채식을 하면서 유제품, 가금류의 알,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채식과 육식의 대비되는 환경 효과

이렇게 2030 청년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채식이 과연 환경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채식환경운동단체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청 직원 1,830명에게 1년간 주 1회 점심을 채식 식단으로 제공한 결과, 30년생 소나무 7만 그루를 심은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 산하 588개 공공급식소에서 주 1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자, 온실가스 감축량은 30년생 소나무 755만 그루를 심은 효과에 해당되고, 이는 종로구 일반 가정 45%의 연간 전기 사용량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은 채식으로 식단을 바꿀 경우 개인이 음식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3분의 2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옥스퍼드 마틴스쿨 연구진(이하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식단을 따르는 경우 △단계적 채식을 하는 경우 △완전 채식을 하는 경우, 총 3가지 식단 시나리오별로 2050 년까지 경험할 수 있는 환경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2050년까지 모든 사람이 단계적 채식을 하는 경우 식품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60%, 완전 채식으로 전환한다면 70%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땅을 자연에게 돌려줌으로써 목장의 80%를 초원과 숲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따라서 연구진은 지구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이는 곧 생물 다양성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 반대로 육식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Reducing food’ s environmental impacts through producers and consumers, 2018)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에서 나온다. 육류, 양식업, 달걀, 유제품 등의 동물성 식품이 전 세계 농지의 83%를 소비하며, 모든 동물성 제품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56~58%가 식품에 해당한다.

▲식품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 2018)
▲식품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 2018)

 

그런데 식품의 종류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이 다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은 소고기로, 이는 소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땅과 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가 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30배 높은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조 박사는 “인간이 증가시킨 온실가스는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다섯 개와 같은 에너지를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1998년 이후 약 30억 개의 원자 폭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이미 지구에 가두고 있다.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열이 끊임없이 축적되므로 오늘 뜨거움에 더해져 내일 더 뜨거워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세계는 지금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먼저 붉은 고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육류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독일에서는 육류 제품 판매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독일은 서구 사회에서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로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들이 130만 명에 달하며, 독일 전체 인구 8,200만 명 중 800여만 명이 베지테리언으로, 이 수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 푼케(Funke) 미디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6.4%가 이 법안을 지지했고, 3분의 1 이상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을 '비건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은 기후 위기를 위해 캠퍼스에서 소고기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교육부 행사에서 채식이 기본식단이며, 고기나 생선은 요청할 때만 제공된다. 네덜란드 '국립 공중보건 및 환경 연구소'는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일 것을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고기없는월요일’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고기없는월요일 캠페인은 비틀즈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유럽의회에서 ‘육식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Less Meat, Less Heat)’는 슬로건으로 환경 캠페인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한국고기없는월요일(Meat Free Money Korea)’로 활동 중이다.

▲사진은 비틀즈 전 멤버 폴 매카트니가 ‘Meat Free Monday’ 캠페인 동참을 격려하는 사진이다. (출처/ paulmccartney.com)
▲사진은 비틀즈 전 멤버 폴 매카트니가 ‘Meat Free Monday’ 캠페인 동참을 격려하는 사진이다. (출처/ paulmccartney.com)

 

기후 위기, 채식으로 극복하자

조 박사는 “기후 위기보다 인류에게 강력한 제한을 가하는 지배적인 조건은 없다. 기후 위기는 문명 자체의 위기이므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는 파국적인 상황에서 도리어 새 세상을 열 수 있는 변혁의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작은 실천이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충분하기에 많은 나라와 개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기후 위기가 재앙의 문턱까지 다가온 가운데,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기후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끼 정도만 채식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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