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에도 짝퉁이 있다고?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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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제품에도 짝퉁이 있다고? 〈1090호〉
  • 김주리 기자
  • 승인 2021.08.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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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척'하는 '그린워싱' 조심하세요!

현재 우리는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에 살고 있다. 필(必)환경이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2019 트렌드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처럼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 환경과 관련된 해시태그를 검색해 봤다. #친환경(45.1만) #제로웨이스트(25.7만) #업사이클링(12.1만) #플로깅*(4.5만) 등, 환경과 관련된 해시태그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또한 환경부에서 제공한 「2019 친환경 제품 및 정책 국민인지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국민들의 ‘환경문제 및 친환경 제품 관심도’는 각각 94.2%와 91.5%로 굉장히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친환경 제품 구매 경험’은 2013년(58.4%)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87.8%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 시장 규모는 10년을 주기로 2001년에는 1.5조 원, 2010년에는 16조 원, 2020년에는 30조 원으로 급속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플로깅: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녹색으로 세탁하는, 그린워싱

한편,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척’만 하는 제품도 많아지고 있다. 환경 마케팅 회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에 따르면, ‘위장환경주의’라고도 불리는 ‘그린워싱’은 Green(녹색)과 Whitewashing(세탁)의 합성어다. 이는 상품 등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 · 광고 등을 허위 및 과장 광고해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병규 교수(이하 김 교수)는 “그린워싱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한국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환경 보호에 대한 실질적 기여 없이 그린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가령, 환경 보호 활동에 들어간 비용보다 이 활동을 홍보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면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그린워싱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지속가능연구소 김민석 소장(이하 김 소장)은 “우리 사회에 그린워싱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이나 조직의 ‘책임’과 ‘정의’의 부재 때문이다”라며 “기업과 조직은 자신들의 활동으로 인한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러한 책임이 결여된 탓에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결론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정의로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낮아 그린워싱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

지난 4월, 국내 화장품 기업 I사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화장품 공병을 분해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는 “페이퍼 보틀이라고 해서 구입한 상품을 뜯어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나왔다”라며 “소비자 기만이자 사기”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I사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실제로 제품 겉면에는 ‘Hello, I a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용기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제품은 종이로만 만든 게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해 만든 용기였다. 제품 뒷면에 플라스틱 사용 사실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 소비자가 100% 종이 용기라고 착각할 만큼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살충제, 방향제, 클리너 등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 S사는 2008년 가정용 세척 제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 S사는 해당 제품에 ‘그린리스트 (greenlist)’ 라벨을 부착했으며, ‘100% 재활용된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들 어진 세계 최초의 무독성 병’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S사는 해당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허위 광고한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위스콘신주에 고소당했다. 그린리스트는 공신력 있는 제3자에 의해 인증받은 라벨이 아닌 S 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라벨이었고, 제품 성분에 사람, 동물, 환경에 해로운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캡슐 커피 브랜드로 유명한 기업 N사는 매년 최소 8,000톤의 알루미늄 캡슐을 생산한다.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써야 하고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8톤’에 달한다. 하지만 N사는 자신들의 커피 한 잔에는 많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담고 있다고 광고한다. N사는 알루미늄을 재활용할 경우 원래 알루미늄 캡슐을 생산할 때 쓰는 에너지의 5%만이 필요하며, 자사 알루미늄 캡슐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사는 사용하는 알루미늄 캡슐에 대한 처리와 수거를 오로지 고객에게 맡겼고, 수거되는 알루미늄 캡슐의 양과 재활용되는 알루미늄 캡슐의 양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I사의 화장품 공병
▲I사의 화장품 공병
▲N사의 캡슐 커피
▲N사의 캡슐 커피
▲그린리스트 라벨을 붙인 S사 제품
▲그린리스트 라벨을 붙인 S사 제품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그린워싱은 학술적으로 검증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쓰이는 하나의 공통된 판단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린워싱에 대한 가장 선제적인 연구를 한 테라초이스에 따르면, 그린워싱은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 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 라벨의 총 7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위의 7가지 유형은 테라초이스가 2007부터 2009년에 걸쳐 그린워싱 조사팀을 꾸려 친환경성을 표시 · 광고하는 상품의 품질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해 2009년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화장품 기업 I사의 사례는 애매모호한 주장에 해당하며, 자체 인증 라벨을 붙인 S사의 사례는 거짓말과 부적절한 인증 라벨에 부합한다. 또한 알루미늄 캡슐의 재활용 수치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N사의 행위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그린워싱 사례이다.

▲2012년에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행한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및 개선」에 첨부된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
▲2012년에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행한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및 개선」에 첨부된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

「그린 워싱에 대한 환경정보 제공이 시민의 친환경 상품에 대한 신뢰성과 구매 의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저자 김대희는 “그린워싱은 △친환 경 제품 시장의 공정한 경쟁 구도 형성을 저해하고 △기업의 친환경 제품 개발 의지를 꺾으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해외에서는 예전부터 그린워싱과 관련된 규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1992년 처음 발행된 ‘그린가이 드’는 1996년, 1998년, 2012년 총 세 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진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FTC는 기업 광고가 그린가이드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을 기소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등 그린워싱 제품의 시장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FTC는 제품에 소비자들의 오해를 살만한 잘못된 친환경 인증 라벨을 붙인 5개 민간 인증기관과 32개 기업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그린가이드가 법적인 지위를 가지진 않지만, 지침을 어길 경우 수백만 달러 수준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들도 그린워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한편, 과거 우리나라는 별도의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환경 공인 인증을 받는 것 또한 기업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린워싱을 막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작년 12월에 환경부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시행령 제22조의 10(부당한 표시 광고 행위의 세부유형)은 △거짓 · 과장의 표시 · 광고 △기만적인 표시 ·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 · 광고 △비방적인 표시 · 광고의총 4가지 구체적인 그린워싱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노력도 필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부는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린워싱을 방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그린워싱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즉, 이는 정부 · 개인 · 기업의 노력이 모두 필요함을 의미한다.

청년 비영리단체 ‘통감’이 지난 13일에 주최한 ‘그린스쿨: 통감, 1차 간담회’에서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송유진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제품의 큰라벨에 현혹되지 말고 안에 있는 시험성적서 등의 내용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라며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도 (그린워싱에 대한) 배경지식은 물론 제품을 잘 골라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진정한 친환경 소비 생활을 하기 위해선 이 같은 (배경지식을 활용한) 실천이 필수”라고 말했다. 즉, 그린워싱 제품을 걸러낼 수 있는 ‘친환경 소비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린워싱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소비자와 언론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와 언론이 기업의 환경 관련 활동이 그린워싱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시작하면, 기업도 그린워싱을 하기 어렵다”라며 “소비자와 언론으로서는 기업의 다양한 환경 관련 활동들이 실질적 기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마케팅적인 활동인지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관련 자료를 정부에 요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제품 환경성 표시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해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그린워싱 신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어린이 용품에 구체적인 △근거 △설명 △범위 없이 △인체 무해 △무독성 △무공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제품이 신고 대상이다. 캠페인 또한 소비자가 그린워싱 제품을 직접 신고하게 함으로써 친환경 소비 역량을 키우게끔 유도하고 있다.

김 소장은 “최근 ESG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외치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린워싱과 같은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사회는 절대 불가능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린워싱의 주체는 ‘사회적 책임’과 ‘정의로움’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의 노력도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정부와 개인, 그리고 기업의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그린워싱은 우리 사회에서 추방될 수 있다.

* ESG 경영: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 사회(Social) ·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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