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사서 먹는 시대인데, '잠'도 살 수 있지 않나요?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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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사서 먹는 시대인데, '잠'도 살 수 있지 않나요? 〈1089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1.08.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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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에 더해 올해 여름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더운 나날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잠 못 드는 밤’을 지새우고 있다. 국가정신건강서비스포털 의학정보에 따르면, 수면은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 및 근육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 · 저장하며 재생한다. 이를 통해 피로에서 회복할 뿐 아니라 △ 뇌 △심혈관 △위장관 △호흡 △면역 △내분비 △대사 △성 기능 등의 생체 기능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수면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활동이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이하 김 교수)는 “수면 부족은 신체 건강 및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라고 말하며, “7~8시간보다 수면시간이 적은 경우 특히 6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전반적인 사망률이 높으며, 연구가 더 필요하기는 하지만 심뇌혈관 질환의 증가와 연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 대학 교육학과 임지숙 교수는 “수면 부족은 정서조절의 곤란을 불러와서 부정적인 정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인 태도도 증가한다. 또한, 스트레스 대처에도 취약해지고 우울감도 심해질 수 있다”라고 수면 부족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면의 질적 측면을 놓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잠 못 드는 사회

지난 3월 19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헬스 테크놀로지 기업 필립스 (Philips)가 총 1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수면 시간은 전체 응답자 평균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이고 주말 평균 수면시간은 7.7시간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7시간, 주말은 7.4시간에 그쳤다. 우리 나라 평균 수면시간은 세계인 평균에 미치지 못한 데다가, 질적 측면에서는 최하위권의 통계가 나타난다. 전체 응답자 58%가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고 답변한 반면, 한국인 응답자는 35%만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인의 29%만이 수면 후 개운함을 느낀다고 답해, 글로벌 평균(59%)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13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수면관련 질환 환자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6년 약 291만 명이던 국내 수면장애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 약 329만 명을 기록한 뒤, 2020년에 약 320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20대 수면장애 환자수는 전체 환자수에 비교하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2016년 약 19만 7,000명에서 2020년 21만 4,000명으로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표는 연도별 수면장애 환자수 추이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 이터개방시스템)
▲표는 연도별 수면장애 환자수 추이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 이터개방시스템)

 

돈으로 잠을 사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슬리포노믹스는 잠(sleep)과 경제 (economics)의 합성어로, 수면경제라고도 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지난 2019년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지난 2019년 윤종필 전 국회의원 등 10인은 「수면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 발의 당시 제안 이유를 보면, “최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수면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산업이 새로운 산업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고, 수면산업은 수면의 질 향상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산업으로 수면 제품 생산과 더불어 수면관리 서비스를 포함하는 첨단융합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수면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득 수준의 향상과 수면건강의 상관성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수면시장은 우리나라 대비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수면산업 규모는 약 20조 원 △일본은 6조 원 △우리나라는 2조 원 정도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김태준 교수는 “일반인들이 수면에 관심을 갖고, 수면이 일상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면에 대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라며 “의료계가 수면에 대해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나, 수면에 대한 문제가 경하고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적인 도움보다는 손쉬운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다” 라고 전했다.

잠을 도와주는 여러 용품들

수면산업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고용정보원의 『2016년 국내외 직업 비교 분석을 통한 신직업 연구』에 따르면 수면산업은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 △숙면 기능 IT, 숙면 테라피 제품 △수면 보조 의료기기 및 제약 △ 수면 개선 생활용품 등으로 나뉜다.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는 △기능성 매트리스 △베개 △침대패드 △이불 등이 포함된다. 침구류는 최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인해 스마트 침구의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생활가전 기업인 코웨이(Coway) 사의 ‘스마트 베드 시스템(Smart Bed System)’은 매트리스와 사물인터넷을 결합시킨 제품으로, 수면 공간의 환경과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으로 최적의 숙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코웨이(Coway) 사의 스마트 베드 시스템(Smart Bed System)이다. (출처/ 코웨이 홈페이지)
▲코웨이(Coway) 사의 스마트 베드 시스템(Smart Bed System)이다. (출처/ 코웨이 홈페이지)

 

숙면 기능 IT, 숙면 테라피 제품

숙면 기능 IT, 숙면 테라피 제품에는 △멘탈케어 시스템 △숙면 유도 IT 제품 △감성조명 △칼라테라피 △사운드 △허브 △아로마 테라피 등이 해당한다. 네덜란드의 수면 관련 기업인 ‘Somnox(솜녹스)’는 세계 최초로 수면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사용자가 안고 잘 수 있는 베개와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솜녹스에 따르면, 수면 로봇에는 호흡수를 감지하는 센서와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감지한 정보를 통해 일반적인 호흡 속도보다 느리게 수축 및 이완해 사용자가 느린 호흡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며, 수면 유도를 위한 음향을 제공한다.

▲Somnox(솜녹스) 사의 수면 로봇이다. (출처/ Somnox 홈페이지)
▲Somnox(솜녹스) 사의 수면 로봇이다. (출처/ Somnox 홈페이지)

 

수면 보조 의료기기 및 제약

수면 보조 의료기기 및 제약에는 △수면클리닉 △수면보조의료기기 △수면전문클리닉 △양압기(CPAP) △수면마스크 △수면 개선 전문용품 등이 포함된다. 헬스 테크놀로지 기업 Philips(필립스) 사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위한 ‘필립스 슬립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 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해 저산소혈증로 인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에 대한 기구 치료로 양압기가 권고되는데, 필립스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양압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표는 Philips(필립스)의 슬립케어 서비스 로고다. (출처/ Philips)
▲표는 Philips(필립스)의 슬립케어 서비스 로고다. (출처/ Philips)

 

수면 개선 생활용품

수면 개선 생활용품에는 △수면안대 △잠옷 △수면양말 △족욕기 △숙면 화장품 △숙면유도차 및 식품 △피톤치드 제품이 포함된다. 미국 샌프란시 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intelclinic(인텔클리닉) 사는 스마트 애플리케이션과 생체 인식 센서를 결합한 수면 마스크 ‘Neuroon’을 선보였다.

▲사진은 intelclinic(인텔클리닉)의 Neuroon 제품이다. (출처/ kickstarter 홈페 이지)
▲사진은 intelclinic(인텔클리닉)의 Neuroon 제품이다. (출처/ kickstarter 홈페 이지)

 

기자의 수면 유도 제품 체험기

취재 과정 중, 실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 본지 기자가 직접 수면 유도 상품 두 가지를 구매해 체험해봤다. 기자가 구매한 제품은 아로마 테라피와 온열 수면 안대다. 두 제품은 숙면 테라피 제품과 수면 개선 생활용품에 해당한다. 체험기간은 총 5일로, 지난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사용했다. 체험기는 명대신문의 김소현 · 김주리 기자가 작성했다. 김소현 기자는 새벽 3~4시에 취침하고, 아침 6~8시에 기상한다. 김주리 기자는 새벽 12시~2시에 취침하고, 아침 9~10시에 기상한다.

 

두 기자가 경험한 바는 다음과 같다.

김소현 기자: 수면 안대는 기상 시 눈의 뻑뻑한 느낌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수면 안대는 개인적으로 사서 사용해 볼 의향이 있다. 하지만 아로마 테라피 향은 조금 더 길게 써 봐야 효과를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써야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김주리 기자: 수면의 질 향상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수면 안대는 눈의 피로 해소에, 아로마 오일은 심신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둘 중에 하나만 뽑자면, 수면 안대가 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로마 테라피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본 체험기는 기자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돼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수면 관련 상품들이 나오면서, 수면시장의 확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면시장 상품들은 근본 적인 수면 부족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수면시장의 상품들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정성에 가장 큰 이슈가 있다”라고 전하며 “심지어 허가받아 사용 중인 전문 의약품들도 의존과 남용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의 없이 살수 있는 수면보조용품은 특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수면활동에 도움은 줄 수 있으나,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의존할 시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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