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두리반에는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0대 청년들과 대학생들이 개성있는 방식으로 부당한 권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일반적인 시위만 한다는 것은 이제 옛날 말이 되었다.
월요일은 ‘하늘지붕음악회’, 화요일은 ‘푸른영상 영화상영’, 목요일은 ‘촛불예배’, 금요일은 ‘칼국수 음악회’ 등을 진행하는 두리반은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ㆍ미술 등 여러 예술을 통해 시위하고 있다. 두리반에 상주하면서 공연에 참가하고 있는 성공회대학교 유병주(20) 학생은 “전태일 서거 40주년을 기리는 행사에서 두리반에 대해 알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리반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예술을 통해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이번 ‘강제철거’에 대해 20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몇몇 20대들은 머리로 아는 것은 많지만 행동이 부족한 것 같다”며 “행동으로 옮겨야 그것이 진정한 실천”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병주 학생은 이번 단전사태에 대해 “이는 강자와 약자를 구분 짓는 모습”이라며 “전기라는 기초에너지를 두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는 유영희(25) 학생도 “이번 철거 사태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칼국수를 먹던 때를 기억해 두리반에 참여하게 됐다는 유영희 학생은 “몇몇 20대들은 너무 자기 일에만 치중한다”며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채림 작가(이하 유 작가)는 “나만의 방법으로 싸우고 싶어서 이런 문화적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유 작가는 “노동자는 노동자 방식으로 싸우고, 농민은 농민의 방식으로 싸운다”며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싸울까 생각하다가 이런 ‘문화적 시위’라는 방법을 선택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 또는 예술가로서 강제철거와 같은 부당한 일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아내의 우물 두리반>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전국철거민연합 시위만 했다면 예술을 통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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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 GS건설을 겨냥한 플래카드. 재미있는 말투와 표현이 눈에 띈다.
△입구 앞의 철판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현재 두리반에서 투쟁하고 있는 실존 인물이다.
△두리반 뒤쪽의 철판에는 20대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있다. ‘두리반을 지켜내자’라는 말이 눈에 띈다.
△‘칼국수 음악회’의 모습. 유채림 작가와 20대들이 악기 ‘잼베’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