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의 2030 〈10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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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의 2030 〈1085호〉
  • 박재우 기자
  • 승인 2021.04.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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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우리는 MP3 플레이어에 담긴 음원 파일로 음악을 들었다. 2001년 애플의 ‘아이팟’의 등장으로 MP3 플레이어가 CD 플레이어를 대체한 이후였다. 2000년대 ‘아이리버’, ‘코원’은 한국 MP3 시장을 주름잡았고, 사람들은 음원을 다운받아 MP3 플레이어에 옮겨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2021년 현재 대중들은 BTS의 노래를 어떻게 들을까?

음악 단체 IFP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41%가 △멜론 △카카오 뮤직 △유튜브 뮤직 △ FLO 등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음악 산업에서 56.4%의 비중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MP3 음원을 다운받지도, 음악 플레이어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른바 ‘스밍 (스트리밍의 준말)’ 시대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비디오방, 만화방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나 ‘왓챠’ 혹은 토종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 DVD 대여 업체였던 ‘넷플릭스’가 2007년 OT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의 일이다.

구독 서비스의 중심에는 주 경제 활동 연령층인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2018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구독 서비스 이용 비율은 △18~24세 34.5% △25~34세 32.9% △35~44세 16.6% 순으로 나타 났다. 젊은 층(18~34세)의 소득수준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서비스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나 용돈을 경제적 기반으로 하는 MZ세대가 취직 후 독립적인 경제주체로서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이들의 소비 스타일이 곧 경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KT경제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14조 1,000억 원(54.8%) 증가한 결과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20년 전세계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5,300억 달러(한화 596여 조 원)로 예상될 정도로 구독 경제는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래프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연령별 자료다. △음악 △동영상 △만화 · 도서에서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출처/ 디지털 미디어 리서치 전문 기업 '코리안리서치')
▲그래프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연령별 자료다. △음악 △동영상 △만화 · 도서에서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출처/ 디지털 미디어 리서치 전문 기업 '코리안리서치')

구독 경제의 시작과 분류

구독 경제는 미국의 구독 결제 시스템 기업인 주오라 (Zuor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티엔 츄오(Tien Tzuo)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그는 구독 경제를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은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경제 환경의 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구독 경제의 비즈니스모델은 구독 및 공급 방식에 따라 △무제한 이용형 모델 △정기배송형 모델 △대여(렌탈)형 모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영화를 보는 넷플릭스나 왓챠, 국내외 노래를 맘껏 들을 수있는 △멜론 △카카오뮤직 △FLO(이하 플로) 같은 음원 사이트가 대표적인 무제한 이용 모델이다. 대여형 모델 에는 월정액을 내고 공기청정기나 정수기 등을 빌려 쓰는 대여 상품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전통적인 구독에서 최근에는 매일, 매주 생필품을 배달받는 방식까지 배송형 구독 경제모델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 게임 구독 서비스 △차랑 공유 서비스 △커머스 서비스 △헬스케어 등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모든 분야에서 구독 경제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예측했듯 ‘소유’의 시대를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표는 해외 시장의 구독 서비스를 소개하는 갈무리다. (출처/ 2020년 KOTRA 보고서 「미국 구독 경제 시장현황과 활용방안」)
▲표는 해외 시장의 구독 서비스를 소개하는 갈무리다. (출처/ 2020년 KOTRA 보고서 「미국 구독 경제 시장현황과 활용방안」)

화장품부터 자동차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구독 경제

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

‘현대 셀렉션’은 현대자동차의 차량 구독형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구독’의 장점으로는 △가격 부담의 절감 △자동차 구매 전 미리 이용 △급할 때 신속 하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현대 셀렉 션의 세대별 분포도는 20대가 25%, 30대가 34%였다. 신규 가입 고객 중 20~30대가 과반을 차지한다는 점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고객이 40~50대 중형차 보유자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목할 만하다. 미래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현재 2030, 즉 90년대생과 00년대 생일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에는 2030 세대의 구독 경제와도 연결된다. 현대셀렉션 김주원 책임 매니저는 중앙일보 ‘폴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출시 후 두 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은 ‘제조 기업이 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죠?’였다”라며 “구독 서비스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기대하는 변화는 ‘젊은 소비자층의 확보’다. 구독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가 고객으로 유입된다면, 훗날 이분들이 현대자동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셀렉션을 소개하는 홍보물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셀렉션)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셀렉션을 소개하는 홍보물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셀렉션)

'폴인'에 따르면 차량 공유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2015년 정도만 해도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신차 판매 시장의 규모의 9%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커져, 지난 2019년에는 14%까지 증가했다. 소유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소유에 대한 수요는 제자리걸음인 한편, 이용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커머스 구독 경제 서비스,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지마켓 옥션 G9)

스마일클럽은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계 최초로 선보인 유료 멤버십 서비스다. 스마일 클럽은 연회비 3만 원으로 △옥션 △지마켓 △G9의 차별화된 혜택을 받는 구독 서비스다. 구독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300만 명이며, 1인당 구매액 또한 최대 100%씩 증가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에 스마일 클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일클럽 구독자들은 1인당 평균 6개의 쇼핑앱을 사용 중이다. 이용자들은 여전히 여러 쇼핑앱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이용객들은 1인당 평균 5.3개의 쇼핑앱을 이용 중이며, 한 주동안 온라인 쇼핑을 하는 횟수는 2.4회에 달한다고 한다. 스마일클럽이 소비 트렌드를 절묘하게 포착해 이커머스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헬스케어 구독 경제 서비스

미국의 '펑션 오브 뷰티(Function of Beauty)'는 고객의 모발 상태에 맞는 헤어 케어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다. 이 회사는 54조 개에 달하는 헤어 케어 포뮬러를 형성해서 고객의 모발과 두피 상태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헤어케어 구독 서비스 ‘Function of Beauty’를 소개하는 그림이다. (출처/ Function of Beauty)
▲사진은 미국의 헤어케어 구독 서비스 ‘Function of Beauty’를 소개하는 그림이다. (출처/ Function of Beauty)

미국 헬스케어 기업 '비오메(Viome)'는 개인화 구독 서비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분석과 장내 환경 테스트를 통해 개인의 DNA 구조를 파악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SKT가 비대면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에게 맞춤형 건강 코칭을 받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문가는 △영양 균형도 △식습관 △피부 △모발 건강 상태 등 29개 항목을 통해 고객이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유전자 맞춤형 음식 조리법과 운동 처방도 제공한다.

 

미국의 피트니스 구독 서비스 팰러톤(Peloton)’

'팰러톤'은 운동기구 제조 및 미디어 콘텐츠 회사로, 지난 2019년 상장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가가 6배나 상승한 유망 기업이다. 팰러톤은 구독자들이 비대면으로 피트니스 강사와 지속해 대화하며 운동에 관한 코칭과 동기 부여를 위한 조언들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구독자들끼리 비대면으로 함께 운동하고, 친구를 추가하고, 서로 수강하고 있는 강좌의 리스트와 정보를 교환한다. 같이 운동하고 있는 구독자에게 하이파이브를 보내고 격려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사진은 미국의 피트니스 구독 서비스 ‘Peloton’을 소개하는 그림이다. (출처/ Peloton)
▲사진은 미국의 피트니스 구독 서비스 ‘Peloton’을 소개하는 그림이다. (출처/ Peloton)

구독 경제의 잠김효과(Lock-In Effect)*와 다크 넛지* 해결 방안

이처럼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구독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 생활인 시대에,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 하는 동인은 무엇일까? 구독 서비스의 소비자들은 온전한 소비자 권리를 누리고 기업들은 그 권리를 존중하고 있는가?

누구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나 멜론, 스포티파이 등의 음원사이트를 이용할 때 ‘첫 한 달 무료 이용’, ‘첫 3달 동안 무료’라는 문구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구독 경제 기업이 ‘잠김효과’(이하 락인 효과)로 고객충성도 확보를 기대해 일정 기간 무료서 비스를 제공한 후 자동으로 구독 대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은 계속 이용을 선택하는 것이다. 월정액의 부과가 부담스러운 이용자는 구독 해지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무료 이용 기간이 지나고 결제 안내 없이 유료 결제 △가입은 쉽지만 구독 해지 절차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경우 △무료 이용 기간 중 환불이 미흡한 경우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라면 한번 쯤은 겪어 봤을 법하다. 이런 사례를 소비자 학계는 구독 서비스 기업의 이용자 유지 전략 ‘다크 넛지(dark nudge)’라 정의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구독 서비스 이용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민원분석 및 설문조사 △제도개선 방안 마련 △기관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구독 서비스 기업의 다크 넛지를 예방하기 위해 △해지 · 환불에 있어 이용자 편의 확보 △부당한 자동결제 약정 방지 △중요한 내용의 표시 · 광고 명확화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구독 경제 결제 관련 표준약관 마련 △정기결제 등 거래조건을 명확히 알릴 의무를 규율한 시행령 개정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금융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1분기에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결제 약관을 개정할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와 음원서비스 플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우리 대학 A 학우는 “플로의 경우에는 서비스 약관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요소가 있어 제때 구독 해지를 할 수 없었고, 구독 해지도 결제 후 일정 시점이 지나야만 가능해 ‘불합리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구독 해지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왔던 B 학우는 “예전에는 이용권 등록이 모바일로도 가능했지만 해지는 PC로만 가능했던 경우가 있었다”라며 “전반적으로 서비스 가입은 편리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서비스 이용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 정보가 많다고 느껴졌다”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 잠김효과(Lock-In Effect):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 · 이용하기 시작하면, (계약조건 등 이유로)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 (출처/ 금융위원회)

* ‘다크 넛지(dark nudge)’: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nudge)와 어두움을 의미하는 다크(dark)가 결합된 단어로 팔꿈치로 툭 옆구리를 찌르듯 비합리적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지칭하는 신조어. (출처/ 한국소비자원 ‘신유형 소비자문제(다크 넛지) 실태조사’)

 

구독 경제는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규모가 596여 조 원에 이를 정도로 명실상부한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 흐름은 국내 구독 서비스의 이용자의 70%가 20~40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독 경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주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 당국의 감시 △구독 서비스 기업의 윤리 경영이 함께 가야 한다. △기업 △금융 △소비자가 삼박자로 어우러진 구독 경제 서비스의 번영(繁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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