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하 김 전 실장)이 전셋값 논란으로 전격 퇴임했다.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세입자의 보증금을 14% 넘게 올린 사실이 보도된지 하루 만에 경질 형식으로 교체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고, 현재 거주하는 성동구 아파트의 보증금이 크게 올라 목돈 필요한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보험을 포함한 금융 자산도 1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말 ‘청와대 3인 방’으로 거론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ㆍ 김종호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지만 유일하게 청와대에 남아있던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김 전 실장은 국정 과제를 대표하는 인물로 현 정부의 성가를 평가할 수 있는 핵심인물이었다. 김 전 실장은 △‘핀셋’ 부동산 정책과 금융정책 △ 한국판 뉴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굵직한 정부 정책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등 문재인 정부의 큰 위기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 전 실장은 90년대부터 참여연대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재벌개혁에 앞장서 왔다. ‘삼성 저격수’를 자임했던 그는 2017년 6월 현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정위) 업무 추진의 원동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다른 어느 정부부처보다도 더 높은 윤리의식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라며 ‘자그마한 흠결 하나만으로도 사건처리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조직 전체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김 전 실장은 휴대전화 컬러링에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왔다. 신임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던 2019년 6월, 그는 웨스트라이프의 ‘You raise me up’으로 바뀐 컬러링을 소개하면서 자신을 “국민의 격려와 지원 위에서만 자신이 일어설 수 있는 미약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김 전 실장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부동산 문제로 한순간 허물어뜨리는 광경을 보고 한 기자는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묻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