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민의 하버드씽킹] 정의에 대한 하버드씽킹 〈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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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민의 하버드씽킹] 정의에 대한 하버드씽킹 〈1084호〉
  • 장기민
  • 승인 2021.04.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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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정의’에 관한 문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이슈화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200만 부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린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영어권 국가에서 고작 10만부 가량 팔린 책이었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정의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못함을 기초 학설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에 빠져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도대체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은 오래 전, 노예 제도 폐지에 대한 갈등 으로 남과 북이 갈라서게 되었다. 노예 제도 폐지의 찬반 입장에는 개인과 집단 뿐 아니라 지역과 정당간의 다양한 갈등 요소가 첨예하게 융합되어 있었다. 결국 이 같은 복잡한 현상에 대해 인류는 어떠한 방식으로 정의를 논할 수있었을까? 미국 4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은 노예 제도가 백인들의 마음을 타락시켰 으며 인간의 심성을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 본인이 노예 제도를 파괴해서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얼핏 듣기엔 그럴싸한 정의론을 펴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은 정작 자기 노예를 해방시키지는 않았다.

  미국은 매우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가진 나라이다. 반독점 법률은 사회가 이루어 낼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정의부터 실현해 나가려는 일종의 무브먼트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기업은 자신들이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며 관련법에 대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의 철학자인 노자의 사상은 하버드대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는데, 노자의 ‘도’에 대한 사상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 오게 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과 더러움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선은 악이 있기에 선이라고 불린다. 사물도 ‘없음’이 있기에 ‘존재’를 말할 수 있다. 무엇이든 어느 한쪽만 존재 하는 건 불가능하다” 노자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동양의 사고를 구성해 갔다. 일단 의심으로부터 시작하고 문제를 분석해나가는 서양의 대표적 철학자 데카르트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구글과 애플, 페이스 북이 자신들의 행위가 독점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역설하는 것처럼 사회의 불평등한 기조 속에서 어느 분야의 정상을 찍은 사람들은 자신 들의 성공이 도덕적이었으며 충분히 정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능력주의가 원칙인 사회에서는 본인의 실력과 노력이 성공이라는 정당한 가치를 실현했다고 주장할 수있지만, 타인의 시선은 시장을 독점해버린 결과물만을 눈에 담을 뿐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성격연구전문가인 릴리안 포터는 ‘고집’이 ‘잘못된 열심’이라 말하며,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치려는 모습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정의로움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양 사회보다 더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우리나라는 선과 악이 늘 공존 하고 있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오직 ‘아름다움’만이 정의를 나타낸다고 믿으며 ‘더러움’의 존재를 힐난하고 지내는 고집 속에서 지내지는 않는가.

  인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의에 대해 유독 관심이 높은 이유는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반하는 행동을 모두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고방식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다양한 사고를 드러내기보다 정답이 딱 하나만 정해져 있는 수능 문제의 정확한 정답 하나만을 고르는 게 더 익숙한 대한 민국 국민은 정의에 관해서도 단 하나의 해답을 도출해내고자 애를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내면서도 정의에 대해 정의하지 못했고, 심리학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걸 봐서 이 문제에 관한 속 시원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정의에 관한 문제는 우리가 끊임없이 정의내리기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세계의 지식인들은 말한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shoeface@daum.net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shoefac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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