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1년, 장애 학우들의 대학생활은? 〈10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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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1년, 장애 학우들의 대학생활은? 〈1083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1.03.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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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대학생의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등교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를 통해 수업을 들으며,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른다. 많은 것이 낯설고 불편했던 한 해였다. 자연스레 학내 구성원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이에 본지는 1076호「외국인 유학생 급증··· 코로나19에 혼란 가중돼」를 통해 우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겪는 코로나19 상황 속 대학생활을 조명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현재, 이번 호에서는 지난 1년간 장애 학우들의 전반적인 대학생활이 어땠는지, 학습권은 충분히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해 장애 학우와 관련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우리 대학의 장애 학우 처우는?

  우리 대학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총 158명(자연캠 43명, 인문캠 115명)의 장애 학우들이 재학 중이다. 평소 우리 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해 장애 학우들의 △교수/학습 △교내생활 △취업/진로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해 왔다.

  교수/학습 면에서 코로나19 이전에 강의실 이동이 힘든 장애 학우의 경우, 장애학생 도우미(이하 도우미) 학우가 이동을 도와주며 장애 학우와 같은 강의에 참여해 대필한다. 또한 도서관과 센터 내에 장애 학우의 학습보조기기를 구비해 장애 학우들이 자유롭게 빌릴 수 있도록 운영해왔다. 시험의 경우 별도의 시험 장소를 제공해 센터 직원 혹은 센터 측에서 선발한 도우미 학우들의 감독 아래 단독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고, 필요한 경우 교수의 재량하에 시험 시간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했다. 교내생활 면에서는 교내활동 및 생활관 생활 도우미를 지원했다. 또한, 상담 및 의료지원을 통해 장애 학우들의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우미로 활동했던 조희진(청지 17 , 이하 조 학우)학우는 “장애학생 도우미로서 강의 대필과 이동및 생활 지원 활동을 했다”라며 “장애 학우들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도 있어 이동 경로에 방해되는 장애물 치우기, 엘리베이터 이동 돕기 등으로 대학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라고 전했다.

  이렇듯 우리 대학의 장애 학우를 위한 복지는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립특수교육원이 지난달 9일 발표한 ‘2020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우수 △보통 △개선요망 등급 가운데 우리 대학 자연캠은 최우수 등급으로, 인문캠은 우수 등급으로 선정됐다. 3년 주기로 실시되는 실태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2014년, 2017년도에도 양캠 모두 동일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달라진 지원 방식
  수업 방식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장애 학우들이 받는 복지의 형태는 달라졌다. 센터 측과 도우미 학우들이 장애 학우 들을 대면으로 도와줄 수 없게 되자 장애 학우를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온라인 강의 수강으로 좁혀졌다.

  온라인 강의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유형으로는 시 · 청각장애를 가진 학우가 있다. 우리 대학은 시각장애 학우와 청각 장애 학우를 도와주는 방식이 다르다. 시각장애 학우의 경우, 우선 도우미 학우들이 워드프로세서로 수업 내용을 타이핑해 건네준다. 그다음 우리 학교가 구비한 화면 낭독 프로그램* (스크린 리더)을 이용해 시각장애 학우들에게 타이핑한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시각장애 학우들을 돕고 있다.

  청각장애 학우의 경우는 장애 정도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이 다르다. 청력 상실이나 중증 학우의 경우, 수어나 약간의 구어, 입 모양을 보고 대화를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즉, 비언어적 표현이 이해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인데, 센터 측에 의하면 “이러한 학우의 경우 PPT만 띄우는 강의는 장애 학우가 강의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 학우의 학부모나 학우 이메일을 통해 센터 측과 소통하면서, 되도록 속기사를 매칭하는 데 힘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난청 △경증 △인공와우를 착용하는 장애 학우의 경우,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소리가 겹치거나 소음이 있는 경우 부정확하게 알아듣는 사례가 많아 근로학생의 도움이 필요하다. 센터 측에 의하면, “실제로 오프 라인 강의에서는 혼자 수강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도 몇 명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강인 상황에서 센터는 주로 중증의 청각장애 학생에게 주로 집중해 지원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방식은 AI 실시간 자막, 속기사, 대필근로학생이다. 대면 수업이든 비대면 수업이든 장애학생의 강의에 도움을 주는 부분은 한정적 이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장애학생 개개인의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2학기에 도우미로 활동했던 신진아(아랍 17)학우는 “장애 학우들의 온라인 강좌를 청강하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타이핑해 주는 일을 했다”라며 “강의 자료 및 교수님께서 설명하신 내용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매주 전달했다”라고 비대면 강의 체제 속 도우미의 역할을 설명했다.

* 화면 낭독 프로그램: 시각장애인들에게 화면의 내용과 자신이 입력한 키보드 정보나 마우스 좌표 등을 음성으로 알려주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장애 학우들은 대체로 불편함을 느껴 …

  그렇다면 장애 학우들은 우리 대학 장애학생 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장애 학우들은 대체로 코로나19 이후 변한 수업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해 비대면 수업을 겪었던 청각장애인 졸업생 A 학우는 “코로나19 이전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대면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어, 센터 측을 통해 3년 동안 대필 도우미를 지원받았다”라고 전하며 “대필 도우미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수업 도중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때는 괜찮았다”라고 회상했다. A 학우는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필 도우미에게 아이디를 알려주고, 대필 도우미가 수업 내용을 타이핑해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대필 파일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타이핑해준 게 아니라 주로 요약한 것을 타이핑해줘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라며 “청각장애 학우들을 위해 학교 자체적으로 만든 자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전했다.

  또 다른 청각장애인 졸업생 B 학우는 “대면 수업에서는 교수 님께서 수업 도중에 배려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비대면 강의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교수님께서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저 교수님께서 강의하시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수업이 돼서 소통하는 수업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라고 전하며, “저 같은 경우는 기계음이 익숙하지 않은데 수업을 들으려면 기계음을 들어야 하니 대면 수업을 들을 때보다 수업 이해도가 훨씬 떨어지는 점이 가장 불편했고, 대필 도우미의 필기 의존도가 높아졌다”라며 불편함을 전했다. 이어 “자 막이 없어 PPT 내용을 그대로 말씀하시는지 아닌지, 어떤 내용을 생략하셨는지 알 수 없어 불편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AI 자막 프로그램이 있지만, 음성인식으로 자막이 실시간으로 나오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략 알 수 있을 테니 음성인식 자막 서비스도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시각장애인 최소현(문정 18, 이하 최 학우) 학우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앞서 언급한 익명의 학우들과 비슷한 지원을 받았다고 전하며, “대면 수업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때지시어를 알아 듣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대면 수업에서는 도우미 학우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었지만, 온라인으로 바뀐 시점에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서 바로 물어볼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는 도우미 학우분이 실시간 강의에 들어오셔야 하는데, 교수님이 실시간 강의 인원에 제한을 걸어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라고 당시 어려움을 전했다. 최 학우는 익명의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측에서 자막을 제작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장애학생 도우미는 인식과 처우 개선을 요구해 …

  바뀐 비대면 수업 속 장애 학우들이 대체로 불편함을 전했다면, 그들을 도와주는 장애학생 도우미들은 여러 방면에서 개선을 요구했다. 조 학우는 “학교 측에서 장애 학우의 학교생활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하며, “장 애학생 도우미인 학우들뿐만 아니라 모든 학우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 및 인식 향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장애인 학우들도 기본적인 배려를 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배려가 필수적일 수 있으므로 장애 학우와 공존하는 학교생활을 위해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학기 도우미였던 이정환(정외 14)학우는 “교수님의 말씀을 전부 따라 작성하는 게 어렵고, 장애 학우에 따라 요점 위주로 작성해달라는 분도 계시지만, 요점 작성을 타이 핑하는 것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라고 어려움을 밝혔 다. 이어 “3학점 수업을 타이핑하려면 한 주에 적어도 3시간 이상 걸리는데, 보수는 3시간 어치만 받을 수 있어 그 부분이 아쉬웠다. 장애학생 도우미가 일정 정도의 노동력을 제공해 장애학 생을 도와주는 만큼 도우미들의 노동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개선을 위한 노력은 ing …

  한편 지난 4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강의 자막 건의를 목표로 ‘장애인 게시판’이 설립됐다. 게시판을 설립한 ‘임 시’라는 익명의 학우(이하, 임시 학우)는 “현재 청각장애인 학우분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어, 오픈 카톡방 제작 · 에브리타임 게시판 개설을 진행했다”라고 게시판 설립 취지를 전하며, “장애 학우를 돕는 사업이 많기는 하지만 도우미 학우가 부족해 장애 학우와 도우미가 1대1 매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AI 자막 시스템인 ‘소보로’가 부정확하다는 의견이 있어 학교 자체적인 자막 개설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임시 학우는 “지난 8일에 학교 측에 방문해 오픈 채팅 방의 의견들을 전달했고, 사무실에서 회의 안건으로 올린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은 앞서 언급한 대로 AI 자막 시스템인 '소보로'를 구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 학우들이 학교가 제작한 자막을 요구하는 것은 강의 수강 시에 그들의 불편함을 방증한다. 우리 대학 공통 교양인 ‘성서와 인간이해’는 교목실 자체적으로 한글과 영어로 자막을 삽입했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과목에 자막을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동등한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할 장애 학우들이 생활 속 느끼는 불편함을 학습에서까지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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