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에 묶인 꽃들이 말라가는 시간
텅 빈 방 안에서
차게 식은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든다
국이 담긴 그릇은 깊고
숟가락을 휘저을 때마다 탁한 국은 검게 흔들린다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스쳐간다
아주 일정한 속도로
해도 들지 않는 방에서
차게 식은 국을 마시고
향이 나지 않는 꽃들이 시들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케이크 위로는 촛농이 떨어진다
내가 아닌
사랑하는 것들의 안녕을 빌며
한 번에 불어 끄는 촛불
케이크를 칼로 자르고
잘린 조각을 다시 포크로 잘라 입에 넣는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촛농을 오독오독 씹어 삼킨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은 창문 밖을 스쳐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잊어본 적이 없지만
닫힌 내 방에 고요히 쌓여가는 것들
나는 검게 말라가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창밖의 빛이 희미해져갈수록 차츰 차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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