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학] 스타벅스경제학 〈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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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제학] 스타벅스경제학 〈1080호〉
  •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0.1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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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비싼 원료만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고객의 선택을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담을 브랜드라는 그릇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제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느냐 못받느냐의 결정적 부분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스타벅스가 커피 판매로 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비즈니스의 본질을 파헤쳐 보면 스타벅스는 부동산과 공간이 주는 경험을 강조하며 수익을 올린다.

 ‘스타벅스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의 맛’이 아닌 ‘스타벅스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셈이다. 이러한 전략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 올려 줬고 결국 세계 최대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스타벅스는 집과 회사 사이의 ‘제3의 공간’이 라는 콘셉트를 앞세우며 매장 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의 입점이 확정된 건물의 가치는 그전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한다. 철저하기로 소문나 있는 스타벅스의 시장조사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그렇기에 스타벅스 매장이 입점한 지역은 시장성이 확보된 곳이라고 자연스럽게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나면 해당 건물의 가치와 주변지역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철저히 시장조사를 하고 입점 해준 스타벅스 덕분에 다른 업체에서는 별다른 시장조사 없이도 스타벅스 주변에 입점해도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결국 스타벅스가 펼쳤던 ‘자기 회사를 위한 노력’이 자기 회사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업체와 지역에도 도움을 주는 셈이다.

 국내 자산가 중에는 허름한 빌딩을 매입한 뒤, 깨끗하게 리모델링해 1층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고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킨 사례가 있다. 억대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생각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를 부동산 재테크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대형 할인마트나 유명 백화점이 들어온다면 내 집과 주변의 부동산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적다. 또한 국내 쇼핑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의 다운사이징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집 주변에 대형 매장이 새로 생겨날 확률은 더 희박해졌다.

 하지만 시장성만 확보돼 있다면 스타벅스는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백화점 못지않게 주변 부동산 시세에 많은 영향을 준다. 스타벅스와 백화점 모두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치며, 많은 유동 인구를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분명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지만, 그들의 경영철학과 전략에 ‘커피’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스타벅스라는 매장의 공간을 더 의미 있게 구성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들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를 찾지만, 무의식중에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방문하고자 했던 것이다.

 핵심가치에 집중해 전략을 세우고 행동하면 비즈니스가 의외로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커피가 제조된 것 같다’라든지 또는 ‘커피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불만을 제기했을 경우, 제조된 커피의 원가나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다시 만들어 준다.

 만약 스타벅스의 경영 전략이 ‘공간’이 아닌 ‘커피’였다면 바리스타들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손님과 대치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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