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제가 속해 있는 학보사의 조판을 위해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선 길은 온통 가을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이 옷깃과 목덜미를 스치고 끄트머리부터 노랗게 말라 떨어진 나뭇잎이 발에 심심찮게 채였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매년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지만, 올해는 유독 더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 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19는 우리의 삶 곳곳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교육 환경과 양질의 수업을 보장받지 못하고, 대학 구성원 간의 연결 고리마저 미약해졌습니다. ‘우리’라는 연대감이 흐려지고 ‘개인’ 중심적인 환경에 익숙해지는 해였습니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도 학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해였을 겁니다. 그리고 명대신문은 학내 언론기구로서 학내 사안과 사회 이슈를 전달하며 시야를 넓히고 구성원 간 약해진 연결 고리를 단단히 하는 데에 앞장섰습니다.
학생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감이 흐려지는 것은 비단 올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학생자치기구는 그 위상과 자치적 활동 범위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는 누구의 잘못으로 일어났거나, 누군가를 탓해야 할 일도 아닙니다. 단지 사회가 개인에게 연대와 소속감보다 자기 계발과 발전을 요구하고 있고, 학생 사회 역시 그에 맞춰 변화할 뿐입니다. 그러나 개인화될수록 우리의 시야는 오롯이 ‘나’로 한정돼 좁아집니다. 좁은 시야가 자연스레 보폭을 좁히고, 줄어든 보폭은 다시 시야를 좁히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저는 명대신문이 우리의 시야를 트이게 하는 가을 같은 존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의 연결다리지요. 명대신문이 학내 언론기구로서 학생 사회 구성원, 그리고 학교와 구성원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야를 넓히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가을 하늘과 찬바람처럼 늘 학내 구성원의 시야와 감각을 일깨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신문을 읽는 이 모두에게 명대신문이 가을처럼 물들었으면 합니다. 지난 66년간 명대신문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명대신문 창간 66주년을 축하드리며 글을 끝맺습니다. 앞으로도 명대신문이 꾸준하고 넓게 한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