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이대로 괜찮은가요?〈10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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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이대로 괜찮은가요?〈1078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0.11.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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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 소진될 가능성 …

 20대 A 씨는 연초, 코로나19가 본격화 되기 전에 B업체에 취업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회사를 다니던 중에 올해 8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유해 퇴사하게 됐다. A 씨는 막막한 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실업급여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신청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활을 영위하던 중에 A 씨는 C업체에 재취업에 성공했고, 동시에 조기재취업 수당이라는 선물을 받게 됐다.

 

실업급여란?

 A 씨가 신청한 실업급여는 무엇일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제도란,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 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 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실업급여는 크게 △구직급여 △취업촉진 수당 △연장 급여 △상병급여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A 씨가 지급 받은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 중 조기재 취업 수당 두 가지다.

▲표는 실업급여를 세분화한 것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표는 실업급여를 세분화한 것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청년층 신규 신청자, 전년 대비 30% 증가

 지난 8월 27일 통계청은 30대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4만 7,000개 감소했고, 20대 이하는 1만 3,000개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구직급여 현황은 어떠할까? 지난 5월 발표된 ‘2020년 4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2만 9,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만 2,000명 증가했다. 실업급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직급여는 정부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급하는 수당이다.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해고 등의 사유로 실직한 경우에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지급하는 급여로서 실업급여 중 가장 핵심이 된다. 이러한 구직급여 신청자가 모든 성별과 연령대에서 증가한 가운데, 청년층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의 통계에 따르면, 29세 이하 구직 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2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했고, 30세 이상은 2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했다. 이는 청년층에서 실업으로 인한 구직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실업급여의 일종인 구직급여 신청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점차 소진되고 있는 실업급여 지급액

 이렇듯 구직급여 신청자가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의 소멸을 우려한다. 지난 6월 23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는 4월 고용상태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1,952억 원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7조 3,532억 원에서 97% 급감한 수치다.

▲표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재정수지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
▲표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재정수지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행정학과 주재현 교수(이하 주교수)는 “기금의 적립금이 고갈되면, 매년 거둬들인 재원으로 그 해의 수요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고용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데 정치적 이유로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의 일반재원에서 끌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고갈되면, 부족한 재원을 정부의 다른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다른 재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대학 경제학과 김도형 교수(이하 김 교수) 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서 적립금이 감소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고용보험 료율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하지만 최근 고용 보험료율이 인상돼 왔다는 점에서 추가적 인상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와 사업주가 부담하는 세금의 액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지난해 10월 1일부터 기존 1.3%에서 1.6%로 인상했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 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박명재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료율이 오른 올해부터 2028년까지 근로자가 부담해야할 금액은 연평균 약 7만 원 늘었고, 기업이 부담 해야할 금액은 연평균 약 40만 원 늘었다. 이에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근로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송도에서 근무하는 박주성(25) 씨는 “고용보험료율이 얼마 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막상 세금을 납부하는 입장 에서 고지서를 볼 때마다 크게 부담이 된다”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현재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알고 있는데, 현 고용보험료율에서 더욱 인상 될까 매우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김 교수의 말대로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한 지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정부가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자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의 고갈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른 정책에 쓰여야 할 정부 재원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을 충당하는 데 쓰일 경우, 기존 정부의 재원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 또한, 고용 보험기금 적립금의 고갈을 막기위해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할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가 피부로 느끼는 부담이 증가될 수도 있다.
 

서류상 요건만 충족되면, 나도 수급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소멸될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비교적 용이한 수급요건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표는 실업급여 중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표는 실업급여 중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일각에서는 위 표에 나타난 구직급여의 수급요건 중 ‘재취업을 위한 노력이 적극적’이라는 조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도저히 합격이 안 될 수준의 이력서를 반복해 넣으면서 서류상의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나 온라인으로 취업특강을 틀어놓고 시청시수만 채우는 것과 같은 행위들도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 백주희 교수(이하백 교수)는 “우리나라 제도의 경우, 구직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스템이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주 기적으로 구직급여를 수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라고 전했다. 즉,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재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평가하기 보다는 서류상의 요건만 충족했는지 여부만 살핀다는 점에서 현 제도는 악용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4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중 지난 3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무려 2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3만 4,516명, 2019년 3만 6,315명이었 으나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6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는 실업급여를 두고, 일자리를 그만두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공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7개월 정도만 일한 뒤 그만두고 4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으면, 1년 중 4개 월은 일하지 않고 놀면서 연봉 2천만 원 수준을 만들 수있다는 계산법까지 나돌 정도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제도를 악용해 이른바 *프리터의 삶을 사는 젊은 노동자들이 증가한다면 그들의 직업 적인 성장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국가적 으로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리터: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갖지 않고 평생 아르 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회인 아르바이트생을 지칭 한다.
 

정부의 보완책, 효과는 글쎄..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취업 독려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 조기재취업 수당이 있다. 조기재취업 수당은 구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소정 급여일수를 2분의 1 이상 남기고 단절 기간 없이 12개월 이상 고용될 경우 지급된다. 하지만 구직급여의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짧은 기간만 근무해도 수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취업 후 1 년 뒤부터 받을 수 있는 조기재취업 수당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근무하다 계약만료로 퇴사한 최 (26) 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2개월 만근 해서 5~6개월 정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라며 “구 직급여를 절반 이상 포기하고 조기재취업 수당을 받는 것보다 구직급여를 꽉 채워 받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구직급여를 다 받고 나서도 7~8개월 정도만더 일하면 또다시 요건이 채워지는 건데 1년 이상을 일해야 하는 조기재취업 수당보다 훨씬 쉽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 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운영 계획’에서는 2019년 1~10월 구직급여 수급자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26.6%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18년(28.9%) 대비 2.3%p 낮은 수치로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2016년 31.1%, 2017년 29.9%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재정 지원 일 자리 사업 운영 계획’ 중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 추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재정 지원 일 자리 사업 운영 계획’ 중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 추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이에 김 교수는 “조기재취업 수당 수급요건을 완화해 재취업을 독려하고, 이로써 구직급여 지출을 감소시키는 방안도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조기 재취업 수당을 당근으로 비유하자면, 당근은 실업기간을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채찍이 효과적이 라는 연구가 주류”라고 조기재취업 수당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수급자의 정당한 수급이 전제

 이렇듯 실업급여 정책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다양하다.

 백 교수는 “실업급여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처럼 강력한 재취업 프로그램이 필요하 다”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복지강국인 북유럽 국가 덴마크는 강력한 지원제도 만큼이나 재취업 프로그램도 강력하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직업훈련을 의무적으로 받게끔 법적으로 강제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 하는 일자리센터가 추천한 일자리를 3번 거부하면 실업 급여 지급자체가 중단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존재한다. 주 교수는 “효율성, 공정성, 형평성의 관점에서 부당한 편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발견되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북유럽 국가의 제도를 모방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이 다르다”라고 밝혔다. 또한, “세부 규정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할때,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례의 특성을 파악해서 규정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즉, 법을 악용하려는 이들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나, 그러한 정책 설계에 있어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구직급여를 처음에 많이 지급하고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이는 설계가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고, 구직급여 수급 전 일정기간 구직활동을 의무화함으로써 재취업을 유도하는 설계도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새로운 해결책을 소개했다. 이어 “고용보험 제도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의제는 전국민고용보험(안)”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고용보험 정책 변화의 방향을 차분히 설계할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실업급여 제도의 개선책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부당한 편익을 취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의 필요성은 동감한다. 가장 효율적인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개인의 도덕성 함양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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