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10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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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1076호〉
  • 유근범 기자
  • 승인 2020.09.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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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조화 해소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이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책의 대상이 되는 기업 또는 조합 등으로서,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규모 기준 및 독립성기준을 모두 갖추고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을 의 미한다. 지난해 12월 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리기업에서 제 공한 일자리는 1,866만 개(79.7%)로, 그중 중소기업이 제공한 일자리는 1,497만 개(63.9%)에 달한다. 기업 규모별 일자리 증감에서도 △대기업 7만 개 △비영리기업 3만 개 △중소기업 16만 개로 중소기업이 가장 크 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7%로 청년들도 여전히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최악의 실업난에도 중소기 업을 기피하게 되었을까?

 

중소기업 인력난, 눈 높은 청년 탓?

  지난 7월 3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0명 미만인 국내 중소기업 388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약 212명(54.6%)이 적시에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여 현재 인력부 족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력수급이 어려운 원인(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연봉수준이 낮아서(43.0%) △구직자의 높은 눈높이(37.1%) △ 기업의 낮은 인지도(34.5%) △다양하지 못한 복지제도(20.1%) △열악한 근 무환경(16.0%) △상대적으로 넓은 업무영역(13.1%) △체계적이지 못한 업 무시스템(11.9%)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 청년 들이 취업에 대한 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져온 것일까?

  지난달 24일 중소기업중앙회는 만 15세~29세 청년구직자 700명을 대 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취업 관련 청년층 인식조사」보고서를 발표했 다. 조사 결과, 청년구직자들은 공기업(55.0%)과 대기업(51.4%)을 가장 선 호하고 있지만, 향후 취업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중소기업(68.6%)을 선 택하며, 현실적으로는 중소기업 취업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것으로 나 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에 일할 기회가 있으면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 문에서는 청년구직자 38.6%가 동의한 가운데, 학력별로는 △고등학교 재 학 · 졸업(53.0%) △전문대 재학 · 졸업(41.8%) △4년제 대학 재학 · 졸업 (37.8%) △대학원 재학 · 졸업(24.0%) 순이었다. 고학력일수록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학 과 이병훈 교수(이하 이 교수)는 “청년세대에게는 더 이상 평생일자리라는 개념이 없는데, 자신의 커리어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지가 기업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됐다”라며 “대기업은 사원의 능력개발에 대한 적극적 인 투자와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이 이뤄져 개인이 추후 역량을 키워 더 좋 은 직장으로 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재정상태가 열악해 사람에 대한 투 자가 어렵고, 네트워크 형성도 어렵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직종 서로 달라

  또한, 본질적으로 중소기업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직종은 서로 다르 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대부분이 생산직을 필요로 하지만 청년구직자의 경 우 대부분 사무 · 관리직을 원하고 있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인식 조사(2018)」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하고자 하는 직종으로 사무 · 관리직 (50.9%)을 주로 선호했고 반면 단순노무직(5.3%)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고학력 청년들이 현장에서의 생산인력으로 가는 것 을 바라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 더욱 기피하는 것 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김용하 교수(이하 김 교수)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기업의 생산직 일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낮은 급여와 복지수준도 문제

  그뿐만 아니라 낮은 급여와 복지수준도 일자리 부조화의 원인으로 지적되 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만 15세~39세 청년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사회 · 경제 실태조사(2019)」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기 피하는 이유에 고용 불안정(28.5%)과 낮은 급여 수준(22.1%)이 가장 큰 원인 으로 꼽혔다. 이어서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없음(12.1%)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 수준(11.8%) △대기업보다 낮은 성취감(8.3%) △사회적으로 낮은 인지 도(6.8%) △관련된 여러 업무 경험이 부재(6.6%) △기타(2.6%) △대기업으로 의 이직이 불가능(1.3%)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들은 급여 및 복지수준 과 관련하여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①임금격차

  실제로 지난해 5월 21일 구인 · 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83곳을 대상으로 ‘연봉 5,000만 원 달성기간’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6.6년) △중 견기업(9.3년) △중소기업(10.3년) 순으로 나타났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약 4년의 격차가 있었다. 특히, 대기업은 5년차 이하에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비율이 44%인 데에 반해 중견기업은 16%, 중소기업은 8%에 불 과했다. 이러한 차이는 신입사원 때부터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으 로 분석된다. 먼저,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662만 원 으로 집계됐다. 기업 형태별로 살펴보면 △대기업(3,394만 원) △중견기업 (3,155만 원) △중소기업(2,562만 원)으로 시작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에 무려 832만 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러한 대 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노동시장에 큰 왜곡을 낳고 있다”라고 말 한다. 즉, 대기업은 계속해서 과도한 구직경쟁이 발생하고, 중소기업은 계 속해서 인력이 부족해지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대 · 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를 위한 대안 모색」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생 산성 격차가 지불능력의 격차를 낳고 이것이 임금격차를 크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주로 고부가가치 영역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중소기업들 은 최저임금 정도의 저부가가치 영역을 담당하는 구조가 원인이라는 것이 다. 생산성 이외에도 이윤율 부분을 보면 중소기업의 이윤율은 3~4%로 고 정 되어있지만 대기업은 경기가 좋을 때는 7~8%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혁 신이나 기술개발을 통한 이득이 대기업 쪽으로 집중되는 것은 △불공정 거 래 문제 △원 · 하청 문제 △대 · 중소기업 교섭력 문제라는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이 교수는 “기업 간 격차를 이야기 할 때는 원 · 하청 불공정거래에서 상당부분이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소기업은 재정이 어려워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이러한 작용이 격차를 더 키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해결방안으로 이 교수는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의 경우 하청업 체에 임금 셰어링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법제화 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이러한 규제는 사실상 현실 화되기 힘들어 보인다”라며 원 · 하청업체 상생의 방안과 한계점을 제시했다.

②복지수준

▲대 · 중소기업 간 법정외 복지비용의 변화 추이 (출처/ 중소기업연구원)
▲대 · 중소기업 간 법정외 복지비용의 변화 추이 (출처/ 중소기업연구원)

  기업복지는 법정복지와 법정외 복지로 구분한다. 법정복지란 법적 강제 에 의하여 시행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여러 가지 복지제도(△유급 휴가 △퇴직금 △재해보상 등) △사회보험 △최저임금제를 포함한다. 반면 법정외 복지란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복지를 의미한다.

  때문에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법정외 복지에 주목해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서비스 센 터 운영방안」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299인 중소기업의 경우 법정외 복지비용이 136.4천 원에서 137.4천 원으로 지난 11년간 연평균 0.06% 씩 증가했지만, 증가항목을 살펴보면 △주거비용(연평균 0.4%) △보험료지 원금(연평균 2.7%) △자녀학비보조비용(연평균 1.1%)의 3가지 항목에 불과 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법정외 복지비용이 244.4천 원에서 319.8천 원으로 연평균 2.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의 법정외 비용차이는 곧 인력관리와 연관된다.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에 대한 투자 비용이 적어 대기업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다. 이 교수는 “법정외 복지비용은 기업의 재무능력과 관련되어 있어 해결 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 간의 복지수준 격차가 적은 북유럽의 경우 국가복지(법정복지)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복지(법정복지)의 집중을 통해 기업 간의 격차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취업유도 정책,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 됐을까?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 단위 중소기업 기본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 고용의 82.9%를 차지하고 있어 경 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사업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 소기업을 청년층이 기피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반갑지 않다. 따라서 정부도 일자리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음은 정부가 일자리 부조화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에 김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도 지엽적이 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자리 부조화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사실상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나라는 저출산 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급격히 발생하고 있으므로 2020년대 중반경이면 청년 일자리 수급도 초과 공급에서 초과 수요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며 “수급이 전환되기 이전까지는 불가피하게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것이 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해야 한 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의 여건이 열악하여 인력관리가 체계화되지 못하 고 이로 인해 인식도 안 좋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소기업 컨 설팅, 회사 이미지 제고, 경영 활동상 문제점 발견 및 개선하는 활동들이 필 요하다”라며 중소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중소기업의 구조적 · 복합적 문제 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자체에서도 자성의 자세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선행돼야 청년 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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