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부]미래와 시, 그리고 불확실성〈10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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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공부]미래와 시, 그리고 불확실성〈1076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09.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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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문학 매거진 『문학3』의 좌담에 초 대되어 5명 시인의 신작 시 10편을 미리 읽어볼 수 있었다. 좌담의 기획 의도는 다양한 배경의 패널 3명이 모여 전문성에 구애받지 않고 시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었다.

  좌담에 참석하기 전 사전 질문을 받았다. 그 중 ‘시를 읽으며 자신의 평소 작업과 관련해 들 었던 생각은?’이라는 질문이 눈에 띄었다. 문학 을 전공하긴 했지만, 시와 나의 커리어, 즉 시와 미래연구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곧 ‘불확실성’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불확실성(uncertainty)의 사전적 의미는 확 실하지 않은 성질. 혹은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미래연구에서 불확실성은 확실성(certainty) 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으로 쉽게 예측하기 어 려운 상태를 뜻한다. 확실성이 명백하고, 논란 의 여지가 없고, 예측이 쉬운 상태라면 불확실 성은 변덕스럽고, 논쟁적이고, 예측이 불가능 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연구를 통해 도달해야 할 지점은 어디일까? 미래 불확실성 을 줄이고 확실성을 높여 정확히 예측하는 것 이 미래연구의 역할일까?

  흥미롭게도 미래연구의 역할 중 하나는 불확 실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 떤 사람들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반 응을 보이기도 한다. 미래를 잘 예측해야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을 텐데, 불확실성을 높이 면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당연할 수도 있는데 불확실성이라는 개 념 안에는 ‘알 수 없음’이라는 성질이 내포되어 있고, 이는 불안을 만든다. 하지만 알 수 없음의 또 다른 속성으로는 ‘열려 있음’도 있다. 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미래 가능성을 확장한다.

  불확실성의 속성이기도 한 ‘알 수 없음’과 ‘열 려 있음’은 미래연구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두 가지 태도가 된다. 미래연구를 할 때는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음을 전제한다. 확언과 단언은 미래연구에서 가장 먼저 지양해야 할 태도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 며 확실한 미래(The future)는 미래연구가 도 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아니다. 또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열린 태도로 탐색해 야 한다. 전문가의 견해나 과학적 데이터뿐 아 니라 시민의 목소리,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상 상력, 아직 트렌드가 되지 않은 작은 이슈들도 미래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복수의 미래(Futures) 를 탐색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미래들은 서로 배타적일수록 좋으며 때로는 한 번도 겪 어 본 적 없는 미래여서 현재의 눈으로 보기에 는 지나치게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 은 그 복수의 미래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해 중요 성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상황을 고르 게 바라볼 수 있는 균형 감각이다. 따라서 미래 연구에서 추구하는 불확실성은 단지 혼란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균형적으로 가정해 봄으로써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 는 일이 된다.

  다시 문학 좌담으로 돌아가면, 나는 위의 질 문에 대해 이렇게 답하기로 했다. 시와 미래연 구의 공통점은 불확실성을 즐기는 태도라고. 시에 대한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정답 또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 개인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와 의 견이 다를 때는 거부감이 들거나 의문이 들 수 도 있지만, 타인의 시각을 이해해보려는 태도 는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도 한다. 나와 타인의 생각을 수평적인 자리에 놓고 사유하는 일은 캄캄했던 나의 시야 바깥 을 밝힐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때때로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너무 강하게 믿는 것이 있거나, 간절히 바라는 미래가 있을 때 그 바깥의 것들은 못 보고 지나 치기 쉽다. 그리고 문득 다가온 예상과 다른 미 래에 겁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우리를 안심시킨다. 세상은 다양한 시각으로 가득하며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대안을 만들 힘이 되기도 한다.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다. 그러나 다양 한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 알 수 없고, 열려 있 는 미래의 친구 불확실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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