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이야기(Story)의 신뢰를 주는 사람〈10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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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이야기(Story)의 신뢰를 주는 사람〈1076호〉
  • 정지현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20.09.07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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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이야기(Story)를 듣고, 보고, 말 한다. 드라마나 영화, 리얼리티 예능 등을 시청하 는 일은 현대인에게 일상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인터넷이나 TV가 없던 시절에는 책으로, 그전에 는 구전으로 매일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전하며 살아왔다. 왜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할까?

  아이들을 재우는 방법 중 여전히 인기 있는 방 식은 엄마 아빠가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이며, 학생들의 MT나 수련회에서 밤새 불을 꺼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거나 진실게임을 하는 것 은 지금도 재미있는 놀이다. 북한 수용소에서 혹 독한 고생을 했었던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 이 있는데, 수감자들이 감옥에서도 목숨을 걸고 밤에 몰래 하던 일이 바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매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달라지지만, 이야기를 좋아 하는 우리들의 욕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 없 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 말 그대로 그 옛날에는 이야기가 곧 삶이고, 죽고 사는 일이었다. 코로나19가 한국 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 위험한 시기에도 우리 가 그나마 다 같이 죽지 않고 일상을 살 수 있는 것은 인터넷, SNS를 통해 누구나 정보를 곧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에 마스크 재고가 없는 약국이 많아 공적마스크 하 나 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디 가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더라’는 소문도 많이 돌았다. 얼마 안 가 공적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앱이 생기고, 지 금은 마스크 공급도 큰 문제 없이 원활해졌지만, 지금 같은 매체가 없던 시대에 이와 같은 삶의 위 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 어했을지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에는 누군가의 경험담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 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식량과 물자가 충분치 못하던 때, 미 디어 매체도, 전화도 없던 그때에는 ‘어디에 가면 먹을 것이 있다’, ‘어디에 가면 위험하다’라는 사 람들의 말이 곧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구전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혹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의 진위가 어떻든 중요한 건 ‘이야기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였다’라는 점에서다.

  이야기는 정보뿐만 아니라 재미와 깨달음, 인 간의 지혜도 전해주었지만, 가짜 이야기도 늘 존 재했다. 가짜 이야기는 사람들을 속이며, 분열시 키고, 또 공포감을 주기도 했으며, 때로는 사람들 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게 했다. 지금도 이야기 는 수없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가짜도 진짜도 있 다. 하나가 가짜라고 다 가짜도 아니고, 하나가 진 짜라고 다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우 리 모두에게 큰 손실과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는 가짜 이야기에 속고 싶지 않아서다. 이는 사람들 이 신뢰를 잃어버린 뉴스, 기자, 작가, 지도자들 이 하는 이야기를 진위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거 르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이야기를 신 뢰하거나 거르게 되는가? 지금은 이데올로기나 명제적 논의를 통해 삶의 철학을 얻었던 문화에 서 많이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신뢰하거 나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 식을 보고 배워간다. 그 누구보다 팩트(Fact)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인 반면, 팩트를 체크하기 엔 어려운 상황들이 생각보다 많은 시대이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나의 팩트에도 너무 다양한 해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 들은 그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의 신뢰성을 보 고 들을지 말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야기, 즉 정보를 전달하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바쁜 시대 에 살고있는 우리는 수많은 사람이 말하는 이야 기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성과 가치들을 분별해 내는데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진짜 이야 기를 한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이는 반대로 다른 사람 들이 찾는 믿을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도 마 찬가지다. 좋은 스펙이 그 사람을 신뢰하는데 영 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바른 인성과 남을 속이지 않는 솔직한 성품, 평소에 하는 정직한 이 야기들이 그 사람을 신뢰할지 말지에 대한 기준 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정직한 사람의 이야기는 신 뢰할 수 있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검증하는 시간 을 절약하게 된다. 정보의 시대, 재난과 위기의 어 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랑하는 우리 명지인들 에게 세상이 믿을 수 있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 꺼이 듣고자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축복하고 격려한다. “명지대 학생들은 믿을 수 있 어!”라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지기를 소망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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