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학] 업데이트경제학〈10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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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제학] 업데이트경제학〈1074호〉
  •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0.08.17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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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우디, 벤츠, BMW로 대표되는 독일 3사 자동차 브랜드는 대체적으로 7년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며 차량의 모델을 업그레이드한다. 현대, 기아자 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브랜드는 통상적 으로 독일보다는 빠른 5년을 주기로 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쏘나타가 출시된 지 5년이 지나면 성능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쏘나타 가 출시된다. 만약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디자 인과 성능이 조금 업데이트된다면 변화의 주기 는 이보다 좀 더 빨라진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게 되면 많이 변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친구의 업그레이드된 직장과 스펙, 그리고 달라진 외모 를 보며 부러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친구의 모습은 자동차 모델이 업그레이드되듯이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 같은데, 별다른 변화 없 이 지내는 것 같은 나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 질 때가 있다.

  만년 귀여운 초등학생인 줄로만 알았던 조카 는 5년이 지나 어엿한 고등학생이 됐고, 5년 전 에 구매한 최고급 자동차는 어느새 새로운 모 델에 밀려 옛날 차가 됐다. 매일 들고 다니는 스 마트폰의 경우, 5년 단위의 교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여 1~2년마다 새로 운 모델을 구입하게 된다. 변화와 성장이 아니 고서는 퇴보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 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깊이 잠들어 있던 게 아 닌 이상 우리는 모두 생각을 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피부로 받아들이면 서 성장한다. 세계 최대의 공유주택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로 일했던 칩 콘리는 자신이 24년간 운영했던 호텔을 매각하 고 나서 에어비앤비에 들어오게 된다. 그는 빠 르게 변화한 현대 시대의 관점으론 옛날 사람 이었지만, 수십 년간 호텔리어로 지내온 경험을 회사에 공유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선 분명 앞선 사람이었다. 하지만 공유경제에 대해 지식이 뒤처진다는 점과 회사의 기술용어를 잘 이해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는 기업 의 ‘인턴’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에어비앤비에 서의 업무 경험을 살려 『일터의 현자』라는 책 을 출판하게 되는데, 책에서 회사의 한 직원이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현명하면서 동시에 아 무것도 모를 수 있느냐”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 다. 파트타이머로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그는 경 험과 노하우를 회사에 공유하며 회사를 성장시 켰고, 글로벌 접객 및 전략 책임자로 일하게 되 었으며, 이후 전략 고문으로 재직하게 된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침 대가 등장하지 않는 침대 광고를 TV에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뒤이어 시몬스는 침대를 판매하 지 않는 팝업 스토어를 국내에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침대 전문 브랜드인 시몬스의 팝 업 스토어에서는 침대를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문구와 철물 등 소품만을 판매한다. 시몬스는 2018년에 한국 시몬스 침대 본사가 있는 경기 도 이천에 카페, 공연장, 지역 농산물 장터와 박 물관 등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 ‘시몬스 테라 스’를 오픈했다. 침대의 성능이 정점을 찍은 상 태에서 시몬스가 침대 회사임을 강조하는 광고 를 버리고 소비자와의 관계와 문화 형성 등으 로 마케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우 리는 변화와 성장의 단면으로 봐야 할까, 아니 면 성장이 멈춘 경우로 인식해야 할까?

  예상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몬스 의 팝업 스토어에는 평일에도 입장을 위한 긴 대기 줄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20 대 · 30대로, 결혼할 때 큰맘 먹고 구매하는 품 목이 침대라는 개념에 대한 시몬스 브랜드의 타깃층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버크(1729~1797)는 “숭고함 이란 폭풍우를 멀리서 보는 것처럼 공포와 즐 거움이 섞인 감정”이라는 이론을 알리면서 19 세기 무렵 아티스트들의 음악 세계에 어둠과 격렬함이 표현되며 발전하게 했다. 클래식의 대 가인 베토벤의 책상에도 철학자 칸트의 구절이 항상 쓰여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은 몇 년을 주기로 계속 새롭게 바뀐다. 또한 친 구들의 모습이 적어도 나보다는 더 낫게 변화 하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 신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처럼 5년, 7년 이 지난 뒤, 돌아봤을 때 나를 얼마나 변화했고 성장했는지를 느끼게 된다. 베토벤처럼 철학적 가치를 내면세계에 간직하고 받아들인다면 외 형적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나는 몇 년을 주기로 성장하고 있으며 변화의 모습이 과연 성장이 맞는지 스스로 자신을 점검해 봐 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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