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위안부’의 역사〈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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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위안부’의 역사〈1073호〉
  •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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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주(孔主)들〉

  “우리는 너희에게 선처를 베풀고자 한다. 감 사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애국한다는 마음 으로 몸 바쳐 일하도록! 그대들은 금일부터 국 군에게 주는 제5종 보급품이 될 것이다.”

  연극은 80년 전인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아들을 위해 아비는 딸들을 팔았다. 첫딸 은 시집으로, 둘째는 식모로, 셋째는 기생으로. 그렇게 세 딸을 팔아넘겼다. 넷째 김공주는, 고 작 10살이었지만, 언니들을 보며 자신의 운명 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가혹한 운명 은, 아비의 모진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다. 집 앞 에서 울고 있던 공주는, 길을 지나던 포주에게 납치되어 끌려갔다.

  제목에 밝혔듯, 넷째는 ‘위안부’로 끌려갔고, 흘러 흘러 버마(미얀마)까지 팔려 갔다. 거기엔 남편에 의해 팔려 온 여성, 포주에게 잘 보이려, 일본군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여성 등 사연도 사정도 각각인 여성들이 있었다. 연극 은 총 2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 본군 ‘위안부’ 편은 그중 한 에피소드에 등장한 다. 짧은 에피소드지만, 그들의 참혹한 삶을 보 이기에는 무리가 없다.

  통상 ‘위안부’라면 일본군 ‘위안부’를 떠올리 기에 십상이나, 연극 은 이후의 이야 기를 다루는데 더 많은 장(章)을 할애한다. 해 방을 맞았지만,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던 공주는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다시 ‘위안부’로 팔려 간 다. 이번에는 한국군 ‘위안부’다. 이와 관련해, 1956년 육군본부에서 발행한 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실질적으로 사기 앙양은 물론 전쟁 사실에 따르는 피할 수 없는 폐단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간 대가 없는 전투로 인하 여 후방 래왕(來往)이 없으니만치 이성에 대한 동경에서 야기되는 생리작용으로 인한 성격의 변화 등으로 우울증 및 기타 지장을 초래함을 예방하기 위하여 본 특수위안대를 설치하게 되 었다.’

  군은 정식으로 위안소를 설치해 그들을 붙박 이로 두고 운영했다. 필요시에는 전방으로, 후 방으로 ‘위안부’ 여성들을 거기로 보냈다. 그렇 게 1952년 한 해에 서울 3개 소대, 강릉 1개 소대 에 배치된 ‘특수위안대’는 89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연간 20만 명의 군인을 상대했다. ‘위안 부’ 1명당 하루 평균 6명 이상의 군인을 상대한 셈이다. 심지어 그들은 ‘제5종 보급품’이라 명 명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제일 앞에 인용한 대사는 이를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가 해자들의 국적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한 국전쟁 후, 공주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주에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후 공주 는 파주의 기지촌에 터를 잡았다. 그들은 ‘양공 주’, ‘양색시’라 불리며 미군을 상대했다. 포주 가 설정한 빚에 저당 잡힌, 협박에 덜미 잡힌 그 들이 기지촌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국가 는 미군 철수를 막고, 달러를 유치하고자 그들 에게 ‘산업역군’, ‘민간외교관’이라 치켜세우며 합법적으로 기지촌을 활용했다. 1954년 보건 사회부 통계에 따르면, 약 20만 명의 성 노동자 들이 UN군을 상대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은 1970~8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나중에 국가 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생관광을 통해 이들을 엔화 벌이에 이용하기도 했다. 여 기까지가 연극 내용의 절반이다.

  연극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주의 삶을 계속해서 따라간다. 일본군 ‘위안부’로 시 작해 한국군 제5종 보급품으로, 미군 양공주 로, 일본 관광객 대상 기생으로, 미아리 집창촌 포주로……. 그렇게 2020년 현재까지 공주의 삶 이 전면에 펼쳐진다.

  사족이나, 여기에서 공주는 왕의 딸을 의미 하는 공주(公主)가 아니다. 구멍 공(孔) 주인 주 (主), 구멍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지난 80년간 이어진 여성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폭력을 다룬 연극 은 14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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