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학우들, 코로나19로 우울감 호소해〈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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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학우들, 코로나19로 우울감 호소해〈1072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20.06.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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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우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5월 26일, 27일 양일간 ‘대학 내 코로나 블루’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에는 학우 2,386명이 참여했으며, 절반이 넘는 1,591명의 학우들이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학우들은 왜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겪고 있었을까? 본지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와 더불어 학우들에게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봤다.

 

신입생, 기대했던 대학 생활 못 해 우울감 느껴

  ‘고4’, ‘코로나 20학번’ 등은 2020학년도에 입학한 신입생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대학 생활을 기대하며 입시를 견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대와는 다른 대학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종성(수학 20, 이하 고 학우) 학우는 요즘 생활이 단조롭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하고, 과제하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매일 똑같이 사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01년생으로 20학번 이다. 노유한(피아노 20, 이하 노 학우) 학우도 마찬가지다. 노 학우는 학과가 예체능계열이다 보니 연습시간이 늘었다고 하면서도 1학년 다운 대학 생활을 못 해 아쉽다고 전했다. 그리고 두 학우 모두 요즘 심리적 우울감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 학우는 “아직 대학 생활을 안 해 봐서 뭐가 좋은지도 모른다는 상태가 우울감을 유발하는 것 같다”며 “이런 상태에서 대학 생활을 해본 주변 지인들이 자꾸 불쌍하다고 하니까 더 우울하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노 학우 또한 “생활 전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과 한 번뿐인 1학년 대학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우울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학우(중문 20, 25세)는 사회생활을 하다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조금 어이가 없다”라며, “남들보다 늦게 입학했는데 지금 명지대학교 학생은 맞는 건지 실감이 안 난다. 이런 상태가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대학 진학을 더 고민해보던가 내년으로 미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 학우 와 노 학우, A 학우 모두 비대면 강의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저 고 학우는 비대면 강의로 중간고사가 없어지고 기말고사 시험 범위가 늘어나 학업을 성취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든다고 토로했고, 노 학우는 과제의 양과 화상 강의 프로그램을 위한 기반 부족을 문제 삼았다. A 학우는 “4개의 교양과목과 1개의 인강을 수강하는데 과제의 양을 보면 그냥 지치고, 학교를 가지 못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길이 없다”라며 비대면 강의로 인한 과제의 양과 학업 관련 정보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이들의 심리 상태는 기존 대면으로 이뤄졌던 대학 생활, 강의 등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과 관련이 깊다. 쉽게 말해 캠퍼스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신입생들의 우울감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본지가 지난달 26일과 27일, 양일에 걸쳐 실시한 ‘대학 내 코로나 블루’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조사에는 학우 총 2,386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1학년이 819명(34.32%)으로 가장 많았다. 1학년 응답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우울감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대 2개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외부활동 제한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 문제’(46.14%, 401명)를 가장 많이 꼽았고, ‘비대면 강의 등으로 인한 학업 문제’(42.34%, 368명)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두 문제는 신입생들이 보통 기대하기 마련인 대학에서의 학업이나 인간관계 형성 등과 관련 있어 보인다. 반면, 설문에서 1학년 응답자들은 우울감의 원인으로 단 9명(1.03%)만이 ‘토익, 자격증 시험 연기 및 취소 등으로 인한 스펙 문제’를 꼽았는데 이는 원인을 모른다는 응답자(39명, 4.48%)보다도 적다.

 

취준생, "허송세월 보내는 것 같다"며 우울감 호소해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4학년 응답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우울감의 주요 원인으로 ‘외부활동 제한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 문제’(28.87%, 192명)와 ‘비대면 강의 등으로 인한 학업 문제’(20.75%, 138명) 를 각각 1, 2순위로 꼽았다. 여기까지는 1학년 응답자들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비율이 다르다. 4학년 응답자들은 우울감의 원인으로 다른 문제들도 지목했다. ‘토익, 자격증 시험 연기 및 취소 등으로 인한 스펙 문제’(19.55%, 130명)와 ‘신규 채용 감소, 연기로 인한 취업 문제’(16.39%, 109명)의 비율이 1학년 응답자들의 비율과 비교했을 때 높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실제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보면 진로에 대한 심리적 어려움이 설문의 응답처럼 나타난다”며 “기본적으로 시기에 따른 우울감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압박감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큰 무기력감과 심리적 우울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좀 더 많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 그런 걸까. 4학년 응답자들 중 73.36%(380 명)가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학년별로 봤을 때 가장 높은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B 학우(정외 15, 25세)는 아직 취업 준비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불안감만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면 ‘고용률이 최저다’, ‘실직자가 늘어난다’ 등 안 좋은 소식만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부터 토익 학원을 다녔다는 그는 “4월 말까지만 해도 시험이 밀려 어쩔 수 없이 학원만 계속 다녔다”며, “주변에 국가고시를 보기 위해 토익 시험을 신청했다가 결국 못 봐서 국가고시까지 놓치게 된 지인이 있는데,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도연(중문 16, 이하 김 학우) 학우는 요즘 생활에 대해 “집에서는 주로 공채만 들여다보고 있다”라 평했다. 아직 마지막 학기가 남은 그는 취업 준비와 비대면 강의 및 과제를 병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각종 시험이 밀렸을 때 어땠냐고 묻자 “겨울에 준비한 시험들을 최근에서야 봤다”며, “이렇게 길게 잡고 있을 시험이 아닌데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허탈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시험이 연기돼서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능력에 대한 자신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B 학우와 김 학우 모두 코로나19가 경직시킨 취업 절차들, 예컨대 시험이나 채용 등이 연기된 것에 대한 불안감과 허탈함 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는 자연스럽게 채용 경쟁률까지 높이고 있는데, 이는 공채 수가 줄어들다 보니 공채 하나에 취준생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학우는 “소수의 기업 공채가 뜨면 취준생 오픈 카톡 방에서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만 봐도 경쟁률이 심하다는 게 느껴졌다”며 “취업 준비 기간이 긴 것도 아닌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자취생,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집에는 계속 혼자 있어."

  본지 ‘대학 내 코로나 블루’ 설문 결과를 보면 학우들은 대개 우울감의 원인으로 ‘자취방 계약, 기숙사 미개 방 등으로 인한 주거 문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문제를 겪고 있는 학우들은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김원진(산공 19, 이하 김 학우) 학우는 입학할 때 2년 계약을 맺은 자취방에서 살고 있다. 한 달 월세는 약 40만 원. 그러나 지출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활비, 식비 등 이것저것 합치면 한 달에 약 백만 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그는 최근 학교 앞 가게에서 해고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장님이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써준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며 “부모님도 서울에서 가게를 하신다. 최근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임시 폐업한 상태인데 직원들 월급은 그대로 나가 걱정이 많다”라고 토로 했다. 그는 현재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생활하며 학자금 대출 서류를 준비 중이다. 류채현(융소 19, 이하 류 학우) 학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는 조만간 대면 강의로 전환될 것 같기도 했고 할 일도 있어서 지난 3월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원래 올해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었다. “01년생이라 남들보다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어학연수를 결심했다”라며 “홈스테이 예약과 비자 발급까지 마친 상황이어서 몸만 가면 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기 예약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어쩔 수 없이 어학연수를 1년 뒤로 미루고 복학을 결정하게 됐다는 그는 “자취방도 급하게 잡았다. 그런데 비대면 강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학우는 현재 방을 빼지 못하는 상황에서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 학우와 류 학우 모두 자취방에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심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갔다는 김 학우는 혼자서 말도 안 하고 있으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는 심정을 전했다. “하루에 16시간 씩 자거나 30시간씩 안자는 날도 있었고 식욕이 떨어져 하루에 한 끼씩 먹었더니 6kg 정도 빠졌다”며 “SNS에서 우연히 우울증 테스트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문항에 체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병원에도 가봤는데 활동도 하고 햇빛도 많이 쬐라고 권해주더라”고 한 그는 요즘 같을 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줄였다. 류 학우는 어학연수 계획이 틀어진 것과 자취할 필요가 없는데 자취하고 있는 것을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과제도 과제지만 혼자 있는 상황이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유튜브를 많이 본다. 또 요리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한 순간이지 근본적으로 우울감을 해소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언제 괜찮아질지 모르겠다는 우려감과 함께 말을 끝마쳤다. 두 학우의 사례로 자취생들의 상황을 예단할 순 없겠지만, 코로나19가 자취생들의 심리적인 우울감을 증가시켰다고는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두 학우의 상황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불규칙적인 생활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높일 수 있으며, 나에 대한 비난과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해소 방법 혼자 ㆍ 실내에 치중, 없다는 학우들도 많아…

  학우들은 우울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본지 ‘대학 내 코로나 블루’ 설문에서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1,591명 중 56.76%(903명)는 우울감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주관식 답변란을 보면,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학우들의 방법을 5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었다. △운동하기 △산책하기 △영화 보기 △노래 부르기 △공부하기 등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혼자, 아니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였다.

  반면, 43.24%(688명)의 학우들은 우울감을 겪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해소 방법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학우들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한국상담심리학회가 강조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는 코로나19로부터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음중심 잡기’를 강조한다. 그 방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포데믹스(정보 전염병)로부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특정 시간대에만 정보 검색하기’ 등과 같은 규칙을 정하고 미뤄둔 집안일이나 독서 등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이다. 다음은 혐오와 비난의 마음을 멈추기 위해 누구나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과 감염자들의 회복을 바라는 포용을 갖는 것이다. 마지막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과 답답함을 느끼기 쉽지만 이럴 때, 바쁜 일상 놓쳤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소중한 이들에게 전화로나마 안부를 건네며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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