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뉴스를 통해 '어린이날의 기적'이라는 보도를 봤다. 인도에 거주중인 5세 어린이가 급성 백혈병으로 당장 대한민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비행기가 없 어 곤란을 겪다가 기적적으로 입국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한국으로 가는 하늘 길이 끊겨 위급한 상황임을 인도 한인회로부터 전해들은 한국, 일본, 인도정부가 항공기부터 비자 발급까지 빠르게 처리해주어 아이는 일본의 임시 항공편으로 일본을 경유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 다는 소식이었다. 생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지난달 28일에 인도 뭄바이에서 한국인들을 태워오기 위해 임시 항공편을 띄웠을 때, 주인도 일본 대사관의 부탁으로 일본인들도 함께 태우고 왔다. 우리 국민을 태우고 도 자리가 남아 일본, 대만, 인도 사람들이 동승하였고, 한국을 경유하여 자신들의 나라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품앗이 마냥 도움을 주고받게 된 것이다.
이 경우를 보며 생각난 책이 최근에 읽었던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가장 이타적인 것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다’라는 책의 주제를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에 합리적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세상을 꿈꾼다고 한다. 합리적 개인주의는 유아적 의미의 이기주의가 아닌 ‘누구든 약자가 돼 개인의 자유를 침범 받을 수 있으므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이는 작가의 이상이고,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의심했다.
그러나 어린이날의 기적을 보며 합리적 개인주의의 생각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느끼게 됐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간이 아무리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다. 자연이나 전염병 앞에서 한 사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극복해 낼 수 있는 상황들이 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시련 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면 그런 문제들을 모두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문유석,『개인주의자 선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