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만연은 양형 기준이 주요했다〈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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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만연은 양형 기준이 주요했다〈1068호〉
  • 김인기 기자
  • 승인 2020.03.3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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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중 한명인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주빈은 텔레그램 메신저에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외에도 6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n번방의 실체를 알린 추적단 ‘불꽃’에 따르면, 조주빈이 체포된 뒤에도 n번방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잡혀도 5년 이상의 형은 받지 않겠지’라는 인식에서다. 조주빈 개인의 파렴치함과 언론의 안일한 보도는 차치하고서라도 n번방 피해자 74명,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발생을 막지 못한 데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만연의 원인으로 텔레그램의 폐쇄성이 지목되기도 한다. 조주빈의 범죄에 이용된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을 자랑하는 특성때문에 마약 밀매에도 이용되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종단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사용하는 비밀 대화 모드를 활용하면 발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기록도 쉽게 지울 수 있어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폐쇄성 짙은 시스템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이전부터 자행돼왔다. ‘소라넷’이 그랬 고 ‘AV스눕’이 그랬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n번방의 전신이라 불리며 지난 2017년 폐쇄된 인터넷 사이트 AV스눕 회원 122만 명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48명에 불과하다. 그중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이 포함된 23만 개의 불법 영상을 유포한 사이트 설립자가 받은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밖에 안된다.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을 양형 기준에 둬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법령상의 양형에는 상한과 하한이 있고 법관은 양형기준에 따라 어느정도 형량을 부과할지 정한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에는 양형기준이 없다. 소라넷 출범이 지난 1999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야 법조계 내부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판사 등 법관 11명이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늦었지만 과거에 대한 제의로라도 양형 기준을 성립하고 디지털 성범죄 관련법 통과 시기를 더욱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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