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 일일체험을 하고 싶습니다”
“훈련을 잘 따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일단 내일 한번 와보세요”
전화통화로 물어본 본기자의 다소 갑작스런 제안에 우리대학 체육부(부장 박종성ㆍ체육학) 임철수 관리팀장은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 본기자, 하루 동안 체육부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운동과 거리를 둔만큼 조금씩 삐져나오던 뱃살도 체육부원이 되는 하루만큼은 ‘王자’로 변신해보고 싶었다. 다음날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으나 어느 부서를 체험해볼까 고민하니 역시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테니스부를 체험하고 싶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28일, 체육부 건물에 다다르자 왠지 모를 비장함이 엄습했다. 희뿌연 하늘 아래 건물 꼭대기에 붙은 ‘연습은 정직하다’는 간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살짝 풍기는 땀 냄새. 역시 이곳, 체육부 건물이 맞다.
임 팀장은 본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느 부서를 체험해 보겠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테니스부를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테니스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니스부 이두현(체육 05) 주장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바로 훈련을 하고 있는 실내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자연캠 소운동장을 조금 지나 위치해 있는 실내 테니스장 내부는 테니스공과 라켓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테니스라켓을 난생 처음 잡아보는 본기자에게 장동하(체육 10) 선수가 다가와 라켓을 잡는 방법과 기본자세 등을 설명해 주었다. 라켓이 익숙해질 때쯤 한번 직접 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코트에 들어선 본기자는 장동하 선수의 공을 기다렸다. 그리고 쏜살 같이 달려오는 공을 본능적으로 쳐냈다. ‘펑’ 눈 깜짝할 사이였다. 공은 반대편 코트가 아닌 천장으로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홈런을 쳐버린 것이다.
“팔에 너무 힘이 들어갔어요” 장동하 선수가 조언을 했다. 본기자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을 바싹해버린 것이다. 좀 더 차근차근히 시작해 보기로 했다. 네트에서 5m 가량 거리를 두고 살짝 공을 쳐보기 시작했다. 5m 거리가 적응 됐으면 좀 더 거리를 넓혀갔다. 거리를 조금씩 넓혀갈수록 어떻게 공을 쳐야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본기자 자신도 모르게 정신없이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그만큼 상당한 재미를 느꼈다. 장동하 선수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테니스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며 “2주 정도만 더 연습하면 자신만의 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기자의 연습이 끝나고 다른 선수들의 연습을 지켜봤다. 시원한 스윙으로 빠르게 왕복하는 공을 보고 있자니 뭔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거친 빗소리가 실내 테니스장의 천장을 때렸지만 훈련의 열기는 그 소음을 삼키고도 남았다.
꿈은 멀지 않은 ‘현재진행형’
오후 훈련은 보통 오후 2시 30분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 진행된다. 훈련이 끝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다. 체육부 건물 안에는 따로 식당이 마련돼 있다. 선수들이 이용하는 만큼 식단은 세밀하게 짜여있다. 가끔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한다. 물론, 모든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김귀태(체육 09) 선수는 “먹는 것 하나는 정말 잘 나온다”고 말했다.
저녁을 먹은 후 야간 훈련(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이 따로 없다면 취침시간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이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오후 9시에 시작하는 야간 전공수업에 참여한다. 훈련 때문에 전공수업을 야간으로 미룬 것이다. 수업이 휴강이 났거나 없는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탁구 등 자유시간을 즐긴다. 자유시간에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김귀태 선수는 테니스를 칠 때 유용한 어깨와 복근 운동을 중점적으로 한다고 한다. 김귀태 선수를 따라 본기자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합류했는데 그동안의 운동 부족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오후 11시에는 간단한 인원점검 후 바로 취침에 들어간다. 김귀태 선수는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슬럼프가 올 때면 힘들 때도 있지만 꼭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교적 실업팀에 일찍 들어간 최수광(체육 07) 선수는 “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꼭 상무에 들어가서 테니스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육부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본기자도 선수들 사이에서 나름 고단한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한다. 다음날 7시에 기상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수들을 본다. 여느 학우들보다 빠르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선수들의 꿈은 멀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