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글쓰기 실력, 초등학생 수준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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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글쓰기 실력, 초등학생 수준과 비슷하다
  • 최홍
  • 승인 2010.03.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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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 글쓰기를 리더십의 일환으로 봐
 

편주

실제로 미국사회에서는 고급인력일수록 글쓰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대학교들은 사회적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서 글쓰기 교육에 치중한다.

반면에 국내 현 대학생들은 글쓰기에 취약하다. 맞춤법이나 어휘력이 부족하고 논리적 구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넌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 하지만 난 시를 왜 써야하는지 알고 있어”

프랑스 시인 랭보가 자신의 연인 베를렌에게 한 말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글을 어떻게, 왜 쓰는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칼보다 강한 것이 펜’이라지만 펜을 들고 칼싸움을 한다면 백전백패인 법. 펜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한 글쓰기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생, 글쓰기 실력이 심각한 수준

현재 모든 대학에서는 글쓰기를 필수교양으로 지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쓰기’라는 과목이 없었고,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국어’라는 과목만 있었다. 현재는 대학국어라는 막연한 교양과목이 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쓰기 교양과목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사회에서는 글쓰기를 기본소양으로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학박사 박상민 강사(이하 박 강사)는 “글쓰기가 대중화되면서 사회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대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눈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글쓰기의 잘못된 점은 표현과 어법이다. 우리대학 김윤구(철학) 교수(이하 김 교수)는 “학생들은 자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표현이 초등학생 수준과 같다”며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무시하는 것이 다반사고, ‘암석’과 ‘돌’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어의 부적절한 사용도 많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글쓰기 실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학우들이 글을 쓸 때 간과하는 또 한 가지는 논리적 구성이다. 박 강사는 “글을 보지 않더라도 목차를 보면 그 글이 좋은 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글에 논리적 구성이 없고 내용이 중구난방이면 그 글은 애초에 좋은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강사는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분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문제는 비단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원인이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학우들은 심층적인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았고, 논술로 인해 자율적인 주제를 선택하기보다는 논술에 맞춰진 주제만 써오게 됐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 구성이 취약하게 됐다. 안은솔(영문 09) 학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능동적으로 글을 쓸 기회가 없다보니, 글쓰기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학 입학해도 글쓰기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 강사는 글쓰기 연구의 실태를 지적했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체계적으로 연구가 잘 되어서 전략적으로 공부가 가능하지만, 대학에서 글쓰기는 아직 학문적으로 연구가 덜 되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글쓰기가 인간의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유숙한 필자와 미숙한 필자가 어떻게 다른지’가 조금이나마 연구되고 있다. 박 강사는 “최근에 들어서는 글쓰기가 사회에서 중요해지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저조한 독서량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박 강사는 “독서량이 적은 이유에는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등장하면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글쓰기’

우리나라는 글쓰기 연구가 진행된 지 10년이 채 안 됐다. 그만큼 글쓰기를 연구하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글쓰기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세계적인 명문대 하버드대학교의 경우, 입학할 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에세이를 요구한다. 또 매주 12시간 정도가 글쓰기 수업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글쓰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세계적 명문대학교인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도 글쓰기 교육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진도 소설가, 에세이, 작가, 번역가, 과학자 등 다양하다. 이 대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4과목의 글쓰기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것은 글쓰기가 교양과목으로만 있는 우리나라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미국 대학교에서는 왜 글쓰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길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교에서는 글쓰기를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리더십의 일환으로 본다. 글쓰기는 자신의 주장을 정리함으로써 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리더가 되려면 글쓰기 능력이 필수이다. 기업에서도 고급인력이 될수록 글쓰는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국사회에서는 글쓰기를 필수로 요구한다.

글쓰기가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 정희모 교수(이하 정 교수)는 “글쓰기란 하나의 지적인 표현수단”이라며 “자신의 인성을 계발하는데 많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글쓰기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꼭 필요한 표현수단이라는 걸 반증한다. 박 강사는 “글쓰기란 자기 생각을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것”이라면서 “글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내가 원하는 소망, 또는 나의 신념과 성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사회로는 비교적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직장상사가 부당하다고 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대학은 ‘순수한 학문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논리성과 창조성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개인 노력과 많은 연구가 필요해

전문가들은 글쓰기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비판적 독서방법과 전략적으로 글 쓰는 법이 있다. 먼저 독서방법에 대해 김 교수는 “스스로 글쓰기를 잘하려면 비판적인 읽기가 필요하다”면서 “글을 읽을 때 주어, 동사, 숙어를 찾으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아야 한다. 저자와 경쟁하면서 읽거나, 논리의 약점을 발견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글이 왜 나쁜지 왜 좋은지 분석해가며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를 할 때 내용을 분류하며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 강사는 “책을 읽고 지식을 논리적으로 분류하면 글쓰기 실력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또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문장력이 필요하다”며 다방면의 독서를 권했다.

전략적인 글쓰기에 대해 정 교수는 자기 글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기만의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방법이 좋기보다는 자기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글을 꼼꼼하게 쓰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명필가들은 초고를 쓰고 여러 번 교정 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칼럼을 쓰는 것도 권장했다. 그는 “칼럼은 서두와 결말이 뚜렷하고, 짧은 분량에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도 “복문과 장문을 쓸 때에는 동사를 빼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자신의 글쓰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글을 쓰면 많이 개선된다”고 덧붙였다.

제도적인 측면으로는 글쓰기 연구가 잘 전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글쓰기가 학문으로써 전수가 잘 되면 인문학의 위기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 역시 “대학에서 논리학과 글쓰기 과목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인문대 또는 학내 언론사가 논술, 학술상도 많이 지원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원고매수: 18.4매

필자: 최홍 준정기자

정희모교수.JPG
 

연세대학교 정희모 교수

연세대 박상민 강사.JPG
 

연세대학교 문학박사 박상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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