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실효성 부족 실제 처벌 어렵거나 사각지대 존재해... <10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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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실효성 부족 실제 처벌 어렵거나 사각지대 존재해... <1065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19.11.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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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개정근로기준법(이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ㆍ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이로써 그동안 공공연히 자행되어온 간호계 괴롭힘 문화 ‘태움’이나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의 갑질을 막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을 보면,행위자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거나 법을 적용시킬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본지가 이를 상세히 살펴봤다.

괴롭힘과 갑질로 점철된 노동현장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생활을 한 적 있는 만 20~64세 응답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말했으며, 피해 빈도와 관련해서는 △46.5%가 ‘월 1회 이상’ △25.2%가 ‘주 1회 이상’ △12.0%는 ‘거의 매일’이라고 답변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고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유독 힘들거나 과도한 업무를 주는 경우(37.6%)와 업무시간이 아닐 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37.1%)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수치와는 별개로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빚어낸 바 있다. 지난해 7월, 아시아나 항공이 가족 행사에 직원들을 강제로 참여시키고, 그중 여승무원들에게는 오너 일가를 위한 공연 준비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공개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이 직원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서울의료원의 한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자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75.7%는 최근 1년간 단 한번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60대의 경험률은 55.8%였으며, 30대는 70.9%, 40대는 67.0%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자행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60%는 ‘특별히 대처한 적 없다’고 말했는데, 그 중 43.8%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메뉴얼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한 개선을 취지로 내세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다음과 같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원 · 하청 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괴롭힘은 사업장 안이 아닌 메신저나 SNS를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요소는 △행위자 △행위요건 △행위 장소 총 3가지다. 먼저 행위자는 사용자인 경우와 근로자인 경우로 나뉜다. 여기서 사용자는 대표이사, 등기이사, 지배인 등을 포함하며, 근로자는 파견근로자와 원 · 하청 근로자 모두 행위자 및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판단 요소는 행위요건이다. 행위요건은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2.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3.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마지막 판단 요소는 행위 장소인데, 앞선 요건들을 전부 충족한다면 사업장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위와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당사자와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행위기간(일회적/단기간/지속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증거를 모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서 괴롭힘이 판명된다면 사용자는 행위자에게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처벌을 해야 한다. 만약 행위자가 사용자일 경우 피해자는 직접 고용노동부에 진정할 수도 있다.

* 다음은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례다.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간호계에 종사하는 26세 A씨는 “실습나갔던 한 병원에서 인수인계하던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에게 좋게 이야기해줘도 되는 상황에 폭언을 퍼붓는 걸 봤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도입됐다고 해서 빠르게 괴롭힘이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직장마다 인력이나 개인의 성과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약 130일. 지난달 31일 기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는 총 1,321건이다. 유형별로 가장 많은 괴롭힘은 613건(46.4% 복수응답)으로 집계된 폭언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부당업무 지시 356건(26.9%) △험담 · 따돌림 149건(11.2%) △업무 미부여 53건(4.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는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에게서 접수된 신고가 777건(58.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이 253건(19.2%)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체계적인 인사 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구성원이 많은 대규모 기업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괴롭힘을 했다고 해서 행위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가해자를 법으로 제재하는 것보다 사업장 자체적으로 조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 정현철 운영위원(이하 정 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처벌 조항이 있는 것은 제76조의3 제6항인데 사용자가 괴롭힘 피해를 호소한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처우를 했을 경우 해당 노동자가 이를 노동부에 신고하여 사실로 판명 될 경우에 한해서다”며 “이처럼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에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 마련 등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재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의거하여 행위자에게 제재를 가하게 된다. 이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는 내용을 담도록 변경됐는데, 근로기준법 제93조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취업규칙은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 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방지대책 등을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용자다. 취업규칙에 명시된 처분 규정이 없다면 사태를 방치해도 문제 삼을 수 없으며,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가 되는 경우에는 스스로를 제재해야 하는 모순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근로자가 취업상 준수해야 할 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규칙이다.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그 사업장에 적용될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사각지대 존재해

최저임금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등과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많은 조항들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운영위원은 “직장갑질119로도 계속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괴롭힘 사연이 접수되고 있으나 법의 한계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가장 많은 괴롭힘 유형인 부당업무 지시나 폭언 및 따돌림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폭력이나 추행 등에 대한 형사상 고소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수와 맞물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증가시킨다.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9 중소기업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약 1,770만 근로자 중 종사자가 1~4명인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약 538만 명(30.4%)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사업장은 5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약 313만 명(17.7%)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는 꽤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또한, 규모가 1~4명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약 538만 명의 근로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 운영위원은 “실제 이 법의 적용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수많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라고 분석했다.

뼈대를 세우는 것 이상이 되려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인한 긍정적인 지표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8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4.5%가 ‘이유도 묻지 않고 불이익도 주지 않는 회식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결과(55.1%)와 비교했을 때 9.4%p 상승한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무려 97.9%가 회식 문화가 변한 데 대해서 ‘긍정적’이라고답변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으로 인해 괴롭힘 자체를 인지하고 지양하려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있기 전, 피해자들이 형사소송에 속하는 피해를 봤을 때만 피해 사실을 법적으로 호소할 수 있었다는 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의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괴롭힘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과 더불어 피해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크다는 문제점도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용자와 접촉하는 등 적극적이어야 한다. 노조나 다른 수단을 통해 괴롭힘을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피해자들은 업무를 지속하면서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본래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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