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 벼랑 끝의 서점들, 도서정가제 이어나가야 해 <10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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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 벼랑 끝의 서점들, 도서정가제 이어나가야 해 <1065호>
  • 김영은 기자
  • 승인 2019.11.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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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도서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공재로서 도서정가제는 과열인하 경쟁 및 중소서점 대량 폐업 등을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독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16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시행했으며, 2014년에 개정된 현행 도서정가제는 기존 신간(2003년~2007년: 12개월 이내, 2007년~2014년: 18개월 이내)에만 적용되던 할인폭 제한을 신 · 구간에 관계없이 모두 최대 15%(현금 할인 10%+간접 할인 5%)로 확대하는 제도다. 최근, 2020년 11월이 유효기간 만료인 현행 도서정가제 연장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당초 목표로 하던 동네서점 살리기에 실패’한 도서정가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지난 8일 청원동의인 2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출판계 등은 도서정가제가 ‘독립서점’ 등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고, 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양질의 출판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 과연 폐지해야 할까?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의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순수 서점의 수는 2003년 2,247개에서 △2005년 2,103개 △2007년 2,042개 △2009년 1,825개 △2011년 1,752개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네서점이 가장 번성했던 1994년의 5,700개에 비하면 약 2/3가 사라진 셈이다. 동네서점과 더불어 대형 서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에는 인천공항 내 8개 서점과 영등포 본점을 운영하던 GS문고가 각각 부도처리 됐다. 또 6월에는 영풍문고 강남점이 문을 닫았으며, 이후 각 지역의 토박이 대형서점들도 줄줄이 폐업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교보문고 역시 성장둔화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등 출판업계로선 2012년이 최악의 한해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서련은 “전자상거래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급격히 늘기 시작한 인터넷 서점들이 동네서점 몰락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그 영향으로 인해 대형서점들도 최근 몇 년간 부도의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점은 대량 구매를 전제로 동네서점과 대형서점을 딛고 성장할 수 있었다. 도매 서점으로부터 정가의 80%선에서 책을 공급받는 동네서점과 달리, 온라인 서점은 대량 구매를 통해 50%까지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과 함께 이에 대한 출판사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출판사들은 도매 서점에 납품하는 것보다도 낮은 공급가로 책을 공급하고, 온라인 서점은 마케팅 및 할인을 진행해 더 큰 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온라인 서점이 공격적인 할인을 지속하더라도 마진율은 동네 서점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도서유통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마진율이 작게는 20%에서 크게는 50%가 넘는 상황 속에서, 도서정가제 없이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정책으로 초토화된 도서유통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서 도서정가제는 없어져서 안 될 정책이다.

지난 1981년, 도서를 대상으로 5% 이상 할인판매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프랑스의 ‘랑법’은 국내 도서정가제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의 자크 랑(Jack Lang) 문화장관은 의회에서 “책은 시장의 논리에 지배받는 일반 상품과 다르며, 수익 논리에 좌우될 수 없는 문화재산”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서를 포함한 출판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의 산실이다. 책은 정신적 양식을 담는 그릇이자 지식문화의 근간이기에 도서정가제 폐지보다는 출판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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