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 현행 도서정가제, 실패한 실험이다 〈10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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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 현행 도서정가제, 실패한 실험이다 〈1065호〉
  • 류성우 기자
  • 승인 2019.11.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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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도서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공재로서 도서정가제는 과열인하 경쟁 및 중소서점 대량 폐업 등을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독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16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시행했으며, 2014년에 개정된 현행 도서정가제는 기존 신간(2003년~2007년: 12개월 이내, 2007년~2014년: 18개월 이내)에만 적용되던 할인폭 제한을 신 · 구간에 관계없이 모두 최대 15%(현금 할인 10%+간접 할인 5%)로 확대하는 제도다. 최근, 2020년 11월이 유효기간 만료인 현행 도서정가제 연장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당초 목표로 하던 동네서점 살리기에 실패’한 도서정가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지난 8일 청원동의인 2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출판계 등은 도서정가제가 ‘독립서점’ 등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고, 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양질의 출판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 과연 폐지해야 할까?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나온 통계를 확인하면, 현행 도서정가제가 단면만을 바라본 이상주의적 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당초 목표로 했던 ‘동네서점 살리기’에 실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성인의 비율은 62.2%에 달했지만 동네서점은 10.6%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하 이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동네 서점은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6개로 줄었으며,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오프라인 서점은 지난 2013년 2,331곳에서 2017년 2,050곳으로 감소했다.

오히려 동네서점 보다는 대형 · 온라인 서점이 현행 도서정가제에 잘 대응하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2,804억 원이던 인터넷 서점 매출은 △2015년 11,512억 원 △2016년 13,406억 원 △2017년 14,819억 원으로 변했다. 2015년 줄었다가 다시 올라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또한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100평 미만의 중소형 서점은 2013년 2,013개(86.3%)에서 2017년 1,723개(84.5%)로 줄었다. 반면 100평 이상의 중대형 서점은 2013년 318개(13.7%)에서 2017년 303개(14.8%)로 큰 차이 없었고 오히려 비율은 늘었다. 아무래도 같은 값이면 더 다양한 서적이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대형 · 온라인 서점을 찾은 모습이다.

도서정가제를 시행중인 다른 국가들이 소비자 부담을 더는 장치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 정책이 지나치게 강한 규제정책임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출간 후 24개월 지난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 한해 제한 없이 할인 판매하며, 일본은 싼 가격의 문고본*을 펴낸다. 영국, 미국은 페이퍼백 등 문고본과 같은 급의 보급판 서적 출판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장치도 없이 신 · 구간은 물론 전자책에 대해서도 정가제를 시행 중이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오히려 기존 도서정가제를 강화한 ‘완전 도서정가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법정가격 할인을 아예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완전 도서정가제를 제안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도서정가제가 온라인 영역에서 온, 오프라인 전체로 신간의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계속 강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출판업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맞이했으며 동네서점은 줄어갔고 독서인구는 현저히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10%의 직접할인’ 삭제가 동네서점 살리기 해결책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분명 현행 도서정가제로 상황은 악화됐으며, 이제는 보다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 한다.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도서를 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작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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