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질지언정 멈추지는 않는다 <10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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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질지언정 멈추지는 않는다 <1064호>
  • 이원석 (문창 13) 학우
  • 승인 2019.11.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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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신문을 읽고 - 1063호 '올해도 펜 끝은 녹슬지 않습니다. 늘 그랬듯이'를 읽고

1954년에 창간된 명대신문이 1063호를 기점으로 창간 65주년을 맞이했다. 1954년은 어떤 해인가? 소설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해라고 말할 수 있다.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작가에게 매 작품은 성취감을 넘어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합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혹은 다른 이들이 시도했으나 실패한 무언가에 도전해야 합니다.” 1)

헤밍웨이가 말한 작가가 비단 창작자만을 지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장르나 형태야 어찌 되었든 펜을 잡는 사람에게 편안은, 혹은 안도나 안정은 어떤 단서를 붙이더라도 지양해야 할 마음이고 상태다. 그리고 머물러서는 안 되는 무수한 펜촉 가운데서도 가장 도전적이어야 하는 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나는 ‘언론’이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계적 혼란의 근현대사에서 정의를 이끌어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탄압과 검열에 무너지거나 휘둘리지 않은 수많은 언론인들이다. 언론이 권력의 편을 든다면, 혹은 권력 그 자체가 되면 우리는 바늘을 잃은 나침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방향이라는 게 있다는 것만 알뿐, 어디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는 황량한 땅 위에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호는 창간 65주년 특집호답게 명대신문의 역사를 망라하는 글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올해
도 펜 끝은 녹슬지 않습니다. 늘 그랬듯이>라는 기사는 명대신문의 역사를 알려주는 기획이었다.신문의 역사는 학교의 역사였다. 65년이란 세월이 휩쓸고 간 명대신문의 창간호는 ‘훼손’ 됐다기보다는 차라리 ‘발효’ 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또 ‘캠퍼스 시설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문캠과 자연캠에 대한 이분법적 비교 후 보다 더 시설이 낙후된 캠퍼스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를 내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학교라는 폐쇄적 시스템 안에서 그 시스템의 정면을 향해 들이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 밖을, 시스템 밖에서 시스템 안을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이 언론은 이미 숱하게 그것을 해왔고, ‘할 줄 아는’ 언론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2)

언론은 인간의 것이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을 위해 움직인다. 명대신문 1063호가 돌아본 65년의 역사를 보며 내가 느낀 것은 헤밍웨이의 저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러질지언정 멈추지는 않는다.’ 올해도 녹슬지 않겠다는 펜 끝의 그 외침이 기쁘게 들리는 데에는 그것을 몸소 증명해온 시간과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1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어니스트 헤밍웨이』, 현대문학, 2013, 하창수 역)
2)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문학동네, 2012)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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