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지개 빛으로 빛날 수 있을까? 〈1062호〉
상태바
대한민국, 무지개 빛으로 빛날 수 있을까? 〈1062호〉
  • 유근범 기자
  • 승인 2019.10.14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지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20주년을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대표행사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최됐다. 최초의 퀴어 축제는 2000년 9월 대학로에서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50명이 모여 진행된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함께하여 7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축제로 성장했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는 △국내 인권단체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주요국 대사관 △기업 △정당 등 총 74개의 부스를 꾸려 성소수자 인식개선을 촉구했다.
성소수자라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거리로 나온 것은 서울 지역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8월 31일에는 인천 부평구에서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 9월 28일에는 제주 제주시에서 ‘제3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이처럼 퀴어 축제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그 존재감 또한 커지고 있다. 퀴어 축제가 시민의 축제로 자리 잡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동안 성소수자의 인권은 얼마나 달라졌고 현재 어디를 향해가고 있을까?


우리 사회 성소수자 인식 개선됐을까?

한국행정연구원이 국내 만19~69세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이 49%로 전년 대비 8.2%p가 줄었다. 62.1%를 기록한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한국인들의 소수자 포용 경향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윤찬 학생(20)은 “성소수자의 문제를 논의하기 전부터 이미 그들은 존재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며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차이는 연령대 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전국 17개 시 · 도에 거주하고 있는 만15세~34세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51.6%(약 258명)가 ‘나에게 동성애는 단순한 성적 지향 · 취향 차이일 뿐이다’라며 긍정응답을, 27.2%(약 136명)는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이하 이 국장)은 “이전 세대보다 성적지향 및 성 정체성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 이슈로 부각된 현실 속에서 10대, 20대의 인식 변화는 인권증진 역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성소수자 차별 논란

현재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전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 차별이 존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는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만15세~59세 성소수자 · 여성 · 장애인 · 이주민과 소수자가 아닌 남성 총 1,014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29일까지 ‘혐오표현 · 규제방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 오프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은 성소수자가 각각 94.6%, 87.5%로 가장 높았다. 또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84.7%가 ‘그렇다’고 답했고 ‘증오범죄 피해 우려’에 대한 질문 역시 9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가인권위는 성소수자의 대부분이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우울증과 두려움,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 · 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박기진 의장(이하 박 의장)에 의하면 “2017년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대한민국 육군 내에서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이 벌어져 23명의 색출 피해자들이 법원에 입건 됐다”며 “이들 모두 헌병대의 강압적인 색출 과정 중에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이 동료군인이나 부대, 가족에 알려져 아웃팅을 당하거나 이후 직업군인으로서의 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웃팅*을 당해 사회적으로 각종 차별,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 국장은 “사회적으로 잘못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성소수자로서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아웃팅에 대한 법적 해결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도록 교육기관과 지차체 등에서 성소수자 인권옹호와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대학 내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지난 2월 29일, 숭실대학교(이하 숭실대)는 성소수자 동아리 ‘이방인’의 신입생 환영 현수막 게재를 불허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방인’이 게재한 현수막은 ‘새로 입학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숭실대 측에서는 기독교 건학이념을 이유로 현수막 게재를 거절했다. 이에 동아리 측은 대학의 몰상식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내 성소수자 차별은 숭실대뿐만 아니었다. 한동대학교(이하 한동대)는 지난 해 1월 8일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관련된 강연회를 주최한 학생 3명을 징계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학내 학술동아리 ‘들꽃’은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학교 측은 ‘페미니즘의 가면을 쓰고 동성애를 합리화 한다’며 강연회를 주최한 학생 3명을 징계한 것이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숭실대 · 한동대 측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자제하라는 권고사항을 보냈지만 숭실대와 한동대는 이를 거부, 결국 국가인권위는 특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박 의장 역시 “종교의 자유와 민주 사회의 교육기관인 대학이 ‘평등실현’을 향한 공적 책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으로서의 자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 커밍아웃과는 반대되는 의미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경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의미

성소수자 차별 막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디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무엇일까? 우선 차별금지법을 알기 위해서는 세계인권선언을 알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국제연합(UN) 가입국들이 참여해 인권에 관한 기본적인 가치와 지향을 선언한 것이 세계인권선언문이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 그리고 평등’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문 이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류의 굳은 약속이 됐다. 우리나라 헌법도 개인이 가지는 기본권과 불가침의 인권, 법 앞의 평등 및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중히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가치 아래, 차별금지조항으로 병력(病歷),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성적지향, 학력(學歷) 등 총 20개의 차별금지 조항을 설정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허용법안’이라 부르며 ‘성적지향’ 삭제를 강력히 요구했고 2007년 10월 31일 법무부는 성적지향, 병력(病歷),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출신국가, 범죄 및 보호처분을 삭제했다. 이러한 이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19년이 저물어가는 오늘도 국회와 정부에 12여 년째 표류중이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차별금지법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받기 쉬운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적어도 법적인 평등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삭제 행위는 우리 사회 구성원을 ‘차별을 받아도 되는 사람’과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나눠버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이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지난 6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에 “한국 정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친구사이' 이 국장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이 십년 넘게 유예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혐오와 차별이 공고화 되고 있는 수많은 인권 문제가 유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고, 모두가 함께 평등한 현실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국가와 정치권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평등한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계획으로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한 첫걸음

지난 4월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2001~2014년 한국의 동성애 관용도는 10점 만점에 2.8점으로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OECD는 “한국 사회의 동성애 수용도가 낮아 성소수자 차별이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퀴어 축제는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성장했고 학생사회에서도 성소수자들은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5년 김보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33대 고려대학교 동아리 연합회 부회장 이예원 △31대 KAIST 학부 부총학생회장 한성진 △28대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장 마태영 △24대 계원예술대학교 학생회장 장혜민 △32대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장 백승묵이 학생자치 위원으로 당선돼 대학사회의 열린 태도를 확인하며 우리 사회의 존중과 관용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유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권순철 학생(22)은 “우리 사회는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과 모습이 다르거나 삶의 방식, 사고 방식이 다르면 비정상으로 구분 짓는다”며 “그것은 단순한 구별이 아니라 차별하고 비정상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QUV' 박 의장은 “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성소수자들에게 ‘HIV/ADIS를 전염시킨다’, ‘문란하다’며 온갖 비과학적인 낙인과 차별 발언을 덧씌우면서 사회에 드러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모두가 서로 평등함을 인정하고 그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선행됐을 때, 이 사회는 비로소 평등해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지영 교수 역시 “비성소수자가 갖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견해를 편견이라 단정 짓지 말고, 다수의 비성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생각은 어디로부터 왔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수의 선택이 모든 판단의 기준은 될 수 없다. 개인의 결정과 선택의 존중만이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