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과 한일 경제전쟁 <1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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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한일 경제전쟁 <1062호>
  • 김태황 (경영대학 국제통상학과) 교수
  • 승인 2019.10.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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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항일 투쟁”은 시대적 착오다. 항일 독립운동은 1945년 8월 15일 승리로 종료되었다. 2019년 다시 “항일”과 “독립운동”을 외친다면 우리 스스로 식민주의적 틀 갇혀 자기폄하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올 8월 2일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에 대한 2차수출 규제를 의결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9월 18일부터 일본을 수출 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대일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고 있다. 양국이 서로 수출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상대국 산업과 경제에 비용을 증대시키겠지만 자국 수출 기업에도 수익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일본에 대한 승리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와 졸렬함에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한일 통상관계는 한일 축구전과 다르다. 한일 축구전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축구는 승패가 엇갈리는 경기이다. 무역전쟁은 함께 지는 게임이다. 상대적 손실이 적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제3국이 어부지리를 얻거나 제3국마저도 유탄을 맞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무역전쟁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곧 타협할 것 같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라. 한일 경제전쟁에는 심판도 없다. 미국이 2차 조정안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미국 국익이 우선이지 일본의 반칙을 선언할 리가 없다.

우리 국민은 애국심을 드높여 분연히 반일을 외치더라도 우리 정부는 실속 있게 국익을 챙기고 국가를 존속시키는 지혜로운 경륜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적 그늘에서 한일 경제전쟁의 확산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덫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3차 수출 규제의 명분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라도 맞대응의 확산을 자제하고 조속한 상호 철회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경제가 실질적으로 더 강해지기 전까지 전면전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자존심을 내세우기 보다는 와신상담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조치에 우리가 맞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그나마 경제적 손실을 더 확대시키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둘째,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외교적 대응은 경제적 문제로 국한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국제적인 지지 명분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일본이 정치외교적인 문제를 경제적 문제로 갈고리를 걸어놓은 것을 분리시켜야 한다. 졸렬한 일본 정부와 동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타협의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한 전략적 선택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일본의 경제전쟁 촉발 전략에 휘말린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불리하다. 우군을 많이 규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은 더 이상 적군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호한 ‘말’보다 실질적인 ‘대응행동’을 신중하게 재점검하고 이행해야 한다. 결연한 의지를 선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비책을 암암리에 연마하는 것이다. 그 비책은 싸우기 위한 것이아니라 설득하는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서이다.우리 정부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일본 정부이지 우리 국민이 아니다.

넷째, 정부가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일본 상품/서비스 불매 운동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의 애국심에 편승하여 정부의 엄중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위이다. 여론의 순풍을 등지는 동안 체력 단련은 지연되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는 복합적이고 상호 유기적인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더욱 도약해야 한다. 특히, 핵심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대일 수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공감할 수 있지만 기회비용과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중장기적인 산업 구조조정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한일 경제전쟁은 편협한 고집을 지속해 온 양국 정상들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양국의 정치외교적 오판이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더 이상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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