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가까운 문학을 꿈꿉니다" 〈10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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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가까운 문학을 꿈꿉니다" 〈1061호〉
  • 유근범 기자
  • 승인 2019.09.29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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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패션으로 읽는 힙(hip)한 문학가, 문학레이블을 만나다
이유수 Gongjeon CEO Motif Editor Photo Directer Novel Essay

 

 

유수연 Gongjeon CEO, Motif Editor, Publisher, Poem

힙(hip)한 문학가 문학레이블을 소개합니다

Q. ‘문학레이블’의 시작은?
이리 : 모델은 에이전시, 가수는 소속사가 있잖아요. 근데 소설가나 시인같은 작가들에게는 어디 소속되어 있다는 개념이 따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잡지나 문예지 같은 곳에서 원고 청탁을 받을 때 원고료를 아예 안 주는 곳도 있어요. 한마디로 갑질하는 거죠. ‘너는 신인이니까 이만큼만 받아라’하는 거예요. 분명 문학가들에게도 지식재산권이라는 게 있는데 원고료 대신 책이나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작가들도 돈을 벌고 그들의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무거운 분위기의 소속사나 매니지먼트 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문학 공동체를 위해 만든 단체가 문학레이블이에요.

Q. 문학레이블 지금의 멤버 어떻게 모였나?
이리 : 일단 저희 세 명이 같은 학과, 같은 학번이에요. 스무 살 때부터 마음이 잘 맞고 지니고 있는 가치관이 비슷해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갖고 있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게 됐어요.
유수연 : 음… 쉽게 말해 ‘뭔가를 해보자’가 아니라 ‘뭔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 갈증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우리가 한번 해보자’로 이어졌죠.

Q. 문예지 도전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유수연 : 주변 사람들은 문예지를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 “왜 애써 하냐”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하지만 문예지를 만들고자 생각한 뒤, 이런 도전이라도 안 한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저희는 ‘늘 멋진 과거가 되자’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거든요.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야 하는 게 누군가에게 멋진 과거로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거죠.
이유수 : 뭔가 생각을 염두에 두고 했었다면 문예지를 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문학레이블이 추구하는 문학은?
유수연 : 독자들이 문예지에 접근할 때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는데, 기존 문예지를 읽던 독자층과 Motif로 문예지를 알게 된 독자층이 있어요. 기존 문예지를 읽던 독자들은 “고루하고 지루해지는 문예지 판에 새로운 힘이 느껴졌다. 모티프는 새로움이다”라고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Motif를 통해 문예지를 접하게 된 독자분들은 “문예지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다니”라며 좋아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문학레이블이 문학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이유수 : 그리고 Motif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님 대부분이 신입 작가님이에요. 그래서 젊은 작가님들 위주로 저희가 좀 더 활동을 넓힐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데 초점을 잡고 있어요.

Q. 전통 문예지의 쇠퇴, 문학의 위기 가져올까?
이리 : 전통 문예지의 위기에 대해 항상 저희끼리 생각하고 있어요. Motif를 보시면 작품이랑 화보가 같이 실리잖아요. 사진이랑 소설, 시를 같이 볼 수 있게 만들거나 좋은 글을 싣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시각적인 디자인에 더 중점을 두고 편집하려고 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종이책이 쇠퇴하잖아요. 일례로 음악 같은 경우, ‘사운드 클라우드’ 같이 본인이 데뷔를 하지 않고 앨범을 내지 않더라도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하지만 문학은 텍스트가 중요해 문예지가 변화하려는 시도는 드물었어요. 물론 ‘릿터(Littor)’와 ‘악스트(Axt)’같은 신생 문예지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긴 한데 아직 문학은 텍스트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관념을 못 버리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희는 텍스트 관점에 벗어나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유수연 : 전통 문예지의 쇠퇴는 출판 시스템의 위기이지 문학의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시는 망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아직 시를 쓰고 있고, 세대가 시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형태가 변형될 뿐이지 그 속에서도 문학은 존재하거든요. 문학을 새롭게 변화하려는 도전과 노력이 존재하기에 계속 이어 나갈 것입니다.

문예지에 빠져들다

Q. 문예지 Motif의 의미는?
이리 : Motif는 ‘Motivation’이란 단어와 비슷하기도 하고 Motif의 단어 하나가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화소, 즉 작은 단위를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문예지라는 책을 냈지만 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Motif라는 책이 시나 소설의 입문이 될 수도 있고 저희 책을 보면서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개개인의 문학 활동에 첫 시작점이자 작은 화소로 존재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매호마다 대 주제를 내포하고 있어요. 해당 주제를 가지고 이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하나의 큰 흐름이 이어질 수 있게끔 말이죠. 또,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시나 소설을 독자가 직접 스스로 찾아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Q. 문예지 Motif, 문학과 패션을 융합한 이유는?
이유수 : 주변에 예술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패션이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저희가 패션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서 선택하게 됐어요. 사실 저희는 패션보다 사진을 먼저 선택했었어요. 시각적으로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사진이라 생각했고요. 사진에 패션을 같이 접목하게 된 이유는 저희가 젊은 작가를 다루고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젊은 작가들이 20대 초반부터 30대인데 작가들의 이미지라고 하면 골방에서 썩고 원고지에 글을 쓸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저희가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리: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패션이라는 것은 자기의 개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 중에 하나잖아요. 근데 작가 같은 경우에는 선입견이 있어요. 저는 “와 너 문예창작학과야? 근데 문예창작학과처럼 안 생겼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문예창작학과 혹은 작가는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할까? 대중이 생각하는 작가 이미지란 뭘까? 라는 고민을 가지고 대중의 선입견을 깨보고자 시작한 것이 패션문예지예요. 패션이 의상,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뜻하기도 하니까 사람들에게 작가의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Q. 문예지 Motif 패션 화보 속, 숨은 스토리 있을까?
유수연 : 저희는 스토리텔링적인 화보 콘티를 만들 때 직관적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예요. 예를 들어 문예지 1호 ‘그림책의 두 가지 색깔”이라는 시에서 두 색깔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저희 화보에서는 주황색이랑 보라색으로 해석해 작업했어요. 사실 이게 독자의 해석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이게 왜 주황색이고, 보라색이지?‘라는 생각 자체도 해석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을 스토리텔링에 접목하며 생각하고 있어요.

문학레이블 어떠한 길을 걸었고 앞으로의 계획은?

Q. 문예지 발행뿐만 아니라 ‘문학나이트’, ‘문학은 사랑을 싣고’와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떠한 행사인지?
이리 : ‘문학나이트’, ‘문학은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은 시인이나 소설가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행사에요.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고 또 들어보면서 토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기존의 낭독회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록페스티벌이나 힙합 페스티벌에 가면 굳이 록이나 힙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 즐기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문학이나 소설, 시를 안 읽어본 사람도 프로그램을 통해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첫 번째 이유였어요. 또 외적인 재미를 위해 문학이랑 연계시켜 시나 소설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행했어요. ‘문학나이트’의 경우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글을 읽고 노래 부르고 술도 마시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낭독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간단하게 문학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Q. 문학레이블, K&F 재능장학금에 행사 수익 전액기부
유수연 : K&F가 재능 있는 아이들의 재능을 응원하고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기부 행사를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감사하게도 기부 행사를 저희에게 제안해주셨고 현재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리 : 예술을 하고 싶은데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피아노를 잘 쳐서 유학을 가고 싶은데 유학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래서 정말 예체능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취지로 개설된 게 K&F 재능장학금이에요. 평범한 중산층 아니면 저소득층이어도 예체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또 저희가 예술 쪽에 가까이 있으니 그런 친구들에게 기부한다는데 좀 유의미한 거 같아요.

Q. 문학레이블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유수연 : 매번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우스갯소리로 토익 학원비 낸다 생각하고 월 40씩 계속 모았어요. 근데 점점 심적 부담감이 커지고 돈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컸던 거 같아요.
이리 : 문학이 사실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니까요. 그냥 저희가 좋아해서 하는 거지…. 재밌어서 계속하는 거 같아요. 만드는 것도 재밌고 책 나오는 과정도 재밌고 책 나오는 것만 봐도 재밌고. 근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재미만으로는 힘든 시점이 올 거 같아요.
유수연 : 근데 저희가 또 욕심은 있어서 퀄리티 떨어지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저희를 갈아서 만들었죠. 주변 관계자들도 엄청나게 궁금해 해요. 어떻게 문예지가 계속 발행되는지(웃음).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면 다들 더 놀라워하시고. 어떤 분은 저희가 ‘진정성’ 하나만 믿고 가고 있다고…. 처음엔 그게 웃겼는데, 사실 그게 맞는 거 같더라고요.

Q. 문학레이블, 사람들과 가까운 문학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유수연 :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질문인 거 같아요. 오히려 너무 가까워지려고 다가오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웃음) 인간관계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면 주변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잖아요. 문학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문학을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괜찮은 문학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사람들도 문학과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유수 : 저는 조금 다른데…(웃음) 지금껏 문예지 4호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쌓아가고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것도 어떤 문학계 일부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더 깊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문학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와도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
이리 :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나 소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읽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건 사실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이 신성하고 고귀하고 어려운 예술로 취급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대중적인 요소를 융합한 것이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유수연 : 간단한 예시로 와우북에서 셀러로 참여했을때, 저희 문예지를 사진집인 줄 알고 보시다가 문예지인 것을 알게 되자 더 호기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셨던 거 같아요

문예지 "Motif" 4호, 명대신문 최.초.공.개

이리 : 10월에 발행될 문예지 4호는 예전 호들처럼 패션모델이 나오는 건 아니고 작가님들 여섯 분이 나오셔서 화보를 찍고 작가님들의 작품이 게재돼요. 그리고 이번호 주제는 ‘Time-off’예요. 저희가 이번에 4호까지 나오다 보니까 작가님들을 깊게 탐구해보고자 해요. 문학 하는 사람들은 환상과 편견이 있잖아요. 문학이라는 예술 장르가 생업이 됐을 때랑 취미가 됐을 때,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구성했어요. 이번호는 전반적으로 콘텐츠가 많을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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