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다.”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소란』의 서문이다. 명대신문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2년 반을 돌이켜보자니 참으로 소란한 나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틀 밤을 새며 신문을 발행하고 나면 곧바로 다음호를 위한 기획회의를 해야 했고 정신없이 취재를 하다보면 금세 마감일이 다가왔다. 또한, 학내 외적으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굵직한 사건들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했다. 때문에 때로는 세상을 담고자 한 필자의 그릇이 모자란 탓인지 혼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정신을 차려야했다. 오류 없이 기록하기 위해 부단히 펜대를 굴렸다. 그렇게 쓴 기사가 발행된 이후에야 마주한 동기 기자들의 눈은 퀭했다. 소란을 깨고 누군가 “우리는 일복이 많나봐.” 한 마디 건네면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이런 소란한 날들이 세상과 진실 사이의 거리를 조금은 좁혔다고 믿는다.
다음 데스크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지금도 학내외가 소란하다. 본질을 호도하는 정보들과 날마다 새롭게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그 소란을 제대로 기록하려는 명대신문 기자들도 내부적으로 소란하다. 이런 시기에 임기를 만료하는 게 한편으로는 무겁지만 필자는 믿는다. 소란한 나날들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박연준 시인의 말처럼 소란(騷亂)이 소란(巢卵)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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