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행운 <1058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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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행운 <1058호(종강호)>
  • 최영길 (인문대학 아랍지역학과) 교수
  • 승인 2019.06.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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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마이클 H. 하트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의 문명을 좌우했고, 문명의 흥망에 영향을 끼쳤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인물들에 관한 연구서를 펴냈다. 그는 인류사에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공자나 맹자, 예수나 석가모니가 아닌 마호메트라고 지적했다.

마호메트는 스스로 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말했고『코란』도 그를 완전한 인간으로 언급하고 있다. 후세의 모든 무슬림도 그를 한 인간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석가처럼 불자들의 절을 받는 대상도 아니고 예수처럼 경배의 대상이나 구세주도 되지 못했다. 이러한 그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선정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필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집트 사학자 마호메트 H. 하이칼이 저술한 『Life of Muhammad』란 책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번역해 출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1998년 5월 10일 일면식도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수하임이란 분이 672쪽의 『Rahiq Makhtum; 봉인된 천국의 술』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편지와 책을 보내왔다.이 책은 인도 출신 Safi Rahman Mubarakpuri가 저술한 아랍어 논문 저서였다. 당시 나는 인문대학장으로서 시간 내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고문(古文)이 많이 인용된 저서에 번역비도 없어 번역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유학 시절 그곳 대학의 학칙에 따라 604쪽의아랍어 코란 암기에 도전했던 경험이 떠올라 번역에 또다시 도전하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뜻밖의 행운을 안겨 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2006년 세계 각 국가 간의 상호 문화교류를 촉진하고 문명 간의 지적 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이 국제번역상을 제정했다. 본 상은 번역 작품의 우수성과 탁월성, 번역자의 전문지식과 업적을 인정하고 번역자들의 노력을 격려하면서 번역 사업을 촉진시키는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번역이 상호 문화와 문명 간의 대화에 큰 촉매작용을 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에서 국제번역상은 문명 간의 이념적, 사상적, 학문적 대화를 주도해 언어와 문화, 종교를 서로 달리하는 민족 간의 차이를 줄이는데 그 뜻을 두고 있었다.

 메달과 상금은 인문학 분야 중 아랍어에서 외국어로의 번역상 1명, 외국어에서 아랍어로의 1명, 그리고 과학 분야 중 아랍어에서 외국어로의 1명, 외국어에서 아랍어로의 1명 등 총 4명과 이 두 분야에서 업적이 가장 많은 1개 기관을 선정하여 수상한다. 비록 604쪽 코란 전 분량 암기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행운이 따랐다. 이 번역서로 2007년 제1차 번역상에 도전했지만, 실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다음 해 2008년에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Rahiq Makhtum』한글 번역서로 2008년 국제번역상에 재도전했다. 제2회 압둘라 국왕 국제번역상에는 총 25개 국가에서 127명이 신청했다. 이 중 13개 국가는 아랍국가이고 나머지 12개 국가는 비아랍국가이다. 번역에 사용된 언어는 14개 언어에 달했다. 1년간의 심사를 거쳐 총 5개 분야의 시상자가 선정되었으며 나는 인문학 분야에 당선되어 2009년 5월 26일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있는 고(故) 압둘아지즈 국왕 문화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증서와 메달과 상금을 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편지 한 통에 지원비도 없이 시작했던 일이 이런 행운을 가져다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공부도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불가능한 것도 도전하면 얻은 것이 많다. 싫은 것도 해내고 나면 행운이 따른다. 깊이 판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나의 인생 경험이 퇴직한 지 5년이 지난 후에도 나로 하여금 계속 도전하게 하는 원천수가 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90번째 책이 발간되었다. 그리고 100권까지 번역 및 저술 활동을 도전하게 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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