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한 끼 줍쇼 <1058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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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한 끼 줍쇼 <1058호(종강호)>
  • 곽태훈 기자 / 김민우 기자
  • 승인 2019.06.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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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곤충으로 저녁 한 끼 가능할까요?

지난 2013년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 식량 및 사료안보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래식량자원으로 식용곤충을 지목했다. 또한 지난해 9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식량 관련 국제기구들은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상태’ 공동 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 약 76억 명의 세계 인구 중에서 8억 2,100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인구 10명 중 1명 꼴로 식량난을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미래식량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것은 현재 지구촌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이며 앞으로 식량난을 겪는 인구가 나날이 늘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용곤충은 단백질을 비롯한 풍부한 영양소와 개체 수가 많다는 점, 기존 가축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환경오염 요소가 적다는 점에서 미래 식량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있다. 이에 본지는 식용곤충을 소개함으로써 식용곤충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고 인식개선에 앞장서고자 한다.

작은 가축, 식용곤충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칭한다. 식용곤충이 식량으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식용곤충은 높은 단백질 함량으로 육류의 대안으로까지 여겨진다. 일례로 식용곤충 중 하나인 메뚜기는 단백질이 소고기의 3배 이상 들어있다.

우리나라도 식용곤충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곤충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세워 2020년까지 곤충산업 시장규모를 약 5,000억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곤충이 미래 대안식량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적은 투자로 고효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면적이 적어 330㎡(100평)의 곤충사육시설에서 연간 10t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즉, 곤충 한 마리가 수백 개의 알을 낳아 번식력이 뛰어나며, 생애 주기가 짧기 때문에 단기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곤충산업과 황재삼 박사(이하 황 박사)는 “세계 인
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50년에는 약 90억 명에 달하게 돼 현재보다 두배 이상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식용곤충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 중 하나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곤충을 주목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됐다”며 “특히 곤충은 가축에 비해 사육 면적이 적게 소요돼 토지 이용 효율이 높다. 100평의 곤충 사육시설에 월 약 1톤 생산이 가능하며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18% 이상을 차지하는데 곤충의 경우 돼지의 1/10 정도로 온실가스배출량이 아주 적다”고 설명한다. 더군다나 소나 돼지를 기르는데 필요한사료량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사료 효율성을 보인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도 식용곤충 사업의 활성화 및 유명 레스토랑에서 곤충 요리가 많이 유입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식 인정한 식용곤충으로는△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누에 △갈색거저리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쌍별귀뚜라미 총 7종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식용곤충인 갈색거저리유충이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혈관 건강과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 김애정 교수팀이 갈색거저리유충의 지방을 종류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갈색거저리유충의 경우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과 이로운 불포화지방의 비율은 23.2%대 76.8%였다. 연구팀은 “소고기의 불포화지방 비율이 55.9%인 것과 비교하면 갈색거저리유충은 불포화지방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며 “불포화지방은 ‘만병의 원인으로 통하는’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식용곤충은 단백질 이외에도 마그네슘 , 칼륨 등 무기질도 풍부해 영양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곤충은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소고기 · 닭고기 등 기존 주요 단백질원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앞선 결과에 황 박사는 “실제 곤충의 영양적 가치는 다른 육류에 못지않다. 실제로 곤충은 소고기, 닭고기 등 주요 단백질원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여 단백질 함유량이 돼지고기보다 많으며 소고기, 달걀과는 비슷한 수준이다”며 “이뿐만 아니라 혈행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고돼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총 지방산 중 70% 이상을 차지해 영양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蟲)'이라서 싫다고요?

그러나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현재로서는 상용화가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해 6월 건국대학교 농촌대학원 김태형 석사의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학위논문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202명 중 비구매자 156명의 53.7%가 ‘곤충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식용곤충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상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 인식수준

소비자들의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매년 곤충 요리경연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곤충 요리연구 서적을 발간해 보다 친근하게 식용곤충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벌레’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식용곤충 이름 공모전을 열었다.
그 결과 △갈색거저리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쌍별귀뚜라미가 각각 △고소애 △꽃벵이 △장수애 △쌍별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농촌진흥청은 “아직은 식용곤충을 접해보지 못한 분은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곤충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은 분말, 다짐 육수 등으로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한 건강을 지켜주는 식재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곤충식품 페스티벌, 식용곤충 팸투어 등 소비자 참여형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제품 품질인증(HACCP 등), 가공 제품 표준화 추진, 제품 소재 다양화, 기능성 구명으로소비시장 확대 시켜 나갈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식용곤충에 꽂힌 청년

㈜제이케이파트너스 정희도 대표이사(이하 정 대표)는 일찍이 식용곤충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하며 실제 식용곤충 관련 창업까지 진행했다. 정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식용곤충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Q: 우선, 식용곤충 전문 브랜드 ‘구미구미’ 소개 부탁드려요
A: ‘구미구미‘는 식용곤충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우리나라 전 국민이 건강하게 살자는 모티브로 탄생하였습니다. 굼벵이가주제품 원료라 굼이라는 글자에 식용곤충의 귀여운 이미지를 더해-y를 덧붙여 구미구미(GoomyGoomy)가 된 거죠.


Q: 그럼 식용곤충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A: 2013년 8월,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 양갱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식용곤충이 미래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제 곧 현실화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때부터 식용곤충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직접 농가와 업체를 방문하면서 사업 준비를 했습니다. 정보를 찾을수록 곤충에 생각보다 훨씬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식용곤충 관련 사업의 어려움이 많아보이는데?
A: 우선 식용곤충의 형태 때문에 사람들이 갖는 혐오감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비자를 일일이 만나서 식용곤충의 효능이나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점을 말씀드리고 시식을 해보면 80% 이상이 맛이나 냄새, 또는 그 효능마저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식용 곤충이다···’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비명과 함께 발걸음을 돌리시죠.

Q: 앞으로의 식용곤충 전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다소 더디지만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효능에 대한 연구와 홍보가 더 진척이 된다면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식용곤충 하나만 추천해주신다면?
A: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 ‘밀웜’이라고 알려진 식용곤충 고소애가 있어요. 보기에는 벌레처럼 생겨 혐오스러울 수 있지만, 실제 맛이 좋고 고단백질이기 때문에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죠, 특히 고소애는 지방세포 축소를 도와주는 효능이 있어 미용과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거예요. “벌레라는 인식으로 인해 처음 한 번 먹기가 어려울 뿐이지 한 입 먹어보기만 한다면 맛이 생각보다 좋다는 걸 학생들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식용곤충,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본지 기자의 주관적 판단하에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사진의 좌측 상단부터 차례로 건조된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유충이 첨가된 쿠키, 건조된 갈색거저리유충이다.
△갈색거저리유충이 첨가된 쿠키 △건조된 갈색거저리유충 △건조된 쌍별귀뚜라미를 본지 기자가 직접 먹어봤다. 건조된 갈색거저리유충과 건조된 쌍별귀뚜라미는 곤충의 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채 말려있다 보니 이러한 형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쿠키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먹기 전 갈색거저리유충이 포함돼있다고 하니 거칠고 바삭한 느낌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천만에, 쿠키는 부드럽고 담백하다. 성분표를 보지 않았더라면 갈색거저리유충이 들어갔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다음은 건조된 갈색거저리유충. 크기가 작아 단숨에 세 네 마리씩 잡힌다. 입에 넣는 순간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감싼다. 마치 기름에 볶은 땅콩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바삭한 식감은 먹는 즐거움을배가 시킨다.
마지막으로 건조된 쌍별귀뚜라미. 귀뚜라미의 외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지만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고소함이 사로잡는다. 첫맛은 쌉쌀하지만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은 앞서 맛본 갈색거저리유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갈색거저리유충이 기름에 볶은 땅콩 맛에 가까웠다면 쌍별귀뚜라미는 삶은 서리태 맛에 가깝다. 이처럼 건조된 식용곤충 특유의 고소함은 맥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본지 기자와 함께 식용곤충을 섭취한 25세 김은혁 씨는 식용곤충에 대해 “처음엔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직접 먹어본 결과, 건새우 혹은 건멸치와 같은 식감을 가지고 있어 계속 손이 갔다. 그러나 외관상 아직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영화 <설국열차>에는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는장면이 나온다. 세계 인구의 식량난이 계속된다면 <설국열차>처럼 곤충을 먹는 일은 머지않아 우리들의 미래일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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